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영 인턴기자] '몸에 공을 부르는 자석이라도 붙었나?'
'추추 트레인' 추신수(31·신시내티 레즈)의 몸은 도무지 성할 날이 없다. 추신수는 23일(한국시각) 미국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6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시즌 개막 후 4월 한 달 동안 몸에 맞는 공만 벌써 10번째다. 이로써 추신수는 신시내티 팀 역사상 월간 최다 사구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지난 1903년 5월 마이크 돈린이 기록한 9개였다. 입단 첫 시즌부터 무려 110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팀 기록을 새로 쓴 엄청난 활약이다.
추신수는 상대 투수의 몸쪽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늘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 타석에 선다. 바깥쪽 공을 밀어치기엔 능하지만 약점인 몸쪽 공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추신수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는 상대투수들은 안타를 맞지 않으려고 몸쪽 공을 많이 던진다. 하지만 추신수는 몸쪽으로 바짝 붙은 공이 날아와도 출루를 위해 좀처럼 피하는 일이 없다. 지난 2011년 공에 맞은 손가락이 부러져 6주 동안 결장했던 아찔했던 기억은 당당하게 극복했다.
추신수는 타순이 1번과 3번을 오갔던 클리블랜드와는 달리 신시내티에선 오직 톱타자로만 출전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출루' 여부에 가장 노력을 기울인다. 맞고 또 맞더라도 임무 수행을 위해 여전히 홈플레이트 쪽으로 바짝 붙어 선다. 투수들이 행여나 바깥 쪽 공을 던지면 추신수의 날카로운 스윙에 여지
없이 안타로 연결된다.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 추신수의 강인한 정신력이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고 있다.
이쯤 되니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바로 '사구왕' 공필성(46) 롯데 코치다. 그는 현역 시절 방망이 솜씨가 빼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통산 성적이 타율 2할4푼8리 41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기록으로 평가할 수 없는 '근성'이 돋보였는 선수였다. 수비에서나 타석에서 좀처럼 몸을 사리는 일이 없었다. 특히 타석에서 자신의 몸을 향해 공이 날아와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공필성은 롯데 자이언츠 소속으로 1990년부터 11시즌을 뛰면서 총 94개의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11년을 뛰었으니 매시즌 평균 8.5개의 공을 몸으로 받아낸 셈이다. 특히 1995년에는 몸에 맞는 공 22개를 기록해 당시 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1999년 박종호(31개)에 의해 깨졌다.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공필성 역시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어 타석에 들어섰다. 공이 몸쪽으로 날아와도 어떻게든 팀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피하지 않았다. 나중엔 공에 맞는 요령까지 생겼는지 별다른 아픈 기색도 없이 1루로 걸어나가는 일이 잦았다.
사실 공필성의 통산 사구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10위에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야구 팬들은 공필성을 '근성의 대명사'로 기억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추신수가 '투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지금의 추세라면 1896년에 휴이 제닝스가 세운 51개의 몸에 맞는 볼도 가뿐히 넘어설 수 있다. 사실 몸에 맞는 볼은 타율이나 홈런, 타점 등에 비하면 기록적인 중요도가 높진 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서 나가고야 말겠다는 투지와 근성을 보여주는 기록이 될 수 있다. 물론 부상을 우려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추신수는 "부상도 운명"이라며 듬직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추신수의 두려움 없는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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