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곽승준의 쿨~한만남]<10> '핵잠수함' 김병현 "내 공에 '혼' 실어 던진다" 보러가기
[유성현 기자] 가동을 멈춘 '핵잠수함' 김병현(33·넥센)을 다시 마운드 위로 세운 건 다름 아닌 그의 가족이었다.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반지를 두 개나 가진 그였지만, 악동 이미지로 낙인찍혀 여러 팀을 방황하는 저니맨 생활을 하는 등 선수생활에는 유독 굴곡이 심했다. 한때는 뚜렷한 목표 의식을 잃고 야구를 그만두려고도 했다. 세상에 대한 마음을 닫고 외로이 앓는 게 익숙했던 그에게 다가온 아내 한경민(31)씨의 존재는 무엇보다 특별했다.
김병현은 <더팩트>의 인기코너 '곽승준의 쿨~한 만남'과 인터뷰에서 "아내를 만나고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며 한 씨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서툴게나마 털어놨다. 그는 "외국 생활 하면서 마음속에 응어리가 졌었다. 인종 차별을 받거나, 믿었던 사람들에게 금전적인 피해도 당하고, 야구도 잘 안되는데 부상도 찾아왔다. 그런데 아내를 만나니 달라졌다"며 위기의 순간에 찾아온 변화의 계기를 떠올렸다.
김병현은 "연애하던 시절, 하루는 아내가 영화를 보다 갑자기 울더라. 근데 이상하게 나도 눈물이 났다. 영화 때문이 아니라 아내가 우니까 마음이 아파서 울었던 것 같다. 울어보니 가슴에 딱딱하게 자리 잡았던 응어리가 조금씩 녹더라. 이런 감정도 있다는 걸 그제서야 느꼈다"고 돌아봤다.

김병현은 한 씨를 만나기 전까지는 감정 표현이 서툴렀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감정에 워낙 무딘 사람'이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는 "주변에서 사랑 얘기가 나와도 '무슨 말도 안되는 고리타분한 소리를 하냐'고 했다. 이제는 남들이 말하는 게 이런 감정이구나 싶더라"며 밝게 웃었다.
본격적인 아내 자랑을 해달라고 묻자, "너무 무지하다"는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는 "그래서 내가 모든 걸 이렇게…. 아, 닭살 코멘트라 못 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사실 아내 한 씨는 김병현과 연애하던 시절 그가 유명한 야구선수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 점이 김병현에게는 야구공을 다시 힘껏 잡게 된 계기가 됐다. "그래서 야구를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최근 각오다.
김병현은 "요즘엔 주위에서 전화도 오고 하니 내가 좀 유명한 줄 아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뮤지컬 배우라고 알려진 아내도 유명하지 않느냐고 묻자 "에이, 뮤지컬도 한 번 나왔다. 연기도 못하고"라며 애써 무뚝뚝한 태도로 말했지만 그의 표정에는 행복한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지난해 결혼한 김병현에게는 두 살배기 딸 민주가 있다. 아기를 보고 나서는 또다른 세상에 눈을 떴단다. 여유와 책임감도 생기고, 특히 '내가 생각하는 게 다 맞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자신을 둘러싼 편견에 대해 "난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며 웃어넘기는 김병현의 모습에서는 거칠지만 가슴 속 순애보를 간직한 '순정마초'의 향기가 짙게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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