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재근 기자] 삼성그룹을 확고부동한 재계 1위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이건희(70) 회장이 어느덧 취임 25주년을 맞았다. 오늘날 삼성의 모습은 개인의 업무능력과 성과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식이 일궈낸 산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란 평가가 많다.
철두철미한 인사방침으로 유명한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식 때문에 삼성가의 인사는 늘 관심의 대상이다. 이건희 회장의 두 사위의 인사도 마찬가지다. 그룹경영에 있어 조연에 만족해야 했던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사위들과 달리 이건희 회장의 두 사위는 그룹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과연 주연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스포트라이트 받지 못한 선대회장의 사위들
국내 재계에서 '백년손님' 사위에게 그룹의 경영권을 넘겨주는 사례는 많지 않다. 삼성그룹의 선대회장인 고 이병철 회장 역시 자신의 사위들을 전문경영인으로서의 활동만 허락했을 뿐, 경영일선의 주연 대열에는 올리지 않았다.
삼성그룹의 선대회장인 고 이병철 회장의 사위는 모두 5명. 장녀인 이인희(84) 한솔그룹 고문의 남편인 조운해(87) 전 강북 삼성병원 명예이사장, 차녀 이숙희(77)씨의 남편 구자학(82) 아워홈 회장, 삼녀 이순희(72)씨의 남편 김규 제일기획 상임고문, 사녀 이덕희(71)씨의 남편 고 이종기 전 삼성화재 회장, 오녀 이명희(69) 신세계그룹 회장의 남편 정재은(73) 신세계 백화점 명예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병철 회장의 사위 대부분은 그룹경영에 크게 참여하지 않았다. 첫째 사위인 조운해 전 명예이사장은 삼성가의 일원이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의료인으로서 활동했을 뿐 그룹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대학교수 출신인 셋째 사위 역시 그룹경영에 합류하지 않았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막내사위인 정재은 명예회장 역시 삼성과 신세계 두 그룹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지만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남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닐 만큼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룹경영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사람은 둘째사위 구자학 회장이었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으로 1957년 이숙희씨와 결혼한 구자학 회장은 본가인 LG가 아닌 처가인 삼성에서 경영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병철 회장의 신임을 얻었던 구자학 회장은 결혼 이후 10여년간 제일제당, 동양TV의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1973년 호텔신라의 초대 사장과 에버랜드의 전신인 중앙개발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는 등 그룹 내 입지를 다지는 듯 했다.
하지만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당시 전자업계의 선두업체였던 LG와 갈등이 심화, 구자학 회장의 입지도 점차 좁아져갔다. 결국, 1974년 삼성의 반도체 사업진출을 계기로 사돈 간 갈등이 극에 달했고, 2년 뒤인 1976년 구자학 회장은 삼성그룹의 모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본가인 LG로 돌아갔다.
◆ 이건희 두 사위, 삼성그룹 '사위경영' 새 역사 쓰나

이건희 회장의 두 사위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개인의 업무능력과 성과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식이 두 명의 사위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마지막까지 사위를 '백년손님'으로 받아들였던 선친 이병철 회장 때와는 분명히 다르다.
올해 나이 44세로 동갑내기인 이건희 회장의 첫째 사위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각각 부사장(2010년)과 사장(2011년)으로 승진하며 입지를 다지는 등 경영전반에서 순항 중이다.
특히, 김재열 사장은 지난 2010년 12월에 있었던 삼성 임원 인사에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석 달 만에 사장으로 승진되는 등 그룹 내 핵심인물로 거론될 만큼 입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두 딸에 대한 각별한 부정(父情)에 힘입은 인사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두 사람의 최근 업적을 살펴보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인사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2011년 사장단 및 임원 인사 당시 삼청 측은 "오너일가라 할지라도 인사결정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김재열 사장의 초고속 승진이 결코 신분이나 가족관계에 영향을 받은 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재열 사장은 지난해 12월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에 역임된 이후 지난 9월 볼리비아 국영석유가스공사 YPFB와 8억4000만달러 규모의 플랜트 수주에 성공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부각시켰다.
지난 8월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을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건설사 순위 20위 안에 집입시키는 데 성공했고, 미국 건설전문지 'ENR'이 선정한 올해 세계 225대 건설사 가운데 '국제 도급자(International Contractors)' 부분 15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 12월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삼성 오너가 가운데 유일하게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주인공은 임우재 부사장이었다. 당시 삼성전기 전무였던 임우재 부사장은 전무 근무 연한인 2년을 채우고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2011년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서 삼성일가 중 유일하게 인사에 빠지면서 업무능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신상품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미래 대응전략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 세간의 의혹을 해소시켰다.
삼성가의 젊은 두 사위 모두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마지막까지 '누군가의 남편'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삼성가 2세대 사위들의 전처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업무성과를 끊임없이 이뤄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두 사위가 삼성그룹의 경영핵심 세력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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