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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人터뷰後] 지루한 오페라 가수?…이헌이 깬 오페라 편견 3가지
이헌이 화통하고 시원한 화법으로 오페라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최용민 기자
이헌이 화통하고 시원한 화법으로 오페라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최용민 기자

[ 이다원 기자] '오페라는 지루하다?'

오페라에 대한 국내 인식은 고정관념에 가까울 정도다. 방대한 스케일에 교양 넘치는 가수들, 그에 비해 지루한 느낌까지. 쉽게 접할 수 없는 장르라 이런 인식은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은 듯했다. 돈 몇십만 원을 내고 오페라를 즐기는 고상한 일반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이런 편견을 깨준 사람이 있다. '세르비아 국민가수'라는 수식어를 달고 국내 오페라계에 홀연히 등장한 성악가 이헌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더팩트>과 인터뷰에서 시원하면서도 유쾌한 화법으로 오페라를 향한 편협한 시선들을 잘라냈다.

이헌이 오페라 가수들의 고상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노래방에서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최용민 기자
이헌이 오페라 가수들의 고상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노래방에서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최용민 기자

편견1. 오페라 가수는 고상하고 지루하다?

마치 이런 말을 오랫동안 들어온 듯 그는 화통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건 성악가들 혹은 오페라 가수들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저희끼리 노래방이라도 가면 왠지 가곡이나 오페라만 부를 것 같죠? 전혀 아니에요. 가요도 얼마나 멋들어지게 잘 부르는데요. 애들이 얼굴이나 몸매가 안 돼서 그렇지, 노래는 기성 가수들보다도 기가 차게 잘할 걸요? 크하하하."

성악가의 외모를 대놓고 통통하다고 말하는 솔직 화법에 오히려 취재진이 당황했다. 그러자 말은 바로 해야 한다며 손사래를 친다.

"생각해보세요. 씨름도 마른 애를 시키진 않잖아요? 근육도 만져보고 덩치도 좋은 친구가 적격이죠. 성악도 마찬가지예요. 통통하고 둥글둥글한 친구들은 감수성도 짙고 표현력도 굉장히 세밀하죠."

이헌이 영국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우승한 폴포츠와 수잔 보일, 국내 팝페라 가수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있다./최용민 기자
이헌이 영국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우승한 폴포츠와 수잔 보일, 국내 팝페라 가수들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있다./최용민 기자

편견2. 폴포츠 수잔 보일 등도 오페라 가수!

우리에겐 오페라 가수의 선을 구분 짓기에 굉장히 모호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영국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폴포츠와 수잔 보일이다. 분명 일반인으로선 성악에 재능을 보였지만 이들을 전문가로 인정해도 되는 것일까.

"절대 아니죠. 사실 쇼는 쇼에서 끝나야 아름다운 법이에요. 그들은 성장 드라마를 보여주긴 했어도 노래를 전문가처럼 잘하는 건 아니죠. 희망의 메시지로 해석하면 돼요. 그러나 이게 전문가 영역으로 넘어오면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말죠."

독설이 아닐까 싶었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오페라와 팝의 크로스오버 장르인 팝페라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어봤다.

"팝페라는 없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팝페라 가수들은 오페라를 하려다가 팝으로 넘어온 거라고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오페라 가수들이 팝페라 가수처럼 수려한 외모만 있다면 훨씬 더 잘 나갔을 걸요? 그게 정말 아쉽죠."

이헌이 국내 성악도들의 해외 유학에 대해서 대학 시스템만 바뀌어도 필수 코스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최용민 기자
이헌이 국내 성악도들의 해외 유학에 대해서 대학 시스템만 바뀌어도 필수 코스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최용민 기자

편견3. 오페라 전공을 위해선 꼭 해외 유학을 가야 한다?

성악을 전공하는 이들에게 해외 유학은 어느새 필수 코스처럼 자리 잡았다. 돈이 있어야 성악을 배우고 성공할 수 있다는 편견이 성악지망생 사이에 단단하게 뿌리내린 것.

"그건 우리 음악 대학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그래요. 처음부터 오페라 성악 뮤지컬 등 전공을 정확히 구분해서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오페라 가수 지망생들에게는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이탈리아어 영어 등 외국어 수업과 연기 수업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해외 극장 오디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오디션 여행도 보내주는 거예요. 졸업 여행 대신. 거기에 몸매나 외모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트레이닝도 하고요. 이런 시스템만 갖춰진다면 굳이 해외 유학까지 가서 돈 쓸 이유가 있겠어요?"

더불어 오페라 가수들의 취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생계가 해결되어야 배움의 의미도 커진다는 취지였다.

"사실 서울 구립 극장만 따져도 그 수는 어마어마해요. 다만 작은 오페라 공연 자체를 올리지 않기 때문에 가수들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거죠. 일례로 인천 오페라단이 있는데 공연을 1년에 한 번 하거든요? 해외 유학까지 가서 레파토리 24개를 섭렵한 가수들이 취업해서 고작 3개만 부른다는 게 얼마나 인력 낭비인가요? 이런 작은 극장들을 운영만 잘해도 오페라 가수들이 생계 걱정 없이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아가 우리나라 오페라 산업도 발전할 거고요."

오랫동안 국내 오페라 산업에 대한 고뇌가 엿보이는 말이었다. 비록 자신은 '세르비아 국민가수' 칭호까지 얻으며 성공했지만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이나 국내 성악도들의 좋지 않은 상황을 묵시할 순 없었던 것. 어찌 보면 굉장히 원대하고 먼 미래 같은 소망이지만 언젠가는 이뤄지리란 확신이 그의 눈동자에서 '반짝'하고 빛났다.

edaone@tf.co.kr
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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