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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人] 김은중 "절친 이동국, 자신감-자극 동시에 줘"




▲ 올 시즌 강원FC의 비상을 이끌고 있는 주장 김은중(34). / 강릉=김용일 기자
▲ 올 시즌 강원FC의 비상을 이끌고 있는 주장 김은중(34). / 강릉=김용일 기자

[강릉 = 김용일 기자] 김은중(34)이 올 시즌 강원 행을 택한 것은 '희열'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0년 '약체'로 분류된 제주를 준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 선수상까지 수상한 그는 축구 인생 최고의 희열을 맛봤다. 하지만 34살의 나이에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준 강원의 구애에 선수 황혼기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리라 다짐했다. 마음 속 깊은 울림을 느끼게 해준 그때의 '희열'을 지난 시즌 '승점 자판기'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강원에서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 강원에 있어 김은중은 골을 넣을 수 있는 '믿을 맨'을 넘어 패배 의식을 지우고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을 제시해 줄 '정신적 지주'다. 지난 10일 2-0으로 이긴 대구와 홈 개막전에서 혼자 두 골을 터뜨리며 존재 가치를 보인 그는 올 시즌 재 창단을 선언한 강원의 비상을 이끌 새로운 캡틴이다. 후배들도 "올 시즌은 (김)은중이 형을 믿고 잘해보자"며 의기투합하고 있다. <더팩트>은 최근 강원 클럽하우스에서 김은중을 만나 올 시즌 각오와 축구 인생 이야기, K리그에 대한 생각 등을 들어봤다.





▲ 2010년 제주 유니폼을 입고 준우승과 최우수 선수상을 동시에 거머쥔 김은중은강원에서 또 다른 희열을 기대하고 있다. / 강원FC 제공
▲ 2010년 제주 유니폼을 입고 준우승과 최우수 선수상을 동시에 거머쥔 김은중은강원에서 또 다른 희열을 기대하고 있다. / 강원FC 제공

◆ "강원 행? 제주 시절 희열감을 또 느끼고 싶었다."

- 김은중의 영입으로 강원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어요. 홈 개막전 이후 승수를 쌓진 못했지만 지난 시즌보다 분위기가 밝아요.

맞아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요. 물론 시즌 초반이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죠. 승강제가 시작되는 해인만큼 초반 30경기가 중요한데 매 경기 철저한 준비로 승점을 따야죠. (수원과 3라운드에서 발목 염좌를 다쳤는데) 걷기 불편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요. 하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고, 경기에 나서려고 하죠.

- 강원에 처음 왔을 때 팀 분위기는 어땠나요.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었죠. 김상호 감독님께서도 제게 분위기 반전을 강조하셨어요. 주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많은 대화를 나눴죠. (정신적 지주로서 역할도 중요한데)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하고 있고요. 평소처럼 성실하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 대전에 있었지만, 서울과 제주를 거쳐 다시 시·도민 구단에 와보니 어떤가요.

아무래도 대기업 구단에 비해 열악한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시·도민 구단 중 현대식 클럽 하우스를 보유한 팀은 몇 없어요. 그런 부분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고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강원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하나'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 같아요.

- '새로운 도전'이라는 명분으로 강원 행을 택했어요. 궁극적으로 이곳에 온 이유는 무엇이죠?

감독님께서 날 원한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34살이라는 나이에도 날 인정해주고 원하는 팀이 있다는 게 행복했죠. 강원은 지난 시즌 최하위였잖아요? 더 이상 잃을 게 없고 올라갈 일만 남았어요. 제주에서 이미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또 한번 희열을 느끼고 싶었죠. 이런 기회가 내 축구 인생에서 다시 올 까 생각했어요.

- 강원의 최근 경기를 보면 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응집력이 돋보여요. 패배 의식을 떨친 것 같네요.

0-3으로 진 수원과 3라운드처럼 경기 막판 집중력을 잃고 연속 골을 내준 점은 고쳐야죠. 하지만 경기 내용이 좋아지고 있고 자신감을 얻은 것은 분명해요. 강원이라는 팀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인식을 상대 팀에 심어주고 싶어요.

- K리그 통산 105골을 넣으면서 통산 득점 5위에 랭크돼 있어요. 30대를 넘어서면 공격수들이 골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하는데?

확실히 경험이 쌓이다보니 스트라이커로서 위치 선정이나 공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길러지는 건 사실이에요. 젊었을 때보다 기동력은 떨어질 수 있지만 경기 운영 능력이 좋아지는 거죠. 그렇다고 제가 20대 초반에 비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 김은중은 '절친' 이동국(전북현대)과 함께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후배들의귀감이 되고 있다.
▲ 김은중은 '절친' 이동국(전북현대)과 함께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후배들의귀감이 되고 있다.

◆ 잘 나가는 '절친' 이동국 "부럽지만 자신감과 자극 줘"

- <더팩트> 독자 질문 중 이동국과 인연에 대한 내용이 많았어요.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 이동국 선수는 최강희 감독이라는 삶의 조력자를 만나 클럽과 대표팀에서 펄펄 날고 있죠. 친구지만 가끔 부러울 때도 있나요?

부럽죠.(웃음) 자기를 믿어주고 이끌어 줄 수 있는 감독이 있다는 건 선수들에게 가장 큰 힘이 돼요. 전 (이)동국이나 또래 선수들이 많은 나이에도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잖아요.

- 공교롭게 이동국과 전성기의 흐름도 비슷해요. 청소년 대표 이후 굴곡이 있다가 30대 들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죠. 2010, 2011시즌 최우수 선수상도 나란히 수상했고요.

동국이의 활약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자극을 동시에 주는 것 같아요. 친구가 잘하는 모습만 봐도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느끼죠. (이동국이 출연한 예능을 본 적 있나) 그럼요. 재미있게 봤어요.(웃음) 평소처럼 하더라고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 출연해야죠.

- 축구계에서 김은중과 이동국이 속한 79년생 모임이 잘 알려져 있어요. '20대의 마지막 발악(이마발)'이란 모임으로 시작했다고요.

시즌을 마친 연말에 정기적으로 모여요. 나와 이동국, 박동혁, 현영민 등 또래 선수들이 각자 출신 고등학교를 섭외해 친선 경기를 하죠.(웃음) 선수 은퇴하고 지도자 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거기선 가끔 동국이랑 투톱으로 설 때도 있어요.

- 아직도 투톱의 위력은 건재하던가요.

오랜만에 경기를 해도 눈빛만 봐도 알겠더라고요.(웃음) 아, 지난 모임 땐 고종수, 김상식 형이 게스트로 참가했어요. 종수형은 아직 죽지 않으셨던데요? 공을 차는 감각이 어찌나 좋던지. 패스가 아직도 예리해요. 재능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다 같이 모이는 게 어렵지만 앞으로도 자주 모이고 친목을 다졌으면 해요.

- 대전 창단 멤버로 2001년 FA컵 우승을 함께 일군 이관우와 인연도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 낙지 사업가로 변신했어요.

지난 겨울에 가려고 했는데 이적 문제로 바빠지면서 못 갔어요. 전화 통화를 몇 번 시도했는데 낙지 자른다고 안 받더라고요.(웃음) (아쉬움은 없나) 왜 없겠어요. (이)관우 형은 충분히 축구를 더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선수인데…. 그래도 무엇인가를 다시 도전하고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프로 16년 차인 김은중은 축구화를 벗는 그 날까지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단다.
▲ 프로 16년 차인 김은중은 축구화를 벗는 그 날까지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단다.

◆ '고비' 십자인대 부상 후 中행…'최고' 제주 준우승 신화

- 어느 덧 K리그 16년차인데, 프로 인생 최대의 고비는 언제 였나요?

FC서울 시절인 2007년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을 때요. 많이 힘들었고 처음으로 큰 부상을 입었죠. 이후 2008년 FA로 풀리면서 이적료 문제로 타 팀 이적을 못했죠. 갈 곳이 없어 중국 이적 시장 종료 직전 창샤에 입단했죠.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동계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시즌 초반 고생하다가 7경기 만에 골을 넣으면서 그해 30경기 중 28경기를 풀타임으로 뛰었죠. 2010년에 제주에 와서 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어요.

- 갑자기 중국으로 건너가 몸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초반 6경기까지 골을 못 넣을 땐 심정이 어땠나요.

중국에 갔다는 건 어찌 보면 힘들 수 있었지만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안)정환이 형이 있는 다롄과 경기를 치르고 정환이 형하고 밥을 먹었는데 형께서 '너랑 나랑 한국을 대표해서 중국에 있으니까 잘하자'고 격려해 주셨죠. 위안이 됐고 다음 경기에서 마수걸이 골을 넣었어요. (안정환 당시 선수가 큰 역할을 했군요) 맞아요. 형의 말을 듣고 체력과 감각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라고요.

- 반면 프로 인생 최고의 순간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중국을 다녀와 2010년 제주에 입단했을 때죠. 전년도 최하위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는데, 제가 최우수 선수상을 탄 것보다 팀이 올라가는 과정에 있어 정말 행복했고 큰 희열을 느꼈던 것 같아요. 서울에 있을 땐 이기는 것이 당연했었는데, 약팀으로 오니까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축구 인생에서 처음이었고, 2010년을 계기로 제주가 다시 강팀 반열에 올랐잖아요.

- 홍명보호의 김현성(FC서울) 선수가 김은중을 닮고 싶다고 말을 했었어요. 최근 재능 있는 후배 공격수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사실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은 예전에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잠재력만 믿고 노력을 안 하고 절실함이 없다면 프로 세계에선 살아남을 수 없죠. (김현성을 비롯한) 후배 공격수들이 끊임없는 노력, 자기 관리, 절실함, 뚜렷한 목표가 있다면 자신은 물론 K리그에도 도움이 될 거에요.

- 프로에서 재조명을 받곤 있지만, 국가대표에 대한 아쉬움도 남아있을 것 같은데요. 청소년 대표 이후 국가대표에서 굴곡이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보나요.

음, 지도자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컸던 것 같아요. 인연이 없었죠. 예를 들어 동국이가 허정무, 조광래 감독님이 대표팀 감독을 하셨을 때 중용되지 못했잖아요? 어느 팀에서든 감독은 자기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선수를 뽑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아쉽죠.

- 최강희 감독은 K리거들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편이죠. 그런 부분에선 마지막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나요?

강원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팀 성적이 올라가다보면 기회가 있겠죠. 하지만 국가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서 준비한다는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언제 어디서든 좋은 경기력을 갖고 있으면 기회가 오는 거니까요.

- 향후 현역 은퇴를 하게 됐을 때 계획은 있나요?

지도자를 생각하고 있어요. 선수로서 경험한 것을 후배들에게 전수해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요. (유상철, 황선홍 등 대표 생활을 같이 한 선배들이 감독하는 것을 보면) 어색하지 않아요. 우리 팀에 노상래 코치님과 대전 창단 멤버로 같이 뛴 신진원 코치님이 계시죠. 오히려 서로 잘 알고 같이 축구를 했었기에 대화가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 올 시즌 강원의 비상과 함께 김은중의 새로운 신화를 기대해 본다.
▲ 올 시즌 강원의 비상과 함께 김은중의 새로운 신화를 기대해 본다.

<글 = 김용일 기자, 사진 = 김용일 기자·강원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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