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Playground
[SS야생녀] SK 알바녀 "몰카 찍는 분들, 제발 야구보자고요"




이번주 야생녀 박소진씨는 아르바이트로 인연을 맺은 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고있다며 활짝 웃었다. / 문학=배정한 기자
이번주 야생녀 박소진씨는 아르바이트로 인연을 맺은 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고있다며 활짝 웃었다. / 문학=배정한 기자

[문학=신원엽 기자]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은 야구계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프로야구 출범 30년 만에 600만 관중을 돌파한 지난해에는 여성 관중이 10명 가운데 4명에 이를 정도로 흥행 몰이에 큰 몫을 했다. 다른 종목보다 어려운 경기 규칙과 긴 관람 시간 때문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프로야구가 이제는 여성의 주요 문화생활로 자리를 잡았다.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 가고 있는 올해 야구장에서도 여성들의 응원 열기는 뜨겁다. 웬만한 남자들보다 더 깊은 야구 지식과 열정을 가진 여성 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더팩트 > 은 야구장 안팎에서 '야구에 사는 여자', 이른바 '야생녀'를 만나 그들의 뜨거운 '야구사랑'을 느껴 보고자 한다. < 편집자주 >

이번 주 '야생녀' 주인공은 SK 와이번스에서 안내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박소진(18·인천 부평구)씨다. 지난해 12월 <더팩트> '농구장 사람들 - 마핑걸 편' 취재로 처음 인연을 맺은 박씨는 올 시즌부터 야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연히 "왜 1,3루 관중석은 있고 2루는 없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야구에 '완전' 문외한 이었지만, 이제는 룰도 어느 정도 알고 경기를 즐길 줄 아는 등 야구의 '오묘한' 매력에 흠뻑 빠져 들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요청 전화 당시 야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야구를 향한 사랑은 단연 최고"라며 웃어 보인 박씨. 지난 1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그는 '야생녀'로 꼽기에 충분했다.

- 야구장에서 정확히 하는 일이 무엇인가.
팬들이 야구를 관람하시는 데 불편한 게 없도록 경기장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정보를 알려드리는 일을 한다. 예를 들면 휴대폰 배터리 문제로 쩔쩔 매시는 분들을 발견하면 충전 가능한 장소를 휴대용 마이크로 공지하고, 무거운 아이스박스를 들고 외야석 출입구를 찾지 못하는 팬들을 보면 서둘러 위치를 안내한다. 1루 매표소 앞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행사에 대한 소식도 팬들에게 알려드리고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더욱 즐거운 관람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임무다.(웃음)

- 재미있나요? 힘들기도 할 텐데.
SK가 이기고, 팬들이 즐거워하면 정말 기분이 좋다. 집으로 돌아가실 때 모두들 신나서 저에게 하이파이브를 청하며 "또 올게요"라고 말하면 일 하면서 힘들었던 기억 들이 정말 모두 사라진다. 아이들도 많은데,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시는 분들에게 웃으면서 할 말은 해야 할 때와 여름에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1루 쪽 근무 등이 때로는 힘들기도 하지만, 보람이 많고 무척 즐거운 일이다. 보수는 이 급여로 용돈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이기에 적은 편은 아닌 것 같고, 홈경기가 매일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학 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성격도 밝고 적극적이게 된 것 같아 좋고,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야구 열기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일하는 게 매력적이다.





짓궃은 남성 팬들로 인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밝힌 박소진씨.
짓궃은 남성 팬들로 인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밝힌 박소진씨.

- 짓궂은 남성 팬들은 없는가.
대부분 친절하신데, 휴대폰 카메라 들고 다니시면서 저희 몸 이곳저곳을 몰래 찍는 분들이 계신다. 같이 일하는 언니는 자신의 몸을 찍는 한 남성을 보고 사진첩을 직접 확인 한 뒤 삭제한 적도 있다. 그냥 저희 얼굴이나 몸 전체를 카메라에 담는 게 아니고 특정 부위를 불순한 의도로 찍는 것이기에 화도 많이 나는 게 사실인 데, 그럴 때면 웃으면서 계속 그 분을 쳐다보는 것으로 무언의 압박을 보낸다. 돈을 내고 야구 보러 오신 분들이 경기는 관심도 없고 다른 목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면 안 되지 않겠는가. 앞으로는 저희들 말고 야구 자체를 즐겁게 보시면 좋겠다.

- 아르바이트로 첫 인연을 맺은 야구. 언제부터 좋아지게 됐다고 생각했나.
야구는 농구에 비해 룰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팬들의 열기와 응원 문화에 어느새 동요되고 있는 저를 발견했고, 이후 틈틈이 야구에 대해 좀 잘 아는 분들한테 룰을 물어보고 익혔다. 야구 보는 눈이 조금은 뜨이니 확실히 재미가 더 커지더라! 이제는 경기장에서 듣던 응원곡이 어디에서든 떠오른다. 학교 가다가도 버스에서 갑자기 막 생각나 혼자 실없이 웃을 때도 있다. 흥얼거리면 기분이 한층 좋아지는데, 아직 길거리에서 응원 동작까지 따라한 적은 없다.(웃음)


- 일할 때 경기를 보지 못하고 관중을 봐야 하는 게 고통스럽지 않은가.(웃음)
정말 아쉽다. 저 역시 팬들 옆에 앉아서 막대 풍선 신나게 때리면서 응원하고 싶다. 남자친구는 아직 없지만, 생기면 손잡고 경기장에 방문해 바비큐 존에 앉아 삼겹살 구워 먹고 야구 보고 싶다. 일 하면서, '오늘 팬들은 얼마나 재밌을까?'라고 생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웃음) 그런데 뭐 어쩌겠는가. 그냥 열기를 느끼면서 일하는 것에 만족하고, 밥 먹을 때나 잠깐 쉬는 시간에 짬짬이 경기 보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있다.(웃음)





박소진씨는 구장을 찾은 팬들이 보다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든지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박소진씨는 구장을 찾은 팬들이 보다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든지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 야구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눈치다.

정말 요즘에는 SK 홈경기가 없어 일을 쉴 때면, 나도 모르게 휴대폰으로 야구 중계를 본다. 기사도 정말 엄청 찾아보게 되더라. 야구에 대한 지식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 애정만큼은 무척 자신 있다.(웃음) 지금까지도 야구의 매력을 모르시는 여성분들께서는 제 경우를 보고서라도 딱 한 번만 경기장에 오셨으면 좋겠다. 정말 열광하게 될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야구는 흔히 말하듯 9회말 짜릿한 역전승의 묘미가 있는 경기고, 많은 팬들과 하나가 돼 뜨겁게 응원할 수 있다. 맛있는 것 먹고 소리지고 응원하면 그 날 쌓인 피로가 싹 풀린다. 본인 성격이 좀 밝기만 하다면, 모르는 사람과도 친해질 수도 있는 것 같다.


- SK 팬일 텐데, 구단 성적에 따라 그날 기분도 달라지는가.
SK가 잘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지고 있으면 마음을 졸이며 안타까워한다. 경기에 지고 있을 때 팬들의 어두운 표정을 지켜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SK 팬도 아니었고, 누군가 '넌 SK 팬이어야 해', '나와 같이 SK 팬하자'라는 말도 없었는데, 어느새 SK가 연패에 빠지면 마음이 무겁고, 팀 순위가 오르면 기분이 덩달아 좋아지게 되더라. 그런데 일이 너무 힘들 때 SK가 지고 있으면, 팀 걱정 보다는 '9회초에서 끝나지 않고 9회말까지 경기가 진행되니 일이 늦게 끝나겠구나~'라며 푸념을 늘어놓을 때도 있다. 팀에 가장 미안한 순간인데, 일로 야구를 보면 다들 이런 마음이 들곤 하는가?(웃음)


- 어느 덧 가을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야구 시즌이 끝나면, 참 허전할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야구장에 가는 게 한 동안 저의 일상이었는데, 정들었던 그 일상이 없어지면 정말 아쉬울 것 같다. 선수들은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더욱 힘내서 '가을 잔치'는 물론이고, 한국 시리즈에 꼭 올라 우승했으면 좋겠다. SK 팬들과 함께 응원해 힘을 보태겠다. 문학구장에 찾아오시는 팬들께서는 어려워하지 마시고 저희 도우미들을 항상 찾아 주셨으면 좋겠다. 경기장에 대해 모르는 거 있으시면 반드시 다 해결해 드리겠다. 그리고 제 성격 중에 즐겁다고 생각하는 것에 누군가를 자꾸 끌어드려 함께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아직 야구장 안 오신 분들, 제발 딱 한 번만 와 보시라.(웃음)





단지 야구공이 좋다는 이유로 구단 관계자에게 부탁해 SK 기념공을 공짜로 손에 넣었다는 박씨는 '문학구장에서 한국 시리즈를 꼭 보자'며 팬들의 변함없는 응원을 부탁했다.
단지 야구공이 좋다는 이유로 구단 관계자에게 부탁해 SK 기념공을 공짜로 손에 넣었다는 박씨는 '문학구장에서 한국 시리즈를 꼭 보자'며 팬들의 변함없는 응원을 부탁했다.


wannabe25@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