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희 기자] 금융시장에 제2의 카드대란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 뿌려진 신용카드 숫자는 무려 1억2213만장,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500조원으로 2002년 카드대란 때의 수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과 7등급 미만 저신용자들이 급증으로 카드대란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여전히 카드사간 과열 경쟁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최근에는 신입, 새학기 시즌을 맞아 20대 새내기를 잡기 위한 카드사들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 신용카드 발급 제한은 말뿐?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는 신용카드 구조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신용카드 사용 억제가 최우선 과제로, 신용카드 발급 조건을 크게 강화했다.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으면 만 18세 이상도 발급받을 수 있었던 신용카드를 20세 이상의 성인만 발급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소득이 부채보다 많고,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인 경우에만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구조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의 20대 신용카드 발급 기준은 여전히 천차만별이다. 금융회사별 대학생카드 발급 기준을 살펴보면, 삼성카드는 월 소득 1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평균잔액 50만원 이상, 100만원 이상의 예금 고객이면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130만 원 이상 예금을 1년 이상 유지하면 가능하고, 외환은행은 70만 원 이상의 예금 소지자, 또는 4대보험 3개월 이상 가입자면 발급이 가능하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발급 기준이 대부분 예금의 평균잔액에 국한됐다는 점이다. 당장 돈이 없어도 '외상'으로 살 수 있는 신용카드의 특성상 지불 능력이 중요하지만, 해당 은행에 일정금액 이상의 예금을 소지하고 있다면 카드 발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부모가 자녀 명의로 예금을 가입한 경우에도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평균잔액 외에도 지불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발급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 새내기 소비성향에 맞춰 신용카드 발급?
20대를 겨냥한 카드사들의 전략은 '소비욕구'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업종별 할인과 무이자할부 이벤트로 소득이 적은 20대의 신용카드 발급을 유인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숫자 중심의 브랜드 체계 정립한 숫자카드를 출시하면서 20~30대를 겨냥한 '삼성카드2'를 내놓았다. 삼성카드2는 20대가 선호하는 업종을 대상으로 5~10% 할인율을 적용한다. 삼성카드 측은 젊은 층의 소비감각을 반영해 백화점, 면세점, 아울렛 등에서 카드를 사용할 경우 할인을 제공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사회 초년생의 차량구매를 위한 M카드를 내놨다. 현대카드 측은 “졸업 후 차량 구매욕구가 생기는 젊은 층을 겨냥해 맞춤형 신용카드를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대카드M 고객이 현대기아차를 구매할 경우, 포인트를 미리 지급받아 사용할 수 있는 '세이브-오토'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세이브-오토 이용 고객은 차량 구매 시 차종에 따라 20~50만 원을 미리 지급 받아 사용한 후, 최장 36개월 내에 카드 사용에 따라 적립되는 포인트로 이를 상환하면 된다. 자칫 카드 발급을 통해 더 저렴하게 차량구매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카드 사용금액에 따른 포인트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카드 사용을 통한 지출이 더 늘어나게 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대 신용불량자는 2005년 이후 지난해 6월까지 8만4227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소비욕구가 높은 20대를 잡기 위한 카드사들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고객 스스로가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신용카드 발급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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