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가연 기자]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해서 모두 '괜찮은' 영화는 아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는 작품이 있다. 여고생 성범죄를 다룬 '돈 크라이 마미(감독 김용한, 오는 22일 개봉)'와 같은 경우다.
사실 이 영화를 자세히 뜯어보면 헐거운 부분이 상당히 많다. 여고생 성범죄 피해자 가해자 이를 둘러싼 사회의 시선 등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설명돼야 하지만, 연결고리가 약해 흐름은 뚝뚝 끊기고 전개는 뒤죽박죽이다. 영화 속엔 '나름' 반전도 있지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영화는 유아·청소년 성폭행을 다룬 영화 '도가니'와 비교되지만, 사실 '도가니'에 비해서 작품성은 상당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여고생 성범죄라는 소재를 다뤘단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만하며 현실을 불편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드러내기에 더 눈에 띈다. '돈 크라이 마미' 질문을 던지는 대상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혹은 증거부족이란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처벌받지 않는 현실에서 당신의 가족이 끔찍한 일을 당한다면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돈 크라이 마미'의 시작은 평온하다. 하나뿐인 딸 은아(남보라)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엄마 유림(유선)은 행복하다. 하지만 은아가 동급생에게 성폭행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유림은 가해자들을 벌을 받게 하기 위해 형사 변호사와 접촉하며 고군분투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가해자들은 은아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결국 은아는 자살한다. 딸의 죽음을 지켜본 유림은 세상에 대해 분노하며 법과 제도를 대신해 가해자들을 직접 처벌하기에 이른다.
영화는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여과 없이 꼬집는다. 끔찍한 일을 저질러 놓고도 미성년자란 이유로 처벌을 피해 가는 성범죄 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누구보다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는 두려움과 우울증이라는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가해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활개를 치고 다니는 모습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래서 '돈 크라이 마미'는 보는 내내 울분과 분노, 안타까움과 실망 등의 복잡 미묘한 감정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피해자 은아와 유림을 바라보면 안타깝고 슬프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을 세세히 따라가다 보면 분노와 울분으로 가득차면서 '왜'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따라다닌다. '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으며, 왜 재판은 답답하게 이뤄질까'에 대한 물음이 꼬리를 문다.
유림이 법을 대신해 직접 가해자들을 처벌한다는 설정은 다분히 작위적이고 과장된 것이지만, 영화는 이를 제법 잘 풀었다. 엄마 역을 맡은 유선의 역할이 컸다. 은아가 자살한 후 뒷부분의 내용을 책임지는 유선은 몸짓과 표정 눈빛 하나하나 온몸으로 딸을 잃은 엄마의 아픔을 표현했다.
유선이 감정을 잘 표현했기에 이를 따라가면서 영화를 몰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은아가 죽은 후 딸의 휴대전화기를 보다 동영상을 발견한 후 오열하는 모습이다. 동공의 떨림과 분노로 가득 찬 눈빛을 제대로 표현하며 명장면을 만들었다. 이 장면을 한 호흡에 촬영했다니 베테랑 연기자다운 모습이다.
성폭행당한 여고생을 연기한 남보라도 나무랄 데 없다. 영화 '써니' MBC '해를 품은 달' 등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주로 맡았던 남보라는 이 영화를 통해 주연급으로 성장한듯하다. 분량은 적지만, 성폭행당한 피해자를 온몸으로 표현하며 눈부신 성장을 보여줬다. 실제 우울증을 겪을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했다고 하니 남보라의 열정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91분간의 짧은 상영 시간동안 성범죄에 관한 모든 것을 담아낼 수는 없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완벽히 전달된 듯하다. 딸 은아와 함께 법정에 선 유림은 가해 학생이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고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사실상 무죄를 받는 판결을 보고 이런 이야기를 한다. "눈에 보이는 외상이 없어서 저 아이들을 처벌할 수 없다고요? 내 딸이 저렇게 됐는데요" 라는 울분의 목소리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전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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