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l 박지혜 기자] 젊음의 거리 홍대가 연일 계속 되는 폭염으로 텅텅 비었다. 홍대를 찾은 시민들 대부분은 카페, 화장품 가게처럼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던 화장품 가게가 에어컨 가동을 최소화하면서 소비자들의 땀이 마를 날이 없어지고 있다.

◆ 선풍기 가동하는 화장품 업계, 손님들 ‘불만’
13일 찾은 홍대 거리는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텅 비어있었다. 길을 걷는 이들의 손에는 부채와 휴대용 선풍기가 들려있었고 거리를 걷는 이들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대부분 소비자들의 눈은 더위를 피해 들어갈 곳을 찾고 있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북적이는 곳은 카페, 화장품 매장과 같이 시원한 장소였다. 그러나 일명 ‘로드숍’이라고 불리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 업계들은 에어컨 가동을 최소한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특정 업체는 아예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가동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더위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홍대에 있는 미샤는 에어컨 가동을 가동하지 않고 선풍기 두 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미샤를 들어온 소비자들은 “어우 왜 이렇게 더워”를 계속 말하며 부채질을 멈추지 않았다. 또 더운 매장 때문인지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오래 머물지 않고 곧바로 화장품 가게를 빠져나갔다. 미샤 직원은 “매장 내부가 너무 덥다보니 소비자들이 견디지 못하고 빨리 돌아보고 나간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실제 화장품 매장은 소비자들이 천천히 매장을 둘러보며 화장품을 고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에어컨 가동을 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이 가게에 머무는 시간이 현저히 짧아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홍대거리 화장품 업계들의 냉방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올 여름 심각한 전력난에 위기를 느낀 화장품 업계가 자발적으로 문 열고 냉방 영업하는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나선 덕분이다.
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달 29일 전력위기 극복 동참 차원에서 `에너지절약 결의문`을 채택했다. 화장품협회는 결의문을 통해 "매장에서 문 열고 냉방 영업을 하지 않도록 판매 사업자에 대한 교육. 홍보를 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화장품협회는 개별 사업자들에게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교체할 것을 적극 권장하기로 했다.
결의에 동참한 회사는 금비화장품 소망화장품 스킨푸드 아모레퍼시픽 에이블씨엔씨 LG생활건강 잇츠스킨 토니모리 등 8개사다. 이들 업체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화장품협회는 "브랜드파워가 큰 8개사가 에너지절약 실천에 자율적으로 동참함으로써 문 열고 냉방 영업하는 대표적인 업종인 화장품업계가 에너지 과소비 문화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문 열어놓고 영업하는 ‘아리따움’, ‘나 홀로 개방?’
특히 홍대거리는 냉방 절전을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14일 발표한 개문 냉방 단속 조사 결과, 적발된 가게는 132곳으로 집계됐다. 위반건수를 자치구별로 보면 음식점과 의류·잡화점이 밀집한 강남구가 33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중구 29곳, 성북구 16곳 순이었다. 이처럼 홍대거리의 화장품 가게는 적발된 곳이 한 군데도 없을 정도로 위반율이 낮았다.
미샤뿐만 아니라 이니스프리, 에뛰드, 스킨푸드와 같은 화장품 가게들도 에어컨 가동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 화장품 브랜드 매장은 문을 열어놓고 비닐 문을 만들어 놓았다. 비닐 문을 열고 들어간 매장 역시 후덥지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화장품 매장은 27도~28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친구들과 이니스프리 매장을 찾은 고등학생 박모(17)양은 “원래 화장품 가게 같은 곳은 시원해서 친구들과 잠깐 더위를 식히러 왔다가 간다”면서 “그런데 지금 매장 내부 역시 땀을 식히기에는 너무 더워서 빨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대 대부분의 화장품 가게들이 철저하게 전력 아끼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아리따움’은 유일하게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운영하는 아리따움은 자동문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문은 계속 열려있어 소비자들이 불편 없이 드나들었다.
아리따움이 명동의 일부 화장품 매장처럼 에어컨 가동을 최대화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부 화장품 가게들처럼 에어컨 가동을 하고 있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아리따움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온도는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렸다.
아리따움에서 화장품을 구매한 박모(24)씨는 “개문영업을 한 상태에서 에어컨 온도를 낮출 거라면, 차라리 문을 닫고 에어컨을 트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리따움 관계자는 "입구가 자동문이기 때문에 매장 내부에서 움직이는 소비자들로 인해 문이 장기간 열려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매일 구청에서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지 단속을 나올 뿐만 아니라 본사 측에서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리따움은 5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매장 내부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아리따움 관계자는 "자동문의 센서가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내부에 있는 소비자들이 움직이면서 이 때문에 문이 닫히지 않고 계속 열려 있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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