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기자] 리얼하지만, 너무 적나라했다.
결혼 생활에 지친 두 쌍의 중년 부부를 다룬 JTBC '네 이웃의 아내'는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사실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 리얼한 면을 더하기 위한 대사나 에피소드들은 '15세 미만 관람 불가'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14일 오후 첫 방송된 JTBC '네 이웃의 아내'는 극을 이끄는 두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채송하(염정아 분)와 안선규(김유석 분) 부부는 결혼 17년 차로 오랜 기간 성관계를 갖지 않을 정도로 심한 권태기를 앓고 있었다. 관계를 맺지 않는 것과 더불어 서로 느끼는 애정도 많이 식은 상태였다. 남들이 보기에 의사인 선규와 광고 회사 팀장인 송하는 나무랄 데 없는 커플이었지만, 드러나지 않은 부분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결혼 생활이었다.
극의 또 다른 중심축을 차지하는 민상식(정준호 분)과 홍경주(신은경 분)의 첫 등장도 강렬했다. 경주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상식이 먹을 밥에 침을 뱉어 시청자들을 경악시켰다. 완벽한 가장처럼 보이는 상식은 경주를 무시하면서 이사를 위해 돈 때문에 평일에 포장 이사가 아닌 보통 이사를 강요하는 면모를 보였다. 남편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경주는 실제로 비밀이 가득해 보였다.
여기에 송하와 상식이 일로서 만나 그리 기분 좋지 못한 첫인상을 남겼다. 또 경주는 이사 첫날 아파트 앞에서 선규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그려지며 앞으로 두 부부 사이에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이러한 사실적인 스토리 속 주요 인물들은 첫 방송부터 실제 생활에서 한 번쯤 본듯한 캐릭터로 구성됐다. 송하는 부하 직원의 실수로 큰 프로젝트를 놓치면서 상사에게 "아줌마 되니까 편하냐", "남편이 의사라서 이런 것이냐"며 인신공격을 받는 여성으로 그려졌다.
선규는 대학 병원의 의사지만 부나 승진에는 의미가 없고 환자를 고치는 데 집중하는 성격이었다. 다른 의학 드라마에서는 인간적인 캐릭터였겠지만, '네 이웃의 아내'에서는 아내에게 기가 죽어 사는 소심한 남자로 그려졌다.
가부장적인 상식은 대기업 부장으로 가족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일하지만, 아내는 무시하고 일로도 깐깐한 인물이었다. 이사 갈 집에 문제가 생기자 무턱대고 아내에게 "집 구해와"라고 소리 치는 장면은 그의 성격을 잘 보여줬다.
경주는 전업주부의 전형적인 인물이었지만, 자신을 하녀처럼 대하는 남편에게 질려 보이는 이미지와 다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살인 사건이 난 채송하의 이웃집을 보러 갔다가 독설과 '돌직구'를 날려 가격을 후려치고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남편 얼굴만 칼로 도려내는 등 남편 앞에서의 성격과 180도 다른 면을 보였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배우들을 만나 보다 리얼하게 표현됐다. 염정아와 김유석은 권태기를 겪는 부부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김유석은 태블릿 PC로 야동을 보다가 아내에게 걸리고 "엉덩이에 종기가 났다"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넘기려는 남편을 '찌질하게' 연기해 웃음을 안겼다. 염정아는 전문직 여성의 당당함과 상반된 건조한 결혼 생활에 불만족하는 캐릭터를 맛깔스럽게 그렸다.
정준호는 빈틈없고 까칠한 민상식 역을 맡아 첫 회에서는 차갑지만, 아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는 무심한 남편을 표현했다. 신은경은 순종적이지만 그 속을 확실히 알 수 없는 경주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했다.

그러나 너무 적나라하고 거침없는 대사나 상황은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송하가 동료 지영(윤지민 분)과 나누는 대화나 선규가 감정이입해 야동을 보는 장면은 조금 낯 뜨거웠다. 여기에 송하 부부의 이웃인 국영자(김부선 분)과 그의 남편 돼지 아빠(이세창 분)의 애정 행각은 뜬금없었다. 시청 등급이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게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첫 방송인 만큼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중년 부부의 위기와 두 부부간의 엇갈린 로맨스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만큼 비슷한 연령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의 시청자들도 TV 앞으로 끌어들이려면 조금의 배려도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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