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상] 성남 김인성 "혼다 日 선수지만, 정신적 지주" (http://www.youtube.com/watch?v=2c9tSPujCzo&feature=player_embedded)
[탄천(성남) = 김용일 기자, 영상 = 조재형 기자] 좋은 기운이 전해져서일까. 성남 일화의 '新 해결사' 김인성(24)을 만난 건 그가 K리그 클래식 데뷔골을 터뜨린 14일 전북 현대와 경기가 열리기 나흘 전이었다. 당시 리그 5라운드를 치른 가운데 3무 2패로 9년 만에 최하위에 처한 성남의 분위기는 썩 좋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김인성을 만나고자 했던 건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며 이채로운 행보를 보인 그가 성남 반전의 키를 쥐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비롯됐다. 성남의 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난 그는 앳된 외모가 수줍은 말투를 지닌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다. 그러나 '축구', '도전'이란 말을 꺼내 들면 눈빛이 달라졌다. 마치 새끼 호랑이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는 듯해 천진난만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느낌이었다.
김인성은 <더팩트> 'K리그人'과 인터뷰에서 대학 축구 득점왕, 덴소컵과 20세 이하 대표 등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도 힘겨운 행보를 보인 축구 인생에 대해 가감 없는 얘기를 들려줬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강릉시청에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CSKA 모스크바로 깜짝 이적해 세간의 관심을 받은 김인성.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성남에 새 둥지를 틀어 제2의 비상을 꿈꾸고 있었다. 인터뷰 내용은 기사 뿐 아니라 <스포츠서울TV>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 "김태환 이승렬 김동섭, 또래들아 친하게 지내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훈련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러게요.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네요. 그래도 러시아에 있을 때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죠.(웃음) 따뜻하게 입고 훈련하니 크게 힘든 것은 없습니다.
- 성남이 5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2무 3패로 9년 만에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는데.
올 시즌 성남이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잖아요. 하나하나 맞춰가는 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나 역시 K리그에 처음 왔는데 아직 적응하는 과정이죠. 앞으로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아요. 안익수 감독께서도 '마음 편하게 뛰라'고 말씀하셔요. 형들도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면서 운동하라. 대신 생활은 편하게 하라'고 하시죠.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이후 '강호' 전북을 상대로 리그 첫 승 달성!)
- 아직 손발이 완벽하게 맞지 않은 원인도 있겠지만, 초반 부진의 구체적인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글쎄요. '마가 꼈나'(웃음) 들어가야 할 골이 들어가지 않았고요. 실점해야 할 골이 아닌데 실점한 상황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뛰면서 축축 처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서로간의 믿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인터뷰 전 안 감독을 만나 뵙고 얘기를 나눴어요. 훈련 분위기를 여쭤보니 "인성이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라고 하더군요.(웃음) K리그에서 안 감독의 '스파르타식 훈련'은 잘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어떤가요?
훈련 때 단 몇 초라도 한 눈을 팔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선수를 잘 잡아내세요.(웃음) 그럼 불호령이 떨어지죠. 운동할 때는 집중해야 하죠. 그 시간 만큼은 정말 엄격하세요. 모든 선수가 성장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잘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구단 프런트에게 물어보니 안 감독은 선수들이 식사할 때나 단체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통일된 복장 등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강조한다)
- 감독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혹여 엄격한 분위기 외에 '이런 점도 고려해줬으면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요.
프로 선수라면 감독의 지시에 따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선수들이 재미있고 웃고 떠드는 문화도 중요하다고 보죠. 비록 성남의 성적이 좋지 않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 웃고 자유분방하게 하면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 웃어야 복이 오잖아요? (안 감독은 평소 '음유시인'이란 별명이 있는데) 정말 듣다보면 다 맞는 말씀을 하세요.(웃음) 지금 딱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런데 계속 듣다보면 헷갈리는 말도 있어요.(웃음) 선수의 몫이죠.

- 지난달 30일 대구 원정 경기에서 K리그 클래식 데뷔전을 치렀는데 느낌이 어땠나요? 국내 프로 무대를 경험해보니 소감은요.
모스크바에서 데뷔전을 치렀을 땐 정신이 없었어요. 대구와 경기도 긴장을 했죠. 축구를 하면서 K리그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드디어 뛴 다는 것에 뜻깊었고요. 긴장은 됐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뛴 것 같아요. 모스크바에 있었을 때보다 더 기억에 남고요. K리그는 러시아 리그와 비교해서 힘은 떨어질지 모르겠으나 체력이나 근성, 개인전술은 앞선다고 생각해요.
- 성남에 와서 어느 선수와 가장 친하게 지내고 있나. 혹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선수가 있다면요.
정지안 선수와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지난 겨울 성남에 합류해서 운동을 했을 때부터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나눴거든요. 반면 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선수는 아무래도 또래 선수들인 김태환 이승렬 김동섭이죠. (영상 편지를 남긴다면) 하하. 그 정도로 안 친한 것은 아닌데. 음, 태환아 넌 첫인상이 무서웠는데 친하게 지내자. 그리고 승렬이는 나 그만 놀렸으면 좋겠고.(웃음) 동섭이는 (스타 크래프트) 게임 연습 좀 더 하고 나 이기도록 해봐.
- 이승렬 선수가 어떻게 놀리는가.
한 마디 한 마디 콕콕 찌르는 말을 한다.(웃음) (잘 받아주는 편인가요) 전 받아주는 편이죠. 그러다가 가끔 독설을 날립니다. 예를 들어 승렬이가 감바 오사카 시절 시내에서 김치찌개를 15만원 주고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왜 오사카에서 비싼 식당을 골랐느냐. 말이 안 된다. 난 모스크바에서 2만5000원짜리 먹었는데'라고 말하면서 티격태격하다가, 후배들 보는 앞에서 '그거 사먹는 X이 멍청이'라고 했어요.(웃음) 조금 뻘쭘해하더라고요. 미안해!

◆ "혼다 日 선수 떠나 정신적 지주, 클럽도 같이 갔죠"
- 지난해 모스크바로 깜짝 이적하면서 '신데렐라'로 불리며 수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어요. 당시 심경은 어땠나요.
그런 것을 느낄 겨를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한창 모스크바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을 때였죠. 2011년 11월부터 모스크바에서 테스트를 받고, 터키로 이동해서 2군에서 훈련했죠. 2군 감독에게 인정을 받아 1군에 가서 또 1차, 2차 테스트를 받았고요.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을 때야 '아, 이제 입단하겠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과정을 다시 밟고 싶지 않을 정도로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 힘들었습니다.
- 아쉽게 3월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전 데뷔 경기 이후 출전 기회가 적었어요.(정규리그와 컵대회 각각 1경기 소화) 레오니드 슬러츠키 감독에게 섭섭하지 않았나.
당연히 경기에 내보내지 않을 땐 섭섭하죠. 하지만 동료들과 같이 훈련을 하다보면 인정하게 돼요. 정말 잘해요.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뛰고 싶은 마음이 큰 거죠. 사실 개인 운동을 많이 했어야 했는데 다소 방심한 것 같아요. 그해 6월이 지나서야 '아, 더 많이 보여줬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게 됐죠. 슬러츠키 감독도 구단으로부터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는 상황이었어요. 모험을 할 수 없었죠.
- 당시 슬러츠키 감독은 어떤 말을 해줬나요.
"인성이 너를 다 보고 있는데 구단 상황이 좋지 않다. 이해해달라"는 뉘앙스로 말씀을 하셨어요. 미련은 많았지만, 제가 뭣 모르고 러시아에 간 것도 잘못한 것이죠. 영어나 외국어 하나 정도는 잘 해놓고 갔어야 했는데…. 언어가 기본이거든요. 선수들과 친해지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잘 만들어서 국외 진출을 해보고 싶죠. (국내 유턴하기 전 러브콜도 있었다고요?) 우즈베키스탄의 파크타코르와 러시아 리그 내 하부 클럽에서 날 원한다고 들었는데 국내에 오고 싶었어요.

- 유럽에 진출하면 미련이 워낙 커서 국내에 들어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요.
그렇죠. 하지만 춥고 외로웠죠. 지금은 가족들도 있고 친구들도 있으니까요. (후배들이 러시아에 진출한다면?) 언어를 기본적으로 익히고 외롭지 않게 생활하는 부분을 강구했으면 해요. 러시아 클럽들이 재정도 안정적이고 수준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인천 김남일 선수 얘기로는 러시아가 워낙 추워서 몸에 핫팩을 붙이기도 한다고?) 정말 춥긴 해요. 핫팩을 발바닥에 많이 붙이죠. 운동을 많이 하면 몸에 붙일 정도는 아니에요. (아, 그럼 김남일 선수 운동량이 적었나요?) (...) 그건 아니죠.(웃음) 존경하는 선배입니다.
- 아무래도 일본 국가대표인 혼다 케이스케가 있었던 모스크바여서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혼다와 알란 자고예프밖에 몰랐죠. (국내 팬들은 혼다에 대해 차가운 이미지였는데 김인성을 통해 변한 것 같다) 선수로 봤을 때 굉장히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기량은 물론 생활면에서 프로페셔널한 선수였어요. 자기 관리가 매우 철저하죠. 예를 들어 체력 운동을 해도 옆에서 매니저가 세밀하게 체크를 해요. 이후 알맞는 보충제를 복용하고 식단을 짜죠. 체계적입니다. 옆에서 많이 보고 배웠어요.
- 혼다 선수와 식사도 같이 하고 상당히 가깝게 지냈다고 들었어요. 구단을 대표하는 일본 선수가 신인급인 한국 선수에게 호의를 베푼 것에 대해 국내 팬들도 관심이 많았어요.
친하게 지냈어요. 밥도 자주 먹고 얘기도 많이 하고요. (무도회장, 클럽도 간적 있나요?) 하하. 솔직히 딱 한 번 혼다와 같이 갔어요. 모스크바 클럽은 우리나라와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어떻게요?) 음, 한 번 가보면 아실것 같아요.(웃음) 사실 혼다와 계속 같이 다니면서 깊은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언어가 문제였죠. 집이 바로 옆 동이어서 차도 태워주더라고요. 그리고 혼다가 모스크바에서 딱히 친한 선수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랑 더 잘 어울렸고요.
- 이후 혼다는 자국 언론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등 개념있는 선수라는 인식이 국내 팬들에게 알려졌어요. 비록 '이적설 종결자' 등 모스크바를 떠나지 못한다는 굴욕적인 기사도 쏟아졌지만요.
워낙 모스크바에서 인정받으니까요. 구단에서 쉽게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올해 계약이 종료되니까 더는 잡아두지 못하겠죠. 본인은 스페인에 가고 싶어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 올때 연락처를 묻고 싶었는데 참 부끄러워서…. 어쨌든 그 일본 선수를 떠나서 정신적인 지주였고 본받을 점이 많았어요.

◆ "힘들수록 잘 된다는 생각해요" 긍정의 힘
- 국내 들어올 때 부모님이 아쉬워하지 않았나요.
아쉬움 반, 반가움 반인 것 같아요.(웃음) 물론 '조금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운 반응이 있으셨죠. 그래도 가족이 있으니까 그간의 갈증이 해소된 것 같아요.
- 성균관대 재학 시절 득점왕(2010 가을철 대학축구대회), 덴소컵과 20세 이하 국가대표를 경험했는데.
20세 이하 대표팀은 딱 한 번 간거고요.(웃음) 당시 김보경 홍정호 등 지난해 런던올림픽 축구 남자 동메달 세대들이 많았죠. 지금도 그 친구들이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나도 나 나름대로 잘 됐으면 하고요. 물론 유럽에 진출한 친구들이 팀에서 자리를 잡고 골도 넣는 모습을 보면 대단한 것 같아요. 버티기도 쉽지 않은데.
-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도 힘겨운 행보를 보였는데요.
음, 엄청 힘겨웠죠. 그러나 힘들수록 계속 잘 되는 생각을 했어요. 그 순간이 짜증나더라도 훗날 '더 잘 되겠지'라고 믿었죠.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열심히 한 것 같고요. 일련의 시간들이 소중한 경험인 것 같아요.

- 축구 외에 개인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요?
우선 훈련을 마치고 일지를 써요.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얻었는가에 대해 정리를 하죠. 그리고 영어 단어를 외우는 등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때가 있어요. 그러다가 형들과 스타크래프트를 하죠.(웃음) 원래 잘 하지 않았는데 성남에 오니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누가 가장 잘하나요?) 지금은 제가 가장 잘해요.(웃음) 처음에는 비슷했는데 이젠 제가 잡은 것 같아요.
- 국내·외 선수를 통틀어서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우선 국내에선 다들 인정하는 박지성(퀸즈파크 레인저스) 선배. 실력을 제쳐두고 힘든 유럽 무대에서 계속 헤쳐나가는 모습이 대단한 것 같고 존경스러워요. 그런 압박감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명문 팀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알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만나보고 싶어요. (박지성 선수가 내년에 성남으로 이적한다면?) 하하.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플레이스타일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누구나 다 그런 선수처럼 되고 싶겠죠. 워낙 잘하니까요. (호날두와 100M 달리기를 한다면) 엄청난 차이로 질 것 같아요. 축구가 빠르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에 맞게 다 잘해야 해요.
- K리그 클래식에 온 김인성을 환영하는 축구 팬들이 많아요. 경기 감각 끌어올려서 앞으로도 멋진 활약을 보여주길 바랄게요. 성남 팬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상황이 좋지 않지만, 코치진과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해보자는 마음이 강합니다. 조금 더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챔피언의 위용을 되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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