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현 기자] '맨유의 심장' 라이언 긱스(40)의 시계는 여전히 거꾸로 갔다. 개인 통산 24번째 시즌, 불혹의 나이에도 쟁쟁한 후배들과 경쟁에서 당당히 살아남았다. 개막전 선발이라는 영광스러운 중책도 역시 그의 몫이었다. 단순한 이벤트성 출장은 아니었다. 전매특허인 날카로운 패스로 선제골을 도우며 팀 승리의 주역으로 나섰다.
긱스는 18일(한국 시각) 웨일스 스완지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201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스완지시티와 원정 경기에 팀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후반 17분 웨인 루니(28)와 교체될 때까지 62분간 활약했다. 전반 34분에는 로빈 판 페르시(30)의 선제골을 도우며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클래스는 여전했다. 전반 15분과 18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연달아 놓친 긱스는 자신의 실수를 제대로 만회했다. 양팀이 0-0으로 맞선 전반 34분, 상대 진영 중앙에서 공을 받은 긱스는 최전방에서 공간 침투를 시도한 판 페르시에게 재빨리 로빙 패스를 내줬다. 크게 포물선을 그린 공은 수비수에 둘러싸인 판 페르시의 가슴에 완벽하게 연결됐다. 공을 받은 판 페르시는 특유의 정확한 마무리 슈팅으로 스완지시티의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긱스의 넓은 시야와 녹슬지 않은 패스 감각이 유감없이 빛난 순간이었다. 긱스의 패스 한 방에 선제골을 허용한 스완지시티의 수비진은 이후 3골을 더 실점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마흔 살 노장'의 활약이라 믿겨지지 않는 활약이었다. 긱스는 자신보다 16살 어린 톰 클레버리(24)와 함께 맨유의 중원을 굳게 지켰다. 팀 동료인 수비수 필 존스(21)과는 19살 차, 맞대결을 펼친 스완지시티의 풀백 벤 데이비스(20)과는 정확히 20살 차이가 났다. 하지만 아들뻘 선수들 사이에서도 긱스의 존재감은 단연 빛났다. 전성기와 같은 왕성한 활동량이나 완벽한 경기력으로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만드는 천부적인 감각만큼은 여전히 리그 정상급이었다.
맨유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알렉스 퍼거슨(72) 전 감독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데이비드 모예스(50) 신임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부진을 거듭한 프리시즌 성적에 언론과 전문가들은 올 시즌 맨유의 추락을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맨유는 개막전부터 대승을 거두며 리그 2연패를 향해 힘찬 첫 걸음을 뗐다. 퍼거슨이 떠났어도 맨유의 '우승 DNA'는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건재한 '백전노장 플레잉코치' 긱스가 있다.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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