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일 기자] 영광의 2002월드컵 10주년을 기념해서 열리는 2012 K리그 올스타전에서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 가운데 하나는 박지성(맨유)과 히딩크 감독의 재회다. 'TEAM 2002'를 이끌게 된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의 유전자를 진화시킨 주인공으로 한국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불굴의 투지를 무기로 전 포지션에서 완벽한 플레이를 펼치는 박지성은 히딩크의 눈에 띄기 전까지 유망주에 불과했지만 히딩크를 만남으로써 세계적 선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히딩크-박지성 만남'은 '톱 스트라이커'만을 훌륭한 선수로 생각했던 한국 축구 문화를 삽시간에 변화시킨 계기가 됐다.
한국축구가 다시 2014브라질 월드컵을 향해 순항을 하고 있다. 홍명보호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할 정도로 팬들의 기대 또한 높다. 과연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는 최강희 홍명보 감독은 어떤 리더십으로 다시 한번 국민에게 감동을 줄 것인가. 히딩크 감독의 2002월드컵 리더십을 통해 한국 축구의 나아갈 길을 한 번 생각해 보자. 히딩크 감독은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가 아무리 많아도, 이들의 역량을 끌어 올리는 '멀티플라이어(Multiplier) 리더'가 없다면 팀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증명했다.
'멀티플라이어'란 리더십 전문가 리즈 와이즈먼이 저술한 책에서 나온 용어로 상대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팀과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리더를 뜻한다.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멀티플레이어로 불린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을 길러낸 지도자가 바로 '멀티플라이어' 히딩크다. 그는 수많은 국내 미디어와 한국 축구계의 고정관념에 동요되지 않았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인재를 과감하게 발탁했고, 그의 재능을 키우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당시 대중들은 스타플레이어 이동국을 제외하고, 박지성과 송종국을 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히딩크 지도력을 의심했다. 더구나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0-5 패를 자주 당해 '오대영'이란 달갑지 않은 별명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결국 그의 선택은 옳았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축구 강호들은 한국 대표팀 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히딩크의 지휘 아래 다져진 한국 축구의 조직력을 넘지 못했다. 한 선수의 천재성에 의지하지 않고, 집단의 천재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멀티플라이어 리더의 전형이었다. '유로 2012'에서 챔피언에 오른 스페인 대표팀 역시 집단의 조직력이 빛을 발휘한 케이스다.
히딩크는 자신이 기용한 선수를 100% 신뢰하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한국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권위주의 문화를 바꿨다. 또 기존 감독들과 다르게 선수들과 평등하게 소통하려 애썼다. 이례적으로 선수들의 자율성과 개인시간을 존중했다. 밥을 굶고 잠을 안 자며 운동해야 하는 '헝그리 정신'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멀티플라이어 히딩크의 열린 사고는 월드컵 4강이라는 믿지 못할 신화를 이룩했다.
리더십 전문가 리즈 와이즈먼은 자신의 책 '멀티플라이어'에서 권위적인 리더의 독단은 오히려 조직을 병들게 한다고 말했다. 선수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들의 사소한 재능이 '천재성'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끄는 멀티플라이어 리더야말로 '곱셈의 승부사'로 21세기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2012 K리그 올스타전'에서 다시 만나게 된 멀티플라이어 히딩크와 멀티플레이어 박지성을 보며 멀티플레이어 선수를 끊임없이 배출할 수 있는 '멀티플라이어 리더'를 기대해 본다.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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