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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人] 부활한 한동원 "나르샤와 포옹 세리머니, 뭉클했다"

 K리그 스플릿 라운드에서 강원의 비상을 이끌고 있는 한동원. / 강원 제공
K리그 스플릿 라운드에서 강원의 비상을 이끌고 있는 한동원. / 강원 제공


[김용일 기자] 한동원(26·강원)에게 지난 2년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K리그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16세 25일)을 가진 그는 2004년과 2005년 2군 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2007년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하는 등 한국 축구의 주목받는 신예였다. 그러나 2010년 성남에서 J리그 몬테디오 야마가타로 이적한 뒤 부상 악령 속에서 존재감을 감췄다. 더는 유망주가 아니었다. 2011년 대구로 임대됐고 2012년 수원에서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옛 은사 김학범 감독과 재결합한 뒤 시린 가슴에 봄이 찾아오고 있다. 인간 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부침이 있었던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축구 인생 반전 드라마를 꿈꾸고 있다. <더팩트>은 18일 오후 한동원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강원에서 새로운 다짐을 들어봤다.

- 지난 16일 인천과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K리그에선 2009년 10월 11일 성남 시절 광주를 상대로 골을 넣은 뒤 약 3년 만이다.

이적 이후 2경기 만에 골을 넣었다. 이렇게 빨리 골을 넣을 줄은 몰랐다. 만감이 교차하더라. 한창 잘할 때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골을 넣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겐 과거에 불과하다. 과거에 집착한 사람은 발전이 없다. 개인적인 목표나 욕심보다 올해는 팀이 강등되지 않도록 돕겠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인천에 아쉽게 졌지만, 다음 경기에선 내 골이 결승골이 됐으면 좋겠다.

 인천 전에서 강원 이적 후 첫 골을 넣은 뒤 서포터즈(나르샤)와 포옹 세리머니를 선보인한동원.
인천 전에서 강원 이적 후 첫 골을 넣은 뒤 서포터즈(나르샤)와 포옹 세리머니를 선보인한동원.


- 인천 전에서 골을 넣은 뒤 서포터즈(나르샤) 쪽으로 뛰어가 포옹을 했는데.

강원 홈경기는 강릉에서 열린다. 평창, 속초, 태백 등 먼 곳에서 팬들이 응원하기 위해 오시더라. 그 마음이 고맙다고 늘 생각했다.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인천 홈구장에는 외야 펜스가 없어 관중석과 가깝더라. 딱 좋았다. 골을 넣고 팬들에게 달려가 안겼는데 사진을 보니 팬들 표정이 나보다 격정적이더라.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뭉클했다.

- 공교롭게도 김학범의 아이들로 불린 데니스-한동원이 골을 합작했다. 김 감독이 평소 어떤 주문을 했나.

인천 전을 앞두고 감독님께서 "괜찮겠어?"라고 물으셨다. "괜찮다"고 말씀드렸더니 교체로 투입됐다. 컨디션이 100% 올라오지 않았으나 감독님께서 내 상황을 잘 아신다. 올해보다 내년에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준비하라고 말씀하셨다.

- 성남 시절엔 리그 우승권에 있었지만, 지금은 강등권 탈출을 다투고 있다. 느낌이 어떤가.

밖에서 보는 사람들의 시각과 차이가 있다고 본다. 강원에 합류한 시간이 길지 않지만, 팀 분위기가 좋다. 감독님은 잔뜩 흐트러진 퍼즐을 맞추고 있는 과정이다. 선수들의 기량은 문제없다고 본다. 1경기만 이긴다면 반전이 일어날 것이다.

- 김 감독은 "한동원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고 말했다.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까지 오르진 못했다. 감독님이 항상 부상 조심하라고 강조하신다. 그동안 부상 때문에 쉬었는데 여기서 또 다치면 끝이라면서 선수생활 길게 하려면 아플 때 참지 말고 꼭 얘기하라고 하셨다. 난 내년은 없다는 생각으로 몸 상태를 빨리 끌어올리고 싶다. 감독님뿐 아니라 동료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 2010년 이후 몬테디오 야마가타(일본) 이적 이후 침체기에 빠져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일본에 간 걸 후회할 때가 많았다. 이적하자마자 종아리 근육파열로 동계훈련에 참여하지 못했고 그해 여름 허리까지 다쳤다. 최근 몇 년 간 동계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11년 대구로 이적할 때도 동계훈련을 건너뛰었다. 결국, 그해 9월 무릎을 다쳤다. 올 초에도 동계훈련을 소화할 수 없었다.

- 침체기 동안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관중석에서 동료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많은 생각이 들더라. 지난 2년 동안 계속 팀을 옮겼고, 경기를 뛰지 못했다. 부상을 달고 살았다. 걱정하는 가족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인천 원정경기 때 아버지와 누나가 2년 만에 경기장을 방문했다. 골을 넣은 내 모습을 보며 무척 좋아하시더라. 앞으로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뛰고 싶다.

 인천 전에서 후반 25분 헤딩 동점골을 터뜨린 한동원.
인천 전에서 후반 25분 헤딩 동점골을 터뜨린 한동원.


- U-20 청소년 대표와 베이징 올림픽 대표 시절 동료 중엔 그야말로 잘 나가는 선수가 많다. 바라보며 내심 부럽지 않았나.

부러웠다. 한때 나와 같이 한 팀에서 뛰었는데…. 나도 꾸준히 잘했다면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봤다. 그러나 전적으로 내가 부족했다. 선수로 뛸 시간은 충분하니 제2의 축구인생을 산다는 생각으로 감독님 밑에서 부활하고 싶다. 예전엔 수동적으로 뛴다는 생각이었는데 요즘 팀을 위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한다. 마음가짐도 달라졌고 축구를 보는 시각이 넓어졌다. 그라운드 밖에서 보낸 시간이 도움됐다.

- 동기부여를 자극한 동료가 있다면.

강원 선수들이다. 그 중 (김)은중이 형은 아직 20대 전성기 시절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큰 자극을 준다. 나를 비롯해 후배들을 정말 잘 챙겨주시고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프로선수다운 마음가짐을 중시하는 은중이 형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 강원의 강등 위기를 막을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앞으로 각오는.

강원과 인연인 것 같다. 감독님과 김형렬 수석코치님, 이을용 코치님, 이민성 코치님, 김태수 GK 코치님 등 모두 예전 팀(서울, 성남)에서 함께 생활했던 분들이다. 나를 잘 아셔서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내가 답하는 길은 경기장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것이다. 강원이 강등되지 않도록 뛰겠다. 우리에겐 내년은 없다.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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