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희 기자] 한때 금융권 ‘4대 천왕’이라고까지 불렸던 ‘MB맨(이명박 정부 인사)’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김승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사퇴했고, 이제 남은 사람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둘 뿐이다. 남은 어 회장과 이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도 점점 세지고 있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MB맨’들이 떠난 자리에 어떤 인사들로 채워지느냐다. 대표적 ‘MB맨’으로 손꼽히는 강 회장이 산은금융을 떠난 바로 그날, 박근혜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이자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몸담았던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가 차기 산은금융 회장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MB맨’이 떠난 금융권에 박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강 회장은 이임식에서 “40여년 공직생활 동안 한자리 3년을 채운 적이 없었다.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도 하지 못하고 그룹의 불안한 운명을 앞두고 떠나야 한다”면서 “사람은 들고 남을 분명히 해야 한다. 올 때도 거절하다 왔고 갈 때도 붙잡히다 늦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융권 4대 천왕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털어놨다. 강 회장은 “버티기 하는 것도 아니고, 사천왕도 아닌데 듣기 싫었다”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산은금융을 떠난 이날,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 회장을 겨냥해 사실상 퇴진 압박을 공론화했다. 신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이) 알아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면서 “(차기 우리금융 회장 적임자는) 정부의 민영화 방침과 철학을 같이할 수 있는 분이 맡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지주회장들의 퇴임 여부에 대해 신 위원장은 “합리적으로 여러분들이 예측하는 대로 될 것”이라며 어 회장과 이 회장의 조기 퇴진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신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 회장이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스스로 거취를 정해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같은 날 산은금융의 회장의 빈자리는 박 대통령의 동문으로 채워졌다. 차기 산은금융 회장으로 지목된 홍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새 정부의 금융정책과 정책금융체계 재편 논의에 깊이 관여했다. 홍 교수는 박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 원장, 김인기 중앙대 교수와 함께 대표적 서강학파로 분류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등 ‘MB맨’들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면서 “신 위원장이나 정부의 뜻이 ‘낙하산 인사 척결’에 맞춰진 만큼, 남은 ‘MB맨’들도 조기 퇴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자리에 ‘친박’계 인사들로 채워지느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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