THE FACT

검색
경제
'몸'을 가볍게 하는 현대차 정몽구 회장, 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현대제철 등기 이사에서 물러나자, 재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더팩트DB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현대제철 등기 이사에서 물러나자, 재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황준성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주력 계열사 현대제철의 등기 이사를 9년 만에 내놨다. 같은 날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의 중심인 현대모비스는 정명철 사장을 대표 이사로 선임하고 정몽구 회장 단독 대표 체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다시 돌아갔다. 최근 정몽구 회장이 등기 이사를 맡고 있던 계열사에서 경영 체제의 변화가 포착되면서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안정된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비롯해 등기 이사 연봉 공개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는 방편, 전문경영인 책임체제 강화 등 다양하다.

◆ 정몽구 회장, '제철사업' 마무리 3세 체제로 넘겨

현대제철은 정몽구 회장에게 남다른 회사로 평가된다. 제선, 제강, 압연의 세 공정을 모두 갖춘 일관제철소는 부친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9년간 사내 이사로 현대 제철을 이끌었으며, 특히 지난해 3고로 완성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부친의 염원을 해결했다. 또한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지난달 현장을 찾아 직접 안전 점검을 하는 등 남다른 애착을 보이면서 제철사업의 가업의지를 특별히 보였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은 창업주의 숙원 사업을 이루자마자 현대제철의 등기 이사직을 내놨다. 대신 강학서 현대제철 부사장이 정몽구 회장의 자리를 채웠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제철에 남아 계속 사내 이사로 활동한다.

현대제철은 “제철사업이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보고 자동차 부문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 정몽구 회장이 사내 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계 관측통들은 이에 더해 자동차에서 철강까지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 폭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고 해석을 하기도 한다.

이는 기아차 사례에서 짐작할 수 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1998년 직접 인수한 기아차가 2009년 경영정상화 궤도에 오르자 등기 이사에서 물러났다. 대신 2002년부터 경영에 참여했던 정의선 부회장은 회사에 남아 등기 이사를 유지했다.

기아차는 2009년 K시리즈가 대성공을 거두며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정몽구 회장이 떠나고 정의선 부회장이 사내 이사로 남아 기아차를 이끄는 5년간 기아차가 벌어들인 이익은 지난 1998년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10년간 이익을 합친 금액보다 많다. 기아차의 성공의 공은 정몽구 회장의 '결단'에서 자연스럽게 정의선 부회장의 '제2도약'형태로 해석된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3고로 완성과 냉연부문 합병으로 외형적 규모가 훨씬 더 커졌다. 자동차 사업과의 연계로 실적도 올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의 업계 1위 포스코와 나란히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떠난 후 현대제철의 실적개선등 경영 성장은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정의선 부회장의 책임이며 그에 따른 평가로 귀결될 전망이다.

◆ 현대모비스, 각자대표 체제로 다시 전환시킨 MK 왜?

현대모비스는 1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명철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지난해 12월 전호석 대표이사 사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하면서 정몽구 회장의 단독 대표 체제로 유지됐던 현대모비스는 다시 각자 대표 체제로 돌아갔다.

현대모비스의 각자 대표 복귀로 정몽구 회장은 경영 부담을 다소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제철 등기 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는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현대차 대표이사 회장, 현대건설 사내 이사, 현대파워택 사내 이사, 현대엔지비 사내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대표, 또는 등기 이사는 회사의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만큼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업무량이 따른다. 때문에 최근 재계에서는 단독 대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간 역할 분담을 통해 오너 특유의 ‘속도경영’과 전문경영인의 ‘신중한 경영’이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겸직이 많은 오너의 경영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가 다시 각자 대표 체제로 복귀하고 현대제철 등기 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부담이 약간이나마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대신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제철 경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자동차에 이어 제철 경영까지 성공적인 평가를 받으면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구도는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몽구 회장의 등기임원 일부 변경은 결국 후계체제 성공적 안착을 위한 수순이라는 게 재계내 일반적 평가다.

yayajoon@tf.co.kr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