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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맥주, '전용 잔' 과학?…국산 맥주 제자리 걸음





▲ 진정한 맥주의 맛은 맥주별 특성에 맞는 전용 잔에 따라 마셔야 느낄 수 있다.
▲ 진정한 맥주의 맛은 맥주별 특성에 맞는 전용 잔에 따라 마셔야 느낄 수 있다.

[이철영 기자] 궁합이라는 말이 있다. 비오는 날엔 막걸리와 파전, 맥주와 오징어 땅콩, 소주엔 얼큰한 국물, 족발과 새우젓 등이 각각 궁합에 들어맞는 먹거리. 궁합은 단순히 먹거리와 먹거리만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맥주별 전용 잔이 나오는 이유도 이 궁합과 연관이 있다.

◆ 맥주는 병째 마셔야 멋을 안다고?

한때 수입 맥주를 마실 때는 병째로 마셔야 멋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맥주도 와인처럼 전용 잔에 마셔야 더욱 제대로인 맥주 맛을 즐길 수 있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맥주의 다양화, 고급화가 이루어지면서 소비자들은 맥주의 참맛을 즐기기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프리미엄 맥주는 국내 맥주와는 달리 특성이나 음용법도 조금 남다르다.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맥주는 전용 잔으로 마셔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하이트진로는 ‘맥주生’ 브랜딩과 함께 전용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전용 잔을 함께 내놓는 이유는 맥주의 맛과 향, 거품 그리고 온도 때문이다. 맥주의 기본은 시원함 혹은 차가움이다. 따라서 하이트진로 역시 전용 잔을 내놓은 것.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전용 잔에 특별한 과학이 있지는 않지만, 이번에 출시하는 전용 잔의 경우 짧은 깊이와 넓은 부피가 특징”이라며 “온도와 거품을 생각해 만들었다. 맥주는 차갑게 마셔야 제맛이고 거품 역시 적당해야 한다. 이를 감안해 전용 잔에는 거품라인도 있다”고 말했다.

국산 맥주의 경우 전용 잔이 있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선물세트 또는 기획상품이 아닌 이상 전용 잔을 보기 힘들다. 그러나 역사가 오래된 수입맥주의 경우 대부분 전용 잔이 있다. 심지어 전용 잔에 특허를 낸 맥주도 있을 정도로 의미가 남다르다.

다양한 수입맥주를 판매하는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는 온도에 민감하고 거품과 향이 진정한 맥주의 참맛을 돋우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맥주가 가진 고유의 향과 풍부한 거품, 맛을 음미하는데 적합하게 제작된 전용 잔에 마시는 것을 권한다”며 “전용 잔에 맥주를 한 병 따르면 신기하게도 적정량의 거품까지 잔에 딱 알맞게 따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맥주 잔에 숨겨진 과학

일명 악마의 맥주로 불리는 벨기에의 듀벨(Duvel). 듀벨의 전용잔은 특허가 있는 잔으로 유명하다.

(주)뮤어스 관계자는 “듀벨 맥주 전용잔의 특징은 밑바닥에 ‘D’가 적혀있는 튤립 모양의 잔이다. 이 맥주는 거품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전용잔에 맥주를 따를 때 맥주의 거품이 더욱 풍부해진다. 또 듀벨의 전용잔이 튤립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은 맥주의 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플루트, 튤립, 챌리스, 고블릿, 필스너, 파인트, 스니프터, 펍, 바이젠비어, 머그.(왼쪽 위 시계방향)
▲ 플루트, 튤립, 챌리스, 고블릿, 필스너, 파인트, 스니프터, 펍, 바이젠비어, 머그.(왼쪽 위 시계방향)

▶플루트 (샴페인 모양 잔)-가늘고 긴 모양은 탄산화 작용을 돕고, 거품과 색깔을 잘 보여준다. 또한, 긴 모양의 디자인은 향을 위로 올리는 작용을 하여 마시는 사람이 향을 잘 느낄 수 있다. 램빅이나 필스너 같이 향이 좋은 맥주에 적합하며, 라이트 라거 맥주에도 잘 어울린다.

▶튤립-이름에서 연상되듯 튤립모양의 잔으로 잔 입구가 오목하고 몸통이 넓어 맥주가 잔 안에서 소용돌이 쳐 두터운 거품이 생기며, 몸통이 넓어 맥아의 맛을 잘 보여주고 향을 한데 모아준다. 스코티쉬 에일, 도플복 맥주에 많이 사용된다.

▶챌리스-다리가 섬세하고 길며 주둥이가 좁아 거품이 얇고 촘촘히 생겨 거품을 풍부하게 유지하는데 적당하다. 맛이 진한 맥주에 적합하며 잔 입구가 넓기 때문에 거품을 묻히지 않고도 깊게 들이 마실 수 있다. 진한 맛의 고급 에일맥주와 프리미엄 라거 맥주에 좋다.

▶고블릿-고블릿은 호프 아로마가 상대적으로 약하면서 맛이 진한 맥주에 적합하다. 잔 입구가 넓기 때문에 미세한 향을 깊이 들이킬 수 있다. 또한 나루가 있는 볼의 형태는 손으로 맥주의 온도를 높여 향의 발산을 돕는다. 보기에도 격이 느껴지는 고블릿은 대부분 진한 맛의 고급 에일에 즐겨 사용된다.

▶필스너-모양이 길고 가늘어 호프의 아로마를 잘 전달하도록 고안되었으며, 긴 형태와 투명한 유리는 맥주의 맑은 색과 올라오는 기포의 흐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며, 거품이 오래 유지된다. 필스너 스타일과 기타 라거 맥주에 적합하다.

▶파인트-주둥이가넓은원통형으로몸통이아래로갈수록살짝좁아지고, 가장 기본적인 모양으로 내구력이 좋아 쌓아 놓기 편하며, 술집이나 소형 양조장에서 흔히 쓰인다. 포터스, 잉글리쉬 에일 등 다양한 맥주에 모두 잘 어울린다.

▶스니프터 -전통적으로 브랜디 잔으로 많이 사용해온 스니프터는 맥주의 달콤함과 맥아의 풍미를 잘 나타내준다. 풀 바디 에일과 무거운 느낌의 라거에 적합하다.

▶펍-잔 입구가 넓은 원통형으로 몸통이 아래로 갈수록 살짝 좁아지고, 위쪽이 약간 튀어나오거나 굴곡이 있다. 스타우트, 포터스, 잉글리쉬 에일에 잘 어울린다.

▶바이젠비어-세련된 긴 잔으로 유리가 얇아 밝은 맥주 색을 잘 보여준다. 남부 독일 밀맥주인 바이젠의 과일 향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다양한 밀에 따라 풍부한 거품이 생기도록 디자인 되었다. 헤페바이젠과 기타 밀 맥주에 많이 사용된다.

밀 재배지로 유명한 호가든 마을에서 유래된 벨기에 맥주 호가든(Hoegaarden)은 부드러운 맛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호가든을 떠올렸을 때 육각 전용 잔을 빼놓을 수 없다.

▶머그-일반적으로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처리되어 있고, 손잡이가 있고 단단해 많은 양을 담을 수 있고 유리가 두꺼워서 서로 잔을 부딪치며 건배할 때 많이 쓰인다. 다크 라거, 뮌헨 맥주 등에 적합하며 옥토버페스트와 같은 축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 거품-향-맛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전용 잔

호가든은 육각 전용 잔으로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호가든의 육각 전용 잔은 아래로 갈수록 두께가 두꺼워지는데 이는 손의 열기가 전해지는 것을 막아 오랫동안 맥주의 차가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

또한, 전용 잔의 넓은 입구를 통해 호가든 특유의 향이 충분히 전해져 호가든의 독특한 풍미가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호가든은 전용 잔에 2/3 정도 따른 후, 병을 잘 흔들어 글라스에 새겨진 로고의 위치만큼 거품을 내어 따라 마시는 것이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정통 유럽스타일을 상징하는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는 1366년 이래 벨기에 루벤에서 유래된 600년 전통의 라거 맥주다. 제품명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에서 ‘스텔라(Stella)’는 라틴어로 별(Star)을 뜻하며, ‘아르투아 (Artois)’는 창시자의 성(Family name)에서 유래됐다. 알코올 농도는 5.2%로 상쾌하면서도 전통 맥주 본연의 쌉쌀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스텔라 아르투아의 전용 잔은 귀족적 우아함을 상징하는 성배 모양으로 좁다란 입구로 인해 고유의 풍부한 향과 크림헤드가 생성되도록 디자인된 것이다. 우선, 스텔라 아르투아를 마시기 전 글라스 잔을 깨끗이 씻어 헹구어야 하는데 맥주잔에 기름이나 때, 세제가 묻어 있으면 거품이 잘 일지 않기 때문.

잔을 씻은 뒤, 맥주를 전용 잔에 따를 때 잔에 손을 대지 않고 45도 기울인 채로 맥주를 따르고 거품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도록 잔을 아래로 내려준다. 거품은 대략 두 손가락 높이로 따라야 하며, 섭씨 3도에서 마실 때 가장 좋을 맛을 느낄 수 있다.

레페(Leffe)는 벨기에 수도원에서 생성된 맥주로 중세 수도사들의 양조기술과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고급맥주다. 1204년 디나우트 지역의 노트르담 수도원에서 처음 제조된 맥주로 역사가 길다.

레페 브라운(Leffe Brown)은 구운 맥아의 은은한 향과 달콤함이 어우러진 흑맥주인데 풍부한 거품은 마치 카푸치노가 연상 될 만큼 부드럽다. 레페 브론드(Leffe Blond)는 정향나무의 향이 조화된 신선하고 담백함 맥주다. 알코올 도수는 각각 6.5%, 6.6%다.

레페는 수도원에서 만들어진 맥주임을 나타내듯 전용 잔이 성배 모양이다. 잔은 사발 형태의 잔과 자루, 발로 구성돼 있다. 전용 잔은 레페 맥주만의 특별한 향을 보존하고, 부드러운 거품을 완벽하게 형성하면서 그 맛과 분위기를 최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비교적 잔 입구가 넓어 미세한 향을 깊이 들이킬 수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잔에 따라 맥주의 스타일과 술자리는 달라질 수 있다. 잔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똑 같은 맥주라도 다른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맥주에 따라 어울리는 잔은 오감을 자극해, 눈으로 보기에도 좋아야 하고, 손에도 잘 들어맞고, ‘입안에서의 촉감’도 좋아 향까지 느껴질 수 있어야 한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에게 잔은 신선한 맥주를 전달하는 ‘그릇’으로, 잔 선택은 맥주 선택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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