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일 기자] '주장, 그까짓 거~'
무릎을 다쳐 사실상 전반기를 마감한 박지성(31·QPR)에게 '주장 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시선이 비쳐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박지성에게 중요한 것은 '주장 완장'이 아니다. 주장 완장에 대한 부담스러운 시선에 개의치 않는 게 후반기 복귀를 앞둔 우선 과제다. 주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아 QPR로 이적할 때 가진 초심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QPR 주장' 박지성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축구에 커다란 의미다. '벽을 깬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잉글랜드 축구에서 외국인 선수, 그것도 아시아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팀의 주장을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시즌에도 19개 팀 중 외국인 선수가 주장을 맡은 것은 4팀 뿐 이었으며 올 시즌에도 7팀에 불과하다. 아시아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시아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주장이란 타이틀은 자부심을 품을만한 새로운 역사다. 무엇보다 '순둥이'로 불리면서도 경기장 내외에서 솔선수범하는 박지성이 주장을 맡은 것은 '한국적인 리더십'이 잉글랜드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박지성이 7시즌 간 몸을 담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QPR을 선택한 것은 선수 황혼기를 알차게 보내고 싶은 욕구가 크게 작용했다. 맨유에서 지난 시즌 하반기를 대부분 벤치에서 보낸 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하위권 팀인 QPR을 선택했다. 애초 언론에서 말한 것처럼 15, 16위를 차지하더라도 "원 없이 뛴다"는 게 주목표였다. 주장 완장은 새로운 목표로 전진하는 데 가속도를 붙였을 뿐이다. 주된 동기부여는 경기장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마음가짐 하나였다.
시즌을 거치면서 현지는 물론 국내 언론과 팬의 시선이 박지성 주장 완장에 가장 초점이 맞춰진 게 사실이다. 경기에서나 생활에서나 '주장'이란 코멘트와 함께 평가를 받았다. 주장이 그만큼 책임감을 지닌 상징적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주장 완장'의 유무가 박지성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가 대표에서도 주장을 맡은 그가 QPR에서 과거 '한 가닥'했던 스타급 선수들을 한데 모으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점에서 아시아 선수가 큰 무대에서 주장 완장을 달았을 때 가져야 할 새로운 교훈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영국의 한 일간지에 따르면 레드냅 감독은 박지성의 주장 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올 시즌 영입된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불화설은 물론 최근 경기 흐름이 살아난 가운데 주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지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 정상적인 궤도에 들어서는 것이며 자신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애초 목표가 '주장 완장'이 아니었듯이 후반기를 맞이하는 박지성의 마음속엔 초심이 크게 작용해야 할 것이다. 설령 QPR에서의 주장 생활이 실패로 귀결되더라도 그가 해야 할 일은 많다.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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