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다원 기자] 큰 눈망울과 흰 피부, 깜찍한 매력의 배우 이유비(22)는 지난해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 '강초코' 역으로 출연하며 단숨에 '브라운관 신데렐라'가 됐다. 게다가 '배우'라는 직함만큼이나 '견미리의 딸'로도 이름을 알렸으니 이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톡톡 튀는 색깔로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할 것만 같았던 그는 뜻밖에도 다음 작품을 사극으로 정했다. 게다가 전작의 배역과 이미지가 180도 다른 슬픈 운명의 여인 '박청조'로 분했으니 굉장히 과감한 선택 같았다. 그러나 그는 한 번에 잘라 말했다.
"과감한 것 같진 않아요. 사극이라 부담은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거든요."
'당찬 신인' 이유비를 최근 서울 가산동 <더팩트> 사옥에서 만났다.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 종영 기념 인터뷰차 만났지만 그의 전작과 관련해서도 궁금한 점이 넘쳐났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이유비는 당황스러워하거나 긴장한 기색 없이 잠시 눈동자를 굴리고는 똑부러진 대답을 내놨다. 그는 인터뷰 내내 귀여운 '강초코'가 되기도 했고, '박청조'의 차분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다양한 색깔이 넘쳐났다.

◆'착한 남자' 송중기 vs '구가의 서' 이승기, 이상형은?
3편 남짓한 작품들이 경력의 전부였지만 요즘 인기 아이콘들과 함께 연기했다. 특히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송중기와 이승기는 많은 여성들의 '로망' 아니던가. 아무리 연기라지만 조금의 사심이 생기지 않았을까. 누가 더 이상형에 가까운지 물었을 때 조금의 망설임이 느껴졌다.
"와…. 진짜 어려운 질문이네요. 송중기 씨는 멋진 대학 선배 같아요. 얼굴도 잘생기고 뭐든 잘하는 그런 선배 있잖아요? 근데 친하게 지낼 수 없는 우상 같은 느낌이죠. 반면 이승기 씨는 친한 친구 느낌이에요. 유머러스하고 장난도 잘 치고. 이상형을 딱히 고를 수가 없겠는데요."
사실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와 비슷한 질문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 사랑은 어땠을까. 곧바로 "연애해봤어요?"라는 '돌직구' 질문을 날렸다.
"해봤죠. 헤헤. 근데 그런 감정들이 연기에 굉장히 도움되더라고요. 사실 연애도 이성과 하는 사랑일 뿐이지, 사람의 정이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애틋한 느낌이 있어야 가슴에 남는다고 생각해요. 작품에서도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느낌을 연기할 때 특히 더 도움이 돼요. '구가의 서'에서 최강치(이승기 분)도 오빠이자 연인인데 사실 이뤄지진 못 했거든요. 그런 애틋한 느낌이요."

사랑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일순간 차분해졌다. 앞서 송중기와 이승기 가운데 이상형을 고를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짧은 시간에 '강초코'에서 '박청조'로 변신한 것만 같았다.
"사실 저는 그 두 캐릭터 모두 닮은 것 같아요. '강초코'처럼 발랄하고 톡톡 튀는 성격이나 '박청조'처럼 차분한 느낌까지요. 또 어떤 일이 닥쳤을 때 아무렇지도 않게 굳건하게 대처하는 것도 '박청조'랑 비슷하죠. 전 사실 눈물은 많은데요, 제 일에는 절대 울지 않는 편이거든요. 큰 일이 닥쳐도요."

◆이유비, 견미리 딸? "원래 배우를 꿈꾸던 아이"
'견미리 딸'이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조금 불편할 만도 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딜레마를 느끼진 않을까. '엄마' 견미리에 대해 물으니 굉장히 조심스럽게 답했다.
"엄마가 제 드라마를 보면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짚어주시니까 정말 큰 도움이 되죠. 특히 '구가의 서' 찍을 땐 저는 디테일한 건 생각을 못했어요. 근데 엄마는 '연기할 때 점 하나 쉼표 하나에 대해 생각하라'고 하시더라고요. 현대극처럼 두루뭉술하게 대사를 치면 안 되고 사극은 딱딱 떨어지는 맛이 있어야 한다고요. 사극 연기는 날 버리고 온전히 그 사람이 되어야 하거든요."
스물둘,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연기에 관한 눈매가 날카로웠다. 어렸을 때부터 견미리의 영향을 받은 까닭은 아닐지, 넌지시 물었다.
"아무래도 그런 영향이 컸겠죠. 하지만 어릴 적 꿈이 원래 뮤지컬 배우였어요. 영화배우도 되고 싶었고요."
확고한 그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롤모델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답변이 곧바로 날아왔다.
"할리우드 배우 나탈리 포트만이요. 정말 자연스럽고 부담 없는 그 이미지와 연기가 부러워요. 어떤 배역을 하든지 이질감이 없잖아요. 얼굴은 예쁜데 작품마다 그 예쁜 매력이 다르게 나오는 것 같아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느낌이 나는 사람이 진정한 배우가 아닐까요?"
어리지만 강단 있는 그 마음속에 어떤 연기관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졌다.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전 연기한다는 생각을 절대 안 해요. 연기할 때 어느 순간 몰입하는 집중력이 있는데, 그 느낌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이유비에게 '박청조'란? "내 또 다른 얼굴"
굉장히 귀여운 이미지였지만 얼음처럼 차가운 '박청조' 역에도 이상하리만치 잘 어울렸다. 전작의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사극이 처음이라 목소리 톤이나 인물의 디테일을 많이 생각했어요. 예를 들면 '박청조'는 극 초반 밝은 이미지라서 목소리를 조금 높게 말하지만 '강초코'와 달리 단아하면서도 차분한 면모를 강조해야 한다. 그런 디테일이요. 전 평소에도 콧소리가 있어서 목소리를 조금 눌러서 얘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도 '박청조'에게서 제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한 것 같아서 희열을 느끼기도 했죠."
촬영 전부터 캐릭터에 대해 많이 연구한 모양이었다.
"에휴, 그래도 감정신은 아직도 어려워요. 눈물이 안 나와서 몇 번씩 NG낼 때도 있었거든요. 제 연기를 점수로 매기자면 50점 정도? 정말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해서 50점을 줬고요. 그것까지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시청자의 몫이 아닐까요."
'구가의 서'가 첫 사극이라 부담도 컸겠지만 꽤 좋은 스코어로 마칠 수 있어서 후련할 것 같기도 했다. 종영 후 가장 하고 싶은 건 무엇인지 물었다.

"촬영이 한창일 땐 '끝나면 놀러다녀야지'라는 생각이 컸어요. 촬영 중간에 쉴 땐 매일 쓰러져 자고, 눈 떠보면 다시 촬영날일 만큼 힘들었거든요. 근데 막상 끝나고 나니까 허무한 마음만 크고, 뭘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이 막연해지더라고요. 괜히 앞으로 작품 활동도 걱정되고. 정말 열심히 하고 힘들었으니까 드라마 끝나면 '세이 굿바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여운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호호."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소화해낸 까닭에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다.
"다음 작품에서는 다시 발랄하고 까불까불한 역을 맡고 싶어요. 예전에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을 할 땐 엄청나게 발랄한 캐릭터라 여성스러운 역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여성스러운 '강초코' 역을 해보니 음침한 연기를 하고 싶더라고요. 근데 이번에 '박청조'라는 약간 음침한 역을 해봤잖아요? 그래서 이젠 다시 말괄량이 역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에서 '닭살 커플'도 연기해보고 싶고요."
욕심 많은 아가씨였다. 그만큼 앞으로 활동에 대한 포부도 클 터. 아니나다를까, 다부진 대답이 돌아왔다.
"'구가의 서' 촬영을 하면서도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연기가 괜찮나'라고 걱정 많이 할 때마다 응원해주시고 '청조'를 좋아해 주셨던 팬들 덕분에 이만큼까지 버티고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지켜봐 주시고 기대해주시면 절대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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