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황준성·서재근 기자]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남긴 차명 재산을 놓고 동생 피고 이건희(73) 삼성전자 회장과 상속 분쟁 소송을 벌이고 있는 원고 이맹희(82)씨가 재판부에 보낸 서신을 두고 진실공방이 뜨겁다.
14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 항소심 마지막 변론에서 건강상의 이유로 법원에 참석하지 못한 이맹희 씨는 편지로 "나는 아직도 진정한 화해라는 꿈을 꾸고 있다"며 자신의 심경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항소심 5차 변론에서 조정의사를 나타내며 이건희 회장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민 이맹희 씨는 이날 변론에서 삼성 에버랜드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고 "(이건희 회장과의)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고 서로 화합하며,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는 법정 서신을 재판부에 보냈다.
서신에 이맹희 씨는 "제 나이가 83이고 재작년에 폐암으로 폐의 1/3을 도려냈으며, 최근 전이돼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아버지 생전에 사죄하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과 아버지 유지조차 지키지 못한 못난 장자로서는 죽어서 아버지 뵐 낯이 없다. 또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로 두 눈을 편히 못 감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화해라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건희와 만나 손잡고 마음으로 응어리를 풀자는 것이다. 저와 건희는 고소인과 피고소인이기 전에 피를 나눈 형제이다. 전쟁의 고통 속에서도, 일본 타지의 외로움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지내온 가족"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맹희 씨는 '해원상생(解寃相生)의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모두 털어내어 아버지 생전의 우애 깊었던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이것이 삼성가 장자로서 마지막 의무이고 바람'이라고 호소했다.
또한, 이맹희 씨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건희가 저희 가족들에게 한 일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사례를 나열한 뒤 “그동안 건희가 조카에게 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나열하는 것이 저 자신도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측 대리인은 재판이 끝난 후 서신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피고 측 변호인은 “서신 내용에 아버지(이병철 창업주)는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고 적혀 있지만, 이맹희 씨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를 보면 ‘장녀 이인희 한솔 고문, 오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을 모아 구두로 삼성 경영권을 이건희 회장에게 물려줬다고 유언했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건희 회장 측 대리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 후 이건희 회장이 찾아와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 테니 조금만 비켜 있어 달라고 하면서 조카들과 형수는 잘 챙기겠다고 부탁했다’는 서신 내용 대해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에 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국으로 떠났다. 길을 떠난 이유는 동생 건희가 총수가 된 마당에 그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압이 아닌 자발적 선택이었다’라는 문구를 예를 들며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어머니(고 박두을 여사)를 떠나보내는 순간에도 이건희 회장은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는 서신 내용에 대해 이건희 회장 측 대리인은 “박두을 여사는 지난 2000년 1월3일 타계했고, 장은 1월 5일 이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미국에서 폐암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화해를 원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그는 “소송 취하가 아닌 조정이다. 오히려 청구액을 기존 97억원에서 9410억원으로 약 100배 가까이 늘렸다”고 말했다.
이맹희 씨가 이날 마지막 변론에서 재판부에 보낸 서신을 이건희 회장 측이 적극 반박하면서 그 내용의 진위 여부는 재판부의 손에 달리게 됐다. 선고는 다음 달 6일이다.
한편, 재판부는 선고 전에라도 화해를 할 수 있는 기일을 잡는다면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삼성가 형제의 화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앞서 이맹희 씨 대리인은 원고가 화해를 원한다며 이건희 회장 측에 조정 의사를 물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측은 '원칙과 정당성'을 내세우며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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