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일 기자] 예상 밖 대패에 아스널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하지만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자에 선 앙리는 빛이 났다. 아스널의 전설인 그가 '임대의 전설'이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를 얻게 됐다.
앙리는 16일 새벽(한국시간) AC밀란(이탈리아)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팀이 0-2로 뒤지던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클럽 간의 맞대결 만큼이나 이날 가장 가장 주목할 선수로 앙리가 꼽혔다.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싸커 뉴욕 레드불스에서 뛰던 앙리는 겨울 휴식기인 지난 1월 단기 임대로 친정팀 아스널에 복귀했다.
마루아네 샤막, 제르비뉴 등 판 페르시의 백업 자원들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차출돼 공격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또한 아스널에 수많은 족적을 남긴 앙리의 합류로 선수들의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리란 판단이었다.
그리고 짧았던 2개월이었지만 앙리의 활약은 벵거 감독 의도에 들어맞았다. 이날 경기까지 총 7차례 공식 경기에서 후반 조커로 출전한 앙리는 3골을 넣으며 여전한 클래스를 보였다. 특히 골의 순도도 높았다. 리즈 유나이티드와 FA컵 64강전에서 결승골, 프리미어리그 블랙번전 쐐기골과 선덜랜드전 버지비터골을 작렬시키는 등 주요 순간 앙리는 진가를 발휘했다.
또한 주축 공격수인 판 페르시를 비롯해 아스널 전 선수들에게 실전 경기 뿐 아니라 평상 시 훈련 과정에서도 모범을 보이며 정신적 지주로서도 역할을 해냈다. 특히 지난달 30일 아스톤빌라와 FA컵 32강전에서 먼저 두 골을 내준 뒤 후반에만 세 골을 터뜨리며 역전에 성공하자 전 선수들이 터치라인에서 독려하던 앙리에게 뛰어가 기쁨을 만끽하기도 했다.
비록 벵거 감독의 임대 기간 연장 요구를 뉴욕 레드불스가 거절해 최소한 올 시즌에는 더이상 아스널 유니폼을 입은 앙리의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러나 2개월 간 앙리가 남긴 유·무형의 가치는 임대 그 이상의 의미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AC밀란에게 네 골 차 대패를 당해 8강행에 어둠이 드리워진 아스널은 비록 쓴맛은 봤지만 앙리 고별 무대에 웃으며 박수를 보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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