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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프리즘] '박찬호의 61번'과 싸우는 류현진의 묘한 운명


[신원엽 기자] 미국 무대로 뛰어든 '괴물 투수' 류현진(26)이 LA 다저스의 선발 자리를 놓고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그 정상급 '원투펀치 좌완 클레이튼 커쇼와 우완 잭 그레인키를 제외하면 약 6명의 선수와 '넘버3' 자리를 놓고 '예비 고사'를 치르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베테랑' 조시 베켓이 가장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데, 그에게선 어딘가 모르게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향기'가 난다. 지난 시즌 도중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다저스로 이적한 그의 유니폼에는 같은 옷을 입고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박찬호의 등번호 '61번'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완 베켓은 지난해 8월 다저스로 이적했다. 등번호 19번을 버리고 61번을 선택하며 새 출발을 시작했다. 지난 시즌 7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한 그는 2승 3패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하며 보스턴에서 보이던 부진을 확 털어버렸다. '부활'을 알리며 이적 첫 시즌을 마쳤고, 지난 27일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샌프란시스코와 시범경기에서 2이닝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26일 시카고 컵스전에 나란히 등판해 각각 2이닝 5피안타(1홈런) 2실점, 2이닝 3피안타(2홈런) 2볼넷 4실점을 기록한 우완 채드 빌링슬리와 좌완 크리스 카푸아노와 대조를 이뤘다. 28일 컵스전에 나서 2이닝 5피안타 1볼넷 4실점으로 부진한 우완 애런 하랑도 눌렀다. 시범 첫 경기지만, 매 경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류현진이 반드시 넘어서야 할 상대가 바로 베켓이다.





2012 시즌 도중 LA 다저스로 이적한 조시 베켓은 과거 박찬호의 등번호 61번을 자신의 새 유니폼에 새겼다. / 유튜브 영상 캡처
2012 시즌 도중 LA 다저스로 이적한 조시 베켓은 과거 박찬호의 등번호 61번을 자신의 새 유니폼에 새겼다. / 유튜브 영상 캡처


류현진은 1994~2001시즌까지 다저스에서 등번호 61번을 달고 전성기를 보낸 뒤 2008시즌 다시 돌아와 재기에 성공한 '진짜' 박찬호의 발자취도 잘 기억해야 한다. IMF 시절 국내 팬들에게 희망을 안긴 선배의 '과거'를 뛰어넘으면 더할 나위 없다. 박찬호는 데뷔 첫해 평균자책점 11.25로 부진하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1996시즌에 5승 5패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하며 서서히 진가를 보이더니 1997시즌 선발 투수로서 꽃을 피웠다. 그해 14승 8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고, 이듬해에는 15승 9패 3.71을 적어냈다. 선발 투수로 본격적으로 나선 1997시즌부터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챙긴 박찬호는 특히 2000시즌에 정점을 찍었다. 18승(10패)에 평균자책점 3.27로 메이저리그 진출 이래 가장 좋은 기록을 남겼다. 타선의 지원만 더 받았다면 20승도 가능한 시즌이었다. 삼진은 무려 217개나 잡아냈다. 데뷔 첫해 보크에 애를 먹는 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성장한 박찬호의 '향기'를 류현진은 지난 시즌 한화에서 맡아봤다.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2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첫 시범경기에서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이 남긴 말이다. 그는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제 첫 경기를 했을 뿐이다. 한 경기만 놓고 투구 내용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시범 경기이고, 특히 1~2이닝을 던지며 컨디션을 점검하는 등판이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모든 투수의 경기력을 어떤 식으로든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약 5이닝을 소화하는 시범 경기 때 인상적인 투구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류현진은 3월 2일 강타자들이 즐비한 LA 에인절스와 시범 경기에서 첫 선발 등판한다. 3이닝을 던질 예정이며, 맞상대는 지난해 노히트 노런과 20승 8패를 기록한 에이스 제러드 위버로 알려졌다. "시범경기를 끝까지 잘 지켜본 뒤 선발진을 구성할 것"이라는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wannabe2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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