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원엽 기자] 지난주 '농구장★사람들'은 농구 경기에 푹 빠져 함께 온 조카를 돌보지 않았던 매정한(?) 이모들의 이야기를 전했다.(▶관련기사 보기) 10살짜리 조카와 서른 전후의 이모 2명은 경기 내내 서로를 외면했지만, 뜨거운 가족애를 숨기지 못하며 웃음꽃을 가득 피웠다.
이번 주 주인공은 연인 못지않게 다정했던 부녀 에드워드 마이클 원엘(44)씨와 김레이첼(13)양이다. 미국 국적의 아버지 원엘은 딸에 대한 사랑이 넘쳐났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다소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착용해 딸을 즐겁게 했다. 딸 레이첼은 경기 전부터 아버지에게 꼭 붙어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 <더팩트>은 12일 서울 삼성과 부산 KT의 경기가 열린 서울잠실체육관에서 다정한 모습으로 주위의 부러움을 샀던 부녀를 만났다.
- 두 분 정말 애인 같아요. 부녀지간 맞으시죠?(웃음)
아버지: 그럼요. 기분 좋고 정말 행복한 말이네요.(웃음) 딸과 친해요. 평소 자주 놀아주죠. 오늘은 휴가라 제가 먼저 딸에게 농구장에 가자고 그랬어요. 저와 딸 모두 농구를 많이 좋아해요.
딸: 아빠와 애인 같다는 말…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네요. 아빠 같은 남자 스타일 안 좋아해서요.(웃음) 잔소리가 너무 많은 게 흠이죠. 그래도 아빠는 착하고 잘 놀아주는 자상한 분이세요. 선물도 많이 사주시고 제 투정도 잘 받아주시고요.
- 아버님께서 가발을 착용하셨는데, 부끄럽지 않으세요?
아버지: 당연히 부끄럽죠. 대부분 어린애들이 착용하는데 저는 어른이잖아요.(웃음) 창피해요. 그런데 딸이 구단에서 빌려주는 이 가발을 제가 쓰길 원했어요. 딸 바람대로 해주고 싶었어요. (딸은 아버지께 참 고맙겠어요?) 딸: 조금요.(웃음) 경기장 스크린에 얼굴 나오고 싶어서 아빠한테 부탁했는데, 정말로 카메라에 잡혀서 좋았어요. 그런데 이런 거 해주는 아빠들도 많을걸요.(웃음)
- 아무리 부녀지간이라지만 이렇게 친한 비결이 뭐가 있을까요?
아버지: 가족이잖아요. 평소 공부도 같이 하면서 많이 도와줘요. 농구장에도 자주 오고요. 딸을 많이 사랑해요.
딸: 저는 안 사랑한데요?(웃음) 아빠와 같이 놀고 대화를 많이 해서 친한 것 같아요. 참, 아빠! 스마트폰 사주 세요! 같은 반 친구들 2/3 정도는 다 스마트폰 갖고 있단 말이에요.
- 그런데 아버님께서 외국인 억양을 갖고 계시네요?
딸: 아빠가 미국 국적을 갖고 계세요. 그래서 한국말이 조금 서투르죠. 한국에 온 지 오래 됐는데 한국말이 잘 안 느시네요. 평소 영어를 많이 사용하시고 친구들도 외국인 사람들이 더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 6살쯤 한국에 왔어요. 이중 국적을 갖고 있고요, 엄마가 한국인이시라 한국어를 많이 알려주세요.
- 삼성 팬이신 것 같은데, 어떤 선수를 좋아하시나요?
아버지: 이승준을 좋아하고요, 예전에는 테렌스 레더를 응원했습니다.
딸: 저는 이승준과 아이라 클라크요! 두 선수 모두 농구를 정말 잘 하고요, 이승준은 귀엽게 생긴 것 같아서 좋아요.(이승준 선수는 귀화혼혈선수규정에 따라 올 시즌을 끝으로 다른 팀으로 이적해야 하는데…) 아 정말요? 몰랐어요. 다른 팀으로 안 갔으면 좋겠어요. 만약 팀을 떠날 수 밖에 없다면 아쉽지만 그래도 이승준 선수를 응원할 거예요.
- '농구장★사람들' 공식 질문! 당신에게 농구란?
딸: 농구는 재미다. 저는 운동을 많이 좋아하는데요,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 모두 재밌어서요. 여자 친구들과 같이 경기장 왔으면 좋겠는데 한국 친구들은 쇼핑만 같이 가자고 해서 조금 아쉬워요.
서로에 대한 사랑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던 이 부녀는 경기 중간에 이뤄지는 이벤트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한 달에 세 번 정도 농구장을 찾는다는 이들은 평소에도 적극으로 이벤트에 임해 커피, 도시락 등의 선물을 자주 받았단다. 이날 비록 응원한 삼성이 KT에 62-103으로 대패했지만 이들은 "다음에 또 이기면 되죠"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이번 한 주 동안 농구장을 빛낼 사람은 또 누구일까.
<글, 사진 = 신원엽 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wannabe2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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