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일 기자] 같은 공간에서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부활을 다짐하는 정성훈(대전 시티즌)과 박기동(제주 유나이티드)이 '신화의 섬'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각각 전남, 광주에서 현 소속팀으로 적을 옮긴 이들은 삼다도의 기운을 받기 위해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누구보다 복잡한 갈림길에 섰을 때 자신을 불러준 팀이기에 양어깨에 짊어진 책임도 막중하다.
◆ 김인완 대전 감독 "정성훈 노장 대우 없다"
정성훈은 7년 만에 친정팀인 대전으로 돌아왔다. 2002년 프로 데뷔 이후 11시즌 동안 234경기를 뛰며 53득점 24도움을 올린 그는 2004~2007년 대전의 최전방을 책임진 뒤 부산 아이파크와 전북 현대, 전남 드래곤즈를 거쳐 다시 대전으로 돌아왔다. 키 190cm 몸무게 84kg의 정성훈은 장신임에도 유연한 몸놀림이 장점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만큼 발전 속도는 더뎠다. 지난해 하석주 감독이 부임한 전남이 젊은 선수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면서 다른 길을 모색해야 했다. 적잖은 이적료와 나이는 타 팀 이적을 가로막았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영입 제안이 왔으나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김인완 대전 신임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정성훈과 김 감독은 부산에서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었다.
애초 정성훈은 김 감독의 부임 소식을 듣고 축하 전화를 했다. "날 한 번 써보시라"며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하자 김 감독은 "넌 몸값이 비싸서 쓸 수 없다"고 받아쳤다. 그러나 이후 "대전에서 희생할 수 있겠느냐"는 김 감독의 깜짝 제안에 정성훈은 연봉 삭감을 불사하고 짐을 쌌다. 그렇게 두 사람은 '축구 특별시' 대전 부활에 선봉장이 된 것이다.
김 감독은 13일 <더팩트>과 통화에서 "마음속으로 (정)성훈이를 잊지 않았다. 부산에서 전북으로 갔을 때 경기를 유심히 봤다. 포지션 경쟁자가 많아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 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전남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며 "'선수 인생 마지막으로 헌신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동국(전북)이 나이가 많다고 못 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성훈이도 마찬가지다.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성훈이는 제어하기 쉬운 선수가 아니다"라며 웃은 그는 "난 자신 있다. 노장 대우보다는 경쟁으로 후배의 발전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12일 대전 선수단 훈련 캠프에 합류한 그는 쉬는 날에도 스스로 훈련 일정을 짜 운동장에 나가는 등 절치부심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성훈이도 몸 관리만 잘하면 김한윤처럼 39살 이상까지 풀타임으로 뛸 수 있을 것"이라며 제자의 분발을 요구했다.
◆ 박경훈 제주 감독 "박기동, 즐겁게 하라"
'미완의 대기'로 불린 박기동은 '킹 방울뱀 축구'를 꿈꾸는 박경훈 감독 품에 안겼다. 지난 시즌까지 광주에서 진흙 속 진주로 평가받은 그는 팀이 K리그로 강등되면서 거취를 두고 고민해왔다. 일본 J2리그 기후를 떠나 2011년 창단팀 광주에 입단한 박기동은 그해 3월 국가 대표에 발탁되는 등 박주영을 이을 차세대 공격수로 거듭났다. 그러나 추락하는 광주와 함께 발전 속도도 눈에 띄지 못했다. 두 시즌 동안 62경기에 출전해 8골 10도움을 올렸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박 감독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잠잠한 행보를 보인 제주가 수비수 박병주와 현금 8억 원을 더해 박기동을 데려온 것은 그만큼 '믿고 쓰겠다'는 것이었다.
박 감독은 <더팩트>과 통화에서 "2011년부터 관심을 두고 지켜본 공격수였다. 191cm 큰 키에 볼 소유 능력과 기술이 좋다는 것을 느꼈다. 헤딩과 등지는 기술도 괜찮더라. 아직 파괴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골 결정력이 뒷받침된다면 좋은 선수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박기동은 패스 위주의 전술을 펼치는 제주에 입단한 것에 만족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운동한 광주 시절과 다르게 K리그 클래식 정상급 클럽하우스와 훈련 시설을 지닌 제주에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박 감독의 축구 철학도 존경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운동장에서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한 박 감독은 "지도자로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줘야 한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면 부족한 부분을 금세 보완할 것이다. (박)기동이의 의욕이 시작과 끝이 변함없도록 이끌겠다"며 애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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