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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2013] '女축구 부활 선봉장' 전은하 "여민지는 배울 점 많은 동료!"





여자실업축구 전북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공격수 전은하. / 배정한 기자
여자실업축구 전북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공격수 전은하. / 배정한 기자


[인천 = 김용일 기자] 최근 한국 여자 축구는 '난파선'에 비유된다. 대한축구협회(KFA)에 등록된 1500여 명의 많지 않은 선수들은 '세상이 내일 멸망할지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심정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열악한 환경을 딛고 20세 이하와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각각 3위와 우승 신화를 일궈낸 여자 축구의 영광은 어느새 아련한 추억이 됐다. 2011 여자 월드컵과 2012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는 그야말로 치명타가 됐다.

그런 가운데 2012 KFA 올해의 선수상과 여자 대학부 최우수 선수상 등 2관왕에 오른 전은하(20·전북KSPO)는 '이중지련(泥中之蓮)'을 써 진흙 속에 핀 연꽃을 상기시켰다. 지난해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4골을 넣으며 주목받은 그는 단숨에 한국 여자 축구의 '걸출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10일 중국 영천 4개국 친선대회에 출전하는 여자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윤덕여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처음 갖는 국제대회다. <더팩트>은 새해 둘째 날인 2일 여자 실업 축구 WK리그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숙소가 있는 인천 경정훈련원을 찾아 그를 만났다.

'상투 머리', '구자철' 등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행동과 말 한마디에 인터넷 검색어를 장식하기도 한 전은하는 앳된 겉모습과 다르게 남다른 승리욕을 지닌 20대 소녀였다. 어찌 보면 나이 숫자와 관계없이 번뇌와 욕심이 아니니 진정성 있는 고뇌와 사색으로 꿈을 위한 여정을 만들고 있었다. 때로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훈련하느라 힘들었는데 인터뷰로 빼주셔서 고맙다"며 익살스러운 경상도 아가씨의 모습을 보였다.





한파 속에서도 KSPO 동료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전은하.
한파 속에서도 KSPO 동료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전은하.

◆ "올해의 선수상 호명됐을 때 멍했다"

- 다시 한 번 2012 KFA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오른 것을 축하한다. 본인의 수상을 예상하지 않았나.

아니다.(웃음) 대학 최우수 선수상은 소문을 듣긴 했는데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을 줄은 몰랐다. 당시 (이)소담 선수가 옆에 있었는데 올해의 선수 후보에 내 사진이 뜨자 "언니가 받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에이, 그럴 리가 있느냐"고 했는데 정말 내가 받아서 놀라고 멍했다.

- 대학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는데 설마 또 상을 줄까 반신반의한 것인가.

그렇다. 무엇보다 쟁쟁한 선후배들이 많았기에 생각하지 못했다. (선배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음, 죄송하다.(웃음)

- 지난달 7일 WK리그 신인 선수 선발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 5순위로 KSPO 유니폼을 입었다. 성인 무대에 뛰어든 소감은.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대학 때까지는 학교별로 실력 차가 컸는데 실업에선 언니들의 기량이 매우 뛰어나다. 훈련할 때 더 긴장되고 집중한다. 빨리 시즌에 들어가고 싶다. 재미있을 것 같다. (견제는 없나?) (김)상은 언니가 공 뺐기 연습에서 일부러 내게 공을 세게 차더라.(웃음) 술래로 만들려고 한다.





작년 12월 7일 여자실업축구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 5순위로 전북 KSPO 유니폼을 입은 전은하.
작년 12월 7일 여자실업축구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 5순위로 전북 KSPO 유니폼을 입은 전은하.


- 미디어와 팬들은 애초 전은하는 1차 지명 1순위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본인도 부담을 느꼈다고 하던데.

1순위 지명 못 받았다고 섭섭하진 않았다. 주변 분들이 1순위가 될 것이라고 하셔서 부담은 됐다. (원했던 팀은) 진심으로 KSPO였다. 지난해 신생팀인데도 3위를 차지했다. 구단 지원도 좋고 축구 색깔이 마음에 들었다. 한 마디로 끌리는 팀이었다.

- 팀 분위기는 어떤가.

선배 언니들이 편하게 대해준다. 공을 잡았을 때도 항상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를 해주는데 예전보다 문전에서 직접 해결하려는 적극성이 길러진 것 같다. (첫해 득점왕 욕심 있나?) 솔직히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생각이다.





상투머리를 한 전은하(가운데)가 지난해 8월 26일 U-20 여자월드컵 조별 리그 브라질전에서 수비수들 사이로 드리블하고 있다. 제공|대한축구협회
상투머리를 한 전은하(가운데)가 지난해 8월 26일 U-20 여자월드컵 조별 리그 브라질전에서 수비수들 사이로 드리블하고 있다. 제공|대한축구협회

◆ "상투 머리 탄생 비결은 미용사 母 추천"

- 지난해 월드컵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대회 4골을 넣으며 국내 팬들에게 전은하를 알렸다. 대회 직전 언론에 주목받을 것을 예상했나.

전혀 생각지 못했다. 대회 기간에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을 했는데 내 기사가 떴더라.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려놓은 게 기사화됐는데 깜짝 놀랐다. (문소리 심서연을 잇는 얼짱 스타라고 보도됐는데) (웃으며) 정말 부끄럽다. 얼짱이란 기사 볼 때마다 언니들이 '말이 되느냐'며 매일같이 웃는다. 난 전혀 얼짱이 아니다. 요새 예쁜 여성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 당시 8강에서 일본에 아쉽게 졌다. 그러나 전은하의 독기를 품은 눈빛이 인상적이었는데.

정말 지기 싫었다. 지고 나서도 한 번 더 했으면 할 정도로 억울했다. 다음에 만나면 꼭 되갚아 주겠다.

- 대회 초반엔 여민지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조별 리그에서 다치면서 최전방 공격수로 이동했는데.

(여)민지가 없다고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스스로 마음 편하게 플레이하자고 다짐했다. 그랬더니 뜻밖에 골이 잘 들어간 것 같다. (일각에선 여민지와 라이벌 관계를 거론하는데) 그건 아니다. 민지와 친한 사이이며 배울 점이 많은 동료다. (지소연 여민지와 본인을 비교한다면) 두 선수는 골을 잘 넣는 해결사. 난 골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잘 하는 것 같다.


- 대회 기간 내내 긴 머리를 돌돌 말은 '상투 머리'로 화제가 됐는데.

어머니가 미용사다. 고등학교 때 스스로 머리를 돌돌 말아 올렸다. 이후 다른 머리를 했는데 어머니가 'X머리 훨씬 낫다'고 하더라.(웃음) 언론에서 상투 머리라고 해서 웃었다. 경기 할 때 길게 묶은 것보다 훨씬 편하고 워낙 고정이 잘 된다. 동료도 해달라고 부탁하더라.

- 공중볼 다툼할 때 불편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그런데 간혹 헤딩했을 때 머리가 풀리지 않고 고정돼 있어서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튕긴 적은 있다.(웃음) (WK리그에서도 상투 머리는 계속되는 건가) 물론이다.





실업 진출 전 강원도립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전은하.
실업 진출 전 강원도립대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전은하.

◆ "대학까지 연애 금지…비밀 데이트는?"

- 물리면서도 공격적인 질문일 것 같다. 축구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프로축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전만호 전 영덕 강구중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 '축구를 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준비운동을 할 때 다리를 드는 게 싫어 하루 만에 안 한다며 뛰쳐나왔다. 그런데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는데 중학교 때까지 방황했다. 하지만 포항여자 전자고등학교 시절부터 마음을 잡고 축구에 전념했다.

- 국가대표로 성장한 딸을 보면 흐뭇하시겠다.

물론이다. 이제 실업 선수가 됐으니까 더 효도하고 싶다.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을 비롯해 평소 고마웠던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첫 월급은 지인들에게 선물한다고 하더라. 다 쓰고 싶다.(웃음)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대회 기간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렸다가 네티즌의 큰 관심을받았다. / 전은하 미니홈피 캡처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대회 기간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렸다가 네티즌의 큰 관심을받았다. / 전은하 미니홈피 캡처

- SNS를 보면 영락없는 20대 소녀다. 학창 시절 춤과 컴퓨터, 사진 등 다재다능했다고.

중학교 때까진 무뚝뚝하고 조용한 편이었다. 축구를 하면서 성격도 활발해진 것 같다. 재미있는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장난도 늘고 예전보다 밝아졌다.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고 영화도 즐겨본다. ('셀프 촬영' 사진도 인상적이던데 비법은) 우선 아래서 찍으면 안 된다. 그리고 보정을 잘해주는 앱이 요새 많다.(웃음)

- 남자 친구는.

없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와서도 연애는 금지였다. 조 감독께서 연애는 운동을 방해한다며 될 수 있으면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물론 일부 선수들은 몰래 했지만….(웃음) (본인도 몰래 연애를 했나) 음, (시선 돌리며) 난 그렇지 않았다. 당시 감독께선 캠퍼스 내에서 남학생들과 서 있는 것만 봐도 화를 내셨다. 그럴 땐 징징대는 애교를 폈다. 그럼 넘어가셨다.(웃음)

- 이상형이 있나.

딱히 바라는 이상형은 없다. 다만 첫 느낌을 중요시한다. (굳이 바라는 게 있다면) 성격이 활발하고 긍정적이었으면 좋겠다.

- 영천 4개국 친선대회 등 국가 대표 경기에 나서게 됐다. 올해 실업 팀과 국가 대표에서 전은하의 활약이 한국 여자 축구에 중요한 부분이 됐다. 각오 한마디 해달라.

국가 대표에서도 선배들과 잘 어울려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겠다. 또한, 전북 KSPO가 올 시즌 WK리그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 선배들과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 마지막에 웃겠다. <더팩트> 독자 여러분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길 기원한다.


<글 = 김용일 기자, 영상 = 김동준 기자, 사진 = 배정한 기자>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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