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A가 기획하고 더 반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열린 폴 자불레 애네(Paul Jaboulet Aine) '라 샤펠La Chapelle' 올드 빈티지 버티컬 시음회가 열렸다.
폴 자불레 라 샤펠은 시라로 만들어진 와인으로 북부 론 와인 원형의 모습을 보여주는 20세기를 빛낸 와인 중 하나이다. 이번 시음회에서는 라 샤펠 1996, 1997, 2004, 2006, 2007빈티지가 비교 시음되었고 설명은 폴 자불레와 메독 샤토 라 라귄(Chateau La Lagune)의 아시아 담당을 맡고 있는 그웨나엘 슈스네(Gwenaele Chesnais)씨, WSA 이인순 원장의 통역으로 진행되었다.

북부 론 강 우측 에르미타쥐(Hermitage)는 기원전 5세기부터 포도밭이 형성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이다. 남서 쪽을 내려다 보는 언덕 위 작은 성 크리스토프(Saint Christophe) 교회는 십자군 전쟁 후 돌아온 지친 기사의 은둔처(Hermit)가 되었다. 은둔처(Hermit)가 에르미타쥐(Hermitage)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고 근처의 포도원은 교회를 뜻하는 라 샤펠(La Chapelle)로 불리게 되었다.
1834년 폴 자불레 애네 가문이 에르미타쥐와 크로제 에르미타쥐를 구입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된다. 포도 재배 및 양조 기술이 축적되며 론 지역 와인들의 명성은 높아 갔고 16세기에 이르러 마르세유에 지내던 왕에게 와인이 전달되면서 더 넓은 세상에 론 지역 와인들이 알려지게 되었다. 1919년 라 샤펠 포도원 근처의 교회를 사들이며 교회는 온전히 폴 자불레 가문의 심볼이 되었다. 1961년산 라 샤펠은 역사상 최고의 와인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50년이 지난 지금도 병당 4천만원을 호가하며 수집가들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폴 자불레 애네는 줄곧 가족 경영으로 이어지다 2005년부터 프레이(Frey family) 가문이 인수하며 큰 변화를 맞이한다. 프레이 가문은 상파뉴 지방에서 시작되어 빌레 까르트 살몽(Billecart- Salmmon) 일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보르도 샤토 라 라귄(Chateau La Lagune)도 소유하고 있다. 1990년에 자불레 가문에 의해 획득된 70헥타아르 포도밭에 이어 프레이 가문은 특히 매물로 나오지 않는 북부론 최고 포도밭인 꽁드리외(Condrieu), 꼬뜨 로티(Cote-Rotie)와 남부론의 샤토네프 뒤 빠쁘(Chateauneuf du Pape)를 사들이며 폴 자불레 애네를 6년만에 109헥타아르 포도원으로 확장하였다.
현재 샤토 라 라귄과 폴 자불레 애네의 양조를 담당하고 있는 캐롤린 프레이(Carolline Frey)는 보르도 최고의 양조학교에서 화이트 와인 양조의 대가인 드니 뒤보르뒤외(Denis DUBOURDIEU)의 가르침을 받았고 2003년 최고 성적을 받고 컨설턴트로 드니 뒤보르뒤외에 합류했다. 캐롤린 프레이는 2004년부터 샤토 라 라귄, 2006년부터 폴 자불레의 와인 양조를 책임지고 있으며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 전환을 위해 Integrated Farming도입(2006년), 포도의 손상을 최소화 하는 중력 이동 시스템(Gravity Flow System)구축, 현대적인 양조 기술 도입(2010년)을 통해 폴 자불레 와인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경사가 가파른 에르미타쥐 언덕은 매우 다양한 토양으로 이뤄져 있어 와인에 복합성과 다양함을 준다. 하지만 비바람에 흘러내린 토양을 다시 위로 끌어 올리고, 자갈을 쌓아 테라스를 만들어야 해서 인력이 많이 든다. 총 5헥타아르 규모의 라 샤펠은 샤토네프 뒤 빠쁘 지역과 유사한 둥글고 납작한 자갈로 된 레 베사르드(Les Bessards), 고운 진흙질로 된 레 그레피으(Les Greffieux), 남향의 르 메아(Le Meal)의 포도를 포도원 별 각각 양조 한 뒤 블렌딩하여 만든다. 자갈 토양은 낮의 열기를 밤에 뿜어주어 포도의 숙성을 도우며 최종 와인의 산미를, 고운 진흙질의 토양은 과실 풍미를 강화시킨다. 평균 40~60년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매우 작은 통을 사용하여 100% 손수확하며 평균의 절반 이하인 10~18hl/ha를 생산한다. 라 샤펠 와인들은 13세기 광산이었던 석회암으로 이뤄진 지하 동굴에서15~18개월 숙성시킨다.

폴 자불레 애네 크로제 에르미타쥐 뮬레 블랑쉬 Paul Jaboulet Aine Crozes Hermitage Mule Blanche 2010
석회암과 석회가 섞인 진흙 토양에서 얻은 50% 마르산느(Marsanne)와 50%루산느(Rousanne) 블렌딩 와인이다. 이전에는 진한 금빛에 크리미한 질감, 꽤 무거운 바디감을 지니고 있었으나 캐롤린 프레이가 양조를 맡으며 훨씬 밝은 색감과 토양이 지닌 미네랄 특성과 산미를 잘 살려내고 있다. 이 지역 화이트 와인들은 자칫 지나치게 무겁고 산미가 적고 미네랄 풍미가 가려지는데 이 점들을 잘 살려 훨씬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주는 스타일로 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폴 자불레 애네 라 샤펠 Paul Jaboulet Aine Hermitage 'La Chapelle' 2007
따뜻한 봄에 싹이 일찍 나왔고 여름 동안 비가 내려 포도의 완숙을 기다리느라 5주 정도 늦은 수확을 했다. 직선적이며 섬세하고 클랙식한 스타일 와인이 만들어졌다. 아직 어리지만 우아하고 피네스가 좋은 와인으로 평가 받는다.
폴 자불레 애네 라 샤펠 Paul Jaboulet Aine Hermitage 'La Chapelle' 2006
2006년은 론 밸리에서 거의 완벽한 빈티지로 볼 수 있다. 라 샤펠을 만들기에 이상적인 가을 온도를 보여주어 훨씬 둥글고 힘있는 와인이 되었다. 균형 잡혀있으며 밀도 있고 훨씬 긴 여운을 보여준다.
폴 자불레 애네 라 샤펠 Paul Jaboulet Aine Hermitage 'La Chapelle' 2004
건조한 여름과 극한은 아니지만 상당히 더운 여름을 보냈다. 균형이 좋은 와인이 만들어진 해.
이미 상당히 발전했으나 여전히 숙성 중인 모습이다. 잔잔한 산미와 매우 잘 익은 유연한 탄닌, 긴 여운을 보여주었다.
폴 자불레 애네 라 샤펠 Paul Jaboulet Aine Hermitage 'La Chapelle' 1997
7월은 서늘하고 8월은 더웠던 고르지 않은 여름을 보낸 빈티지로 1990빈티지 이래로 좋은 빈티지로 재평가받고 있는 빈티지이다. 오렌지 빛 가장자리를 지닌 중간 정도의 루비빛 와인. 중상 정도의 농축을 보여주는 향을 지녔다. 버섯, 말린 과일, 약간의 말린 서양 대추야자, 숲 속 향, 오래된 나무와 가죽이 주는 향이 들어있다. 잔을 흔들면 위스키 혹은 코냑과 유사한 오크향, 말린 오렌지 껍질 등 다양한 향들이 조화롭게 와인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매우 아름다운 탄닌과 산미, 긴 여운이 좋은 와인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만개한 듯한 느낌을 주는 와인.
폴 자불레 애네 라 샤펠 Paul Jaboulet Aine Hermitage 'La Chapelle' 1996
실망스러운 봄과 7월과 8월 강수가 있어 수확이 늦었던 빈티지. 가넷빛 가장 자리를 지닌 루비빛 와인. 스모크, 재, 가죽, 사냥고기 향 등을 복합적으로 지닌 와인. 붉은 체리와 꼬냑의 오크향과 유사한 풍미를 지녔다. 미네랄과 아직도 상당히 조이는 탄닌, 다소 높은 산미를 지녔다.
폴 자불레 애네 뮈스카 봄 드 베니스 Paul Jaboulet Aine Muscat Beaume de Venise 2009
”벌들의 노래”로 불릴 정도로 뮈스카 포도 자체의 당분이 높아 벌들이 많이 꼬인다고 한다. 알코올 도수가 11%가 되었을 때 중성 알코올을 넣어 발효를 중지시켜 당을 남기고 알코올은 살짝 높인다. 아카시아 같은 흰 꽃 향과 두드러지는 미네랄, 오렌지와 살구향이 가득한 와인이다.
라 샤펠 올드 빈티지 버티컬 테이스팅은 프레이 가문 인수 전과 후 스타일의 변화, 인접한 두 빈티지의 차이, 진화한 라 샤펠 원형의 모습을 알아보는 데 의미가 있다. 2006년 라 샤펠은 캐롤린 프레이가 참여한 첫 빈티지이자 새로운 방향타를 가지고 항해를 시작한 처녀 빈티지로 의미있었고, 연 이은 2007빈티지는 확연히 다른 기후가 빚어낸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라 샤펠 2006을 만날 때 느껴질 감동은 생각만으로도 설레인다. 상당한 기간 숙성이 진행된 와인들은 자신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온전히 피어내고 있었다. 12시에 시작된 세미나를 위해 1996과 1997빈티지는 11:15분부터 디캔팅 되었다. 세미나 참가자들 대부분 1997과 2004를 최고로 뽑았고 1996과 1997이 지니는 큰 차이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아주 어린 2006, 2007과 이들의 차이를 읽어내는 일은 불가능했다. 섬세하고 직선적인 클래식한 스타일의 추운 빈티지와 관대하고 힘찬 더운 빈티지의 숙성과 그에 따른 차이를 물었다. 라 샤펠은 보통 3~4개의 포도밭의 포도를 사용하여 균질한 품질을 내고 있으며 빈티지에 대한 차이 없이 12~15년을 마시기 좋은 시점으로 볼 수 있으며, 라 샤펠의 경우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폴 자불레 애네 라 샤펠은 1915년, 1917년, 1942년, 1961년, 2007년 레이블을 변경했다.

정수지 객원기자 suziewang@w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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