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생 요구 외면 논란

[더팩트ㅣ울진=김성권 기자] 국가 에너지 생산의 중추 역할을 해온 울진군이 정작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정책에서는 심사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경북도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지방비 확보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참여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경북 울진군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로 보고 이번 공모를 준비해 왔다. 그러나 사업계획의 경쟁력이나 실현 가능성을 평가받기도 전에 도의 확약서 미제출로 공모 참여 자격부터 잃게 되면서 지역사회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정부가 인구 감소와 생활 여건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 주민에게 매월 15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시범사업이다. 주민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해 침체한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울진군은 이를 단순한 현금성 지원이 아닌 지역 소멸에 대응할 정책적 전환점으로 판단했다. 자체 재원을 활용한 추가 지급까지 검토하며 지역 여건에 맞는 지속가능한 기본소득 모델을 구상했다.
황이주 울진군수도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직접 나섰다. 지난달 31일 이재명 대통령의 청송군 방문 현장을 찾아 울진의 사업 참여 필요성을 설명했으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국회에도 사업의 당위성과 지역의 절박한 현실을 전달했다.
특히 울진은 '원전 10기'가 들어선 국내 최대 원전 소재 지역이다. 오랜 기간 국가 에너지 안보와 산업 발전을 뒷받침해 온 만큼 국가적 기여가 지역 주민의 생활 안정과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군의 주장이다. 지역 자산을 활용해 기본소득의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마련했다.
하지만 공모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모 지침상 시·도지사와 군수의 직인이 날인된 지방비 확보 확약서는 필수 제출서류다. 이를 제출하지 못하면 적격성 심사에서 제외된다.
경북도는 도내 참여 희망 7개 군 가운데 봉화군에만 확약서를 제출했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울진을 비롯한 6개 군은 정부 평가 대상에서 제외될 처지에 놓였다.
울진군은 도의 재정 여건을 이해하면서도 지역별 인구 감소 상황과 사업 추진 의지,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최소한 정부의 공정한 평가 기회는 보장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 군수는 "우리가 바랐던 것은 무조건적인 선정이 아니라 울진의 가능성을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였다"며 "원전 10기를 품고 국가 에너지 생산에 기여해 온 울진의 노력이 군민의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기본소득 기반과 제도적·재정적 여건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발전을 위해 감당해 온 역할과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는 여전히 울진의 과제다. 이번 공모 무산 위기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넘어 국가 정책의 혜택이 지역에 어떻게 배분돼야 하는지, 지방정부 간 재정 격차가 주민의 정책 참여 기회까지 제한해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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