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군, 엄포 아닌 끝까지 가는 법적 대응 보여줘야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확인되지 않은 폭로 하나가 지역의 명예를 짓밟고 주민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시대다. 자극적인 의혹을 범죄 사실처럼 포장해 조회수를 올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사회에 떠넘기는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울릉도 관광객 감금·협박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영상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울릉군이 해당 영상의 주장을 허위 사실로 판단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시간이 지나 흐지부지된다면, 유사한 허위 폭로는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문제의 영상은 울릉도 2박 3일 패키지여행 마지막 날 관광객 30명이 창고에 감금됐고, 1인당 30만 원 상당의 특산품 구매를 강요받았으며, 출동한 경찰과 해양경찰이 가이드를 체포하고 현장에서 1000만 원의 보상금까지 받아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이라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한 범죄 의혹이다.
그러나 울릉군이 경찰과 해양경찰 등 관계 기관에 확인한 결과, 영상에서 주장한 사건과 관련한 신고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영상 제작자는 답해야 한다. 30명이나 되는 관광객이 감금됐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경찰과 해경이 출동하고 가이드가 체포됐다는 구체적인 정황은 어디에 있는가. 거액의 보상금이 오갔다는 사실은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이처럼 구체적이고 중대한 주장을 했다면 그에 걸맞은 객관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실제 범죄 현장처럼 연출하고 유포했다면 이는 단순한 과장이나 실수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행위다.
물론 관광객을 상대로 한 강매나 부당한 영업 행위가 실제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하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 정당한 소비자 고발과 비판을 지역 이미지 훼손이라는 이유로 막아서도 안 된다.
그러나 비판에는 사실이 전제돼야 한다.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근거 없는 범죄 의혹을 퍼뜨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표현의 자유가 허위 사실 유포와 타인의 명예훼손, 생계 위협까지 정당화하는 면죄부는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피해의 범위다. 유튜브 영상 한 편이 겨냥하는 대상은 특정 여행사나 가이드일지 모르지만, 영상이 확산되면서 타격을 입는 곳은 울릉도 전체다. 숙박업소와 음식점, 여객·관광 운송업체, 특산품 판매점 등 수많은 주민의 생업이 관광객의 신뢰에 기대고 있다.
제작자는 조회수와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무너진 지역의 신뢰와 줄어든 관광객으로 인한 손실은 주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울릉도는 이미 '비계 삼겹살' 논란으로 전국적인 홍역을 치렀다. 일부 업소의 잘못된 영업 행위가 지역 전체의 부정적 이미지로 번졌고, 해당 업소는 행정처분 이후 결국 폐업했다. 잘못에 대한 비판은 당연했지만, 특정 업소의 문제가 섬 전체의 관광 불신으로 확대된 데 따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여기에 올해 관광객 감소까지 겹쳤다. 7월까지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은 약 17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6000명 줄었다. 여객선 운항과 접근성 문제, 관광 여건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확인되지 않은 폭로까지 덮친다면 지역경제는 더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 울릉군의 대응은 달라져야 한다.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보도자료 한 장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영상 원본과 게시·유포 경위, 제작 과정, 주장에 사용된 자료와 제보의 진위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허위 사실을 고의로 유포해 지역과 주민에게 피해를 입힌 정황이 확인되면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 등 적용 가능한 법률을 검토해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특히 피해를 입은 지역 소상공인과 관광업계의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수집하고, 영상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명예훼손 정도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법률 전문가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다. 게시물 삭제와 정정 요구 등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
법적 대응의 핵심은 강경한 말이 아니라 실제 책임을 묻는 실행력이다. 울릉군이 이번에도 강력 대응을 외치고 결과 없이 물러선다면 허위 폭로를 일삼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뿐이다. 지역의 명예를 훼손하고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해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인식이 굳어져서는 안 된다.
유튜브 플랫폼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극적인 제목과 폭로성 콘텐츠가 조회수와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면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관리와 조치에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울릉도를 무조건 감싸자는 것이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누구든 책임져야 하고, 허위라면 그 역시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 정당한 비판은 보호하되 악의적인 허위 폭로에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관광은 신뢰를 먹고산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든다. 더욱이 그 피해는 영상을 만든 사람이나 유포한 사람보다 지역에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에게 먼저 돌아간다.
울릉군은 이번 사안을 결코 일회성 논란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허위 사실로 지역을 공격하고 조회수로 이익을 챙기는 행위에는 반드시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선례를 남겨야 한다.
말뿐인 엄정 대응은 이제 충분하다. 이번만큼은 끝까지 추적하고, 끝까지 고발하고, 끝까지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울릉도의 명예와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일에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어야 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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