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미연 기자] 똑똑똑.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 있는 최고위원실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모두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 사람은 바로 이혜훈(48) 최고위원이다. 친박 핵심 브레인으로 평가받는 이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중이다.
실제 이 최고위원은 분 단위라고 할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당 회의로 아침을 열고, 낮엔 지역 구분 없이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 축사는 물론 당원교육까지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신발이 남아나질 않는다"는 그의 농담이 괜한 말이 아니다. 당 안팎에선 "이혜훈만한 사람이 없다"고들 한다. '사람'들이 이 최고위원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선 이유이기도 하다.
언론에서도 이 최고위원을 찾았다. 그의 말 한마디가 대선 정국의 역동성을 높이는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선을 49일 앞둔 10월31일 늦은 오후, 이 최고위원의 방에 문을 두드렸다.

- 대선이 49일 남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캠프 분위기는 어떤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다. 각자의 일이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들에게 눈 돌릴 시간이 없다. 저도 제가 해야 할 일에 열중하고 있어서 다른 곳, 다른 사람들의 일에 대해 잘 모른다. 이제부턴 피 말리는 싸움이다.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 각 캠프마다 판세나 전망이 다르게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은 침체, 위기라는 얘기나 많다.
1년 이상을 대세론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왔다. 그러나 지금은 독보적인 위치라고 말 할 순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에 위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단어가 말하는 것처럼 절망적인 상태는 아니다. 긴장해야 하는 정도라고 본다.
- 당 안팎에선 이번 대선에 자기 선거처럼 열심히 뛰는 사람이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이 많다.
말씀하시는 분들의 애타는 마음이라 생각한다. 실제로는 다들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런데 지지율에 변화가 오고, 마음도 다급해지다보니 좀 더 뛰어줬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얘기하신 것 같다.

- 최근 김성주 공동선대본부장의 발언으로 박 후보가 타격을 받진 않았나.
(웃음) 정치인만큼 사소한 실수로 엄청난 타격을 입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정치인이야말로 가장 신중하고 고도로 훈련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김 본부장의 경우 이제 막 정치권에 들어와서 학습의 과정을 거치고 있지 않나. 김 본부장이 다른 분보다 학습의 시기를 빨리 끝내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투표시간 연장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강력하게 얘기하고 있는 반면 새누리당과 박 후보의 입장은 다른 것 같다. 일반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나.
이 문제는 일종의 경기 룰이다. 물론 룰은 바꿀 수 있다. 현행 룰이 여러 환경에 맞춰 합당한 이유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달라져서 시대와 맞지 않는 룰도 있다. 그러나 경기 중에 룰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바꿨어야 했다. 지금 바꿔야겠다고 생각되면 논의를 해서 바꾸되 다음 경기에서부터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상식적인 게 아닌가.
더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좋은 취지다. 그러나 이를 마치 정치공세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다.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그뿐인가. 투표시간을 늘리는 것 외에도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장애인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계단 없는 1층에 투표소를 설치한다든지 투표소가 먼 농어촌 지역 유권자들을 위해 편의를 제공한다든지 전 국민 모두가 골고루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서 그 다음부터 적용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무소속 대통령은 '국가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안 후보가) 무소속 대통령이 잘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신 것으로 보도된 것을 보고 사실 깜짝 놀랐다. 전 세계 237개국 중에서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가 많은데, 왜 무소속 대통령이 안 나오겠는가.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무소속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하는데 구조적으로 난맥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건 대통령 혼자서 일을 할 수가 없다. 법이 만들어져야 하고, 예산이 책정돼야 하는데 그 일을 국회에서 여야의 합의로 결정한다. 그런데 무소속 대통령이 나오면 송호창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298명의 의원들이 자동적으로 야당 의원이 되는 게 아닌가. 원래 야당 의원의 역할이 대통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인데, 무소속 대통령이 이 많은 야당 의원을 상대로 무슨 법을 통과시키고 예산을 원활하게 통과시킬 수 있겠나. 결국 국정혼란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둘째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평가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저희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불만 있는 많은 국민들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일종의 심판 투표를 하시지 않았나. 이렇게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중간 중간에 있는 총선, 지방선거다. 그런데 무소속 대통령은 자기가 속한 정당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면 국민들이 화가 났을 때,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심판할 대상을 원천적으로 제거해 버린 것과 무엇이 다른가.
-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렇다. 어쩌면 국민을 무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소지가 생기는 대통령이다. 때문에 무소속 대통령은 오히려 안하무인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문 후보에 대한 평가도 듣고 싶다.
인격적으로 훌륭하시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는 후보로 보인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우리 국토와 영해에 대한 수호 의지다. 당장 NLL(서해 북방한계선)문제만 하더라도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했는가, 안 했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NLL이라고 하는 우리의 영토선에 대해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문 후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다.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들을 위해서 영토를 지키겠다는 건지 아니면 남과 북의 합의가 아닌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기 때문에 고집 대신 그냥 포기할 생각인지, 그것을 국민들 앞에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굉장히 안심이 안 된다.
- 그렇다면 박 후보의 강점은 무엇인가.
박 후보는 수 십 년을 통해서 검증이 된 사람이다. 검증이 전혀 안된 안 후보, 검증이 어느 정도 됐지만 실패한 정권의 2인자였던 문 후보와는 다르다. 특히 박 후보는 믿을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라고 본다. 박 후보는 항상 면밀히 따져본 뒤 자신이 지킬 수 있을까, 없을까 충분히 고민한 다음 지킬 수 있는 약속만을 말한다. 그리고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고자 사력을 다한다. 당선된 뒤 말 뒤집는 대통령을 뽑을 수 없진 않나. 더욱이 이번 NLL 논란을 보면서 투철한 국가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는데, 그런 점에서 박 후보는 안심이 됐다. 국민과 영토를 확실히 지키겠다는 박 후보의 확고한 신념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 근래 새누리당이 '여성대통령'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야권의 반박도 적지 않다.
지금 21세기에 국가지도자로서 여성대통령, 여성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출산과 육아의 경험을 말하는 게 아니다. 물론 그것도 좋은 강점이 되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원하는 정치 지도자는 청렴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통령 퇴임 후 부정부패 스캔들에 자유로운 분들이 없었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청렴, 깨끗한 정치는 여성이 강점이라고 본다.
아울러 과거 명령과 지시, 카리스마를 발휘한 불도저식 남성리더십은 지금으로선 국정 운영을 해나갈 수가 없다. 이해관계가 다양해져서 서로 상충되고 갈등이 많은 이때에 조정과 포용의 정치를 펼칠 수 있는 것은 여성리더십이다. 이런 점에서 여성이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것은 이미 전문가들의 중론으로 알려졌다.

- 이재오 의원이 아직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돼 있다. 여기에 이 의원이 박 후보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 의원을 변수로 읽기도 한다.
이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셔서 표를 쪼갤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언젠가는 도와주시리라 보는데, 혹시 본인께서 선대위 합류할 때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타이밍을 보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이런 제 생각이 맞길 바라고 있다.
- 캠프 측에서 접촉은 하고 있는가.
제가 직접 못해봤는데, 해보신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분들도 걱정되는 말씀은 안하시더라. 결국 해피엔딩이 될 것으로 믿고 계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단일화라는 게 국민과 언론의 시선을 완전히 끌어갈 수 있는 야권의 정치적인 이벤트 아닌가. 제 생각입니다만, 그럴 때 이 의원이 우리에게 합류해주시면 그때야말로 이 의원의 선대위 합류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이 의원에 대한 제안으로 들린다.
(웃음) 저희의 카드는 이 의원이고, 제 얘길 이 의원님께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 앞으로 이 최고위원의 역할은.
사력을 다해서 지금 맡은 일들을 열심히 해내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있겠나. 최고위원들이 광역별로 역할분담을 했다. 서울이 제 숙제인데, 그래서 수도 서울에서 우리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일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바칠 생각이다.
<사진=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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