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현정 기자]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년 2월 퇴임한 후에 거주할 사저 부지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 대신 아들 시형씨가 이 부지를 매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의혹 등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여론은 들끓었다. 결국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를 포기했다.
'주인을 잃은' 내곡동 사저 부지 일대는 황량했다. 지난달 29일 <더팩트> 취재진을 반긴 것은 차가운 바람에 굴러가는 낙엽뿐이었다. 약 4~5m 높이의 대문 틈새로 보이는 내부에는 비닐쓰레기뿐이었으며 풀과 나무들만 무성했다. 부지 일대를 둘러싼 철조망은 척박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간혹가다 취재진들만 발걸음을 할 뿐이었다.
취재진의 방문으로 내곡동 사저 부지를 끼고 있는 능안마을 주민들의 불만은 적지 않았다. 사저 부지 근처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얼마 전에도 헬기가 빙빙 돌면서 촬영하더라. 시끄러워서 혼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기자들도 많이 왔다갔다하는데 물어보는 것도 귀찮다"고 덧붙였다. 마을 어귀에서 마주친 한 50대 남성도 "고요한 곳이었는데 괜히 시끄럽게 됐다"며 내곡동이 화제가 된 것을 싫어하는 눈치였다.
사실 내곡동 부지 시형씨가 매입하기 전부터 '시끌시끌'한 곳이었다. 원주인인 유모(56)씨의 이야기다. 유씨는 내곡동 사저 부지 일대를 시형씨에게 직접 매도한 후 미국으로 떠났다. 현재 특검팀에서 유씨에게 귀국한 뒤 조사에 응해줄 것을 계속해서 설득하는 이유다. 현재까지 유씨의 귀국은 확정이 안됐고 유씨로부터 유선으로 접촉하자는 답변만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유씨가 출석에 불응할 경우 이메일이나 전화조사를 통해 매매과정과 매매대금 산정 기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유씨는 과거 내곡동 부지에서 식당 겸 예식장인 '수양'을 운영했다. 연못이 있는 큰 정원에 토끼와 앵무새가 있었다.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각종 돌잔치, 상견례 등 가족모임을 하는 곳으로 주로 이용됐으며, 하우스웨딩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때문에 주민들과 마찰도 적지 않았다. 66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능안마을은 고요했다. 하지만 유씨가 '수양'을 운영하고 나서부터는 시끄러워졌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설명이다. 사저 부지 옆에서 일을 하고 있던 60대 할머니는 "(유씨가) 살다가 식당을 2~3년 하더라. 주차할 데도 없고 손님도 없으니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마을에서 10여년간 통장을 지낸 김학진(63)씨도 <더팩트>에 "주차문제가 심했고, 가끔 결혼식을 할 때는 마이크 때문에 소리가 주위로 퍼지니까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원성이 자자했다. (통장으로서) 조율을 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김씨는 "평소에 노인분들 잘 챙겨달라고 조금씩 돈을 쥐어주기도 했다"며 유씨에 대한 남은 인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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