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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피자 주세요”…이석민피자 ‘피 마른다’




서산 여대생 자살 사건의 용의자가 프랜차이즈 피자집 가맹점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애꿎은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황원영 기자
서산 여대생 자살 사건의 용의자가 프랜차이즈 피자집 가맹점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애꿎은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황원영 기자

[ 황원영 인턴기자] "나도 딸아이가 둘입니다 어떻게 분통 터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서울에서 '이석민피자'를 운영하는 가맹점주 김모(38)씨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0일 발생한 서산 아르바이트 여대생 자살 사건의 용의자가 이석민피자 서산점 가맹점주 안모(37)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석민피자를 운영하는 애꿎은 가맹점주들이 욕설이 담긴 전화를 받는 등 말 못 할 고통을 겪고 있다.

◆ "강간피자 있어요?" 욕설 전화에 하루하루 피 마른다

24일 찾아간 서울의 한 이석민피자 분점은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조그마한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계세요?" 아무리 불러도 주인은 나오지 않았다. 사람 여섯이 들어가면 꽉 찰까. 좁은 가게에는 냉장고만 윙윙 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아이고 배달 갔다 오느라 늦었습니다 많이 기다리셨나요?" 한참 후 문을 열고 들어온 이석민피자 가맹점주 김 씨는 '서산 여대생 자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가게에 손가락질하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연 김 씨는 "월요일 화요일… 하루하루 다르게 매출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매출은 평년보다 약 40% 떨어졌다. 그는 "다음 달 출산인 아내가 욕설 가득한 항의전화를 받고 그날 잠을 못 이뤘다"며 "같은 간판을 달고 있다는 이유로 받아야 하는 스트레스치곤 심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석민피자 가맹점주는 대형 프렌차이즈 피자가게와 달리 대부분 영세업자다. 매장 없이 배달만 하는 경우도 많다. 김 씨는 "10년 동안 이 간판을 달고 가계를 운영했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새로 가게를 오픈하는 것은 생각도 안 해봤다"며 "욕설 가득한 전화를 받으며 매출 장부를 볼 때마다 내가 왜 이걸 시작했나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이석민피자 역시 배달만 전문으로 하고 있다. 24일 찾은 이 가맹점 입구에는 배달원 두 명이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피자를 박스에 담고 있던 주인이 "그저 일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화해서 '강간피자 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서산 여대생 자살 사건은 내가 가맹점주라는 것을 떠나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말 화나고 가슴 아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사건 이후 매출이 떨어졌다 학생들 방학이 끝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산 여대생 자살사건 피의자 안 씨는 지난해 11월 친척이 운영하던 이석민피자 서산점을 이어받아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랫동안 장사를 해오던 안 씨의 친척이 고령을 이유로 가게를 운영할 수 없게 되자 안 씨에게 인수인계를 해준 것. 신규 오픈을 할 때에는 본사에서 가맹점주를 직접 만나 면담을 진행하지만, 가족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경우 이를 확인할 방법이 많지 않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한 이석민피자도 때아닌 고통을 겪고 있다. 이석민피자 안양점 관계자는 "평소 70건 정도 들어오던 배달 주문이 40건으로 줄었다"며 "항의전화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며칠 전 한 사람으로부터 기자를 사칭하는 전화를 받아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기자라며 몇 가지 물어보더니 다짜고짜 욕을 하더라 알고 보니 기자를 사칭해 전화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한 그는 "전화벨이 울리면 겁부터 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맹점주들은 막대한 피해를 받고 있지만,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과 시민의 분노를 생각하면 어디 가서 항변할 수도 없는 처지다. 이석민피자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피자를 손에 들고 배달 오토바이에 올라탄 이석민피자 가맹점주 김 씨는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저도 딸이 둘인데 그건 천벌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죠"라며 "그저 일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석민피자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석민 피자 홈페이지 캡처
이석민피자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석민 피자 홈페이지 캡처

◆ 프랜차이즈 업계, "매출 손실보다는 이미지 훼손이 문제"

특정 가맹점주의 잘못으로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타 매장까지 피해를 보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채선당 역시 충남 지역에서 일어난 '임산부 폭행 사건'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채선당 가맹점을 찾아 '임산부 폭행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직원 이모(43)씨는 "아직 그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다"며 "그 얘기는 말도 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사건 당시 채선당 명동점 및 역세권에 있는 주요 지점들은 매출이 5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채선당 관계자는 "당시 채선당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퍼져 브랜드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됐다"며 "가맹점주와 계약을 할 때는 점주 평가를 실시하지만 가맹점의 직원까지 본사에서 관리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채선당은 이후 전문 CS 강사로 구성된 '가맹점 교육팀'을 강화하고 불편을 겪은 고객이 슈퍼바이저와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가맹점 담당 실명제' 등을 실시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죽 전문점 본죽은 손님이 먹다 남긴 김치 등으로 죽을 만들어 '쓰레기 죽' 논란을 일으킨 가맹점주 송모(42)씨와 홍모(43)씨를 상대로 지난 3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본죽 관계자는 "본죽과 본비빔밥 가맹계약에 따라 본아이에프로부터 공급받은 식재료 등을 소비자에게 위생적으로 제조, 판매할 의무가 있는데도 비양심적, 비위생적으로 음식을 조리했다"며 "이것이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가맹점들과 브랜드 이미지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1200여개에 이르는 전국 본죽 가맹점의 매출 손실을 모두 합하면 50억원(1개월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 잘못 없이 타 가맹점주까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인성까지 일일이 점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애꿎은 자영업자들이 2차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사에서 현장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아르바이트생 또는 가맹점 직원의 의견까지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불미스러운 사건을 방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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