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CT

검색
전국
울릉도 주민의 발 '썬플라워호', 퇴역 후 6년 만에 아르헨티나서 새 항해 시작
2020년 마지막 운항…'몬테비데오 익스프레스'로 재취항

1995~2020년 2월까지 포항~울릉 간을 운항했던 썬플라워호가 울릉도 관문 도동항에 입항한 모습. /김성권 기자
1995~2020년 2월까지 포항~울릉 간을 운항했던 썬플라워호가 울릉도 관문 도동항에 입항한 모습. /김성권 기자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독도와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과 섬 주민들의 발이 됐던 여객선 '썬플라워호'가 6년여의 시간을 돌아 아르헨티나에서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선령 제한으로 운항을 마쳤지만, 선명을 '몬테비데오 익스프레스'로 바꾸고 선박 구조까지 개조해 다시 바다를 누비게 되면서 울릉 주민들의 아쉬움 속에 응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썬플라워호를 퇴역시킨 대저페리 등에 따르면 해당 선박 선명을 몬테비데오 익스프레스로 변경한 뒤 전날부터 아르헨티나에서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갔다. 현재는 약 1시간이 걸리는 항로에 투입됐으며, 향후 3시간가량 소요되는 장거리 항로에도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포항~울릉 항로에 취항한 썬플라워호는 2020년 2월 28일 마지막 항해를 끝으로 국내 운항을 마쳤다. 당시 선령이 운항 가능 기준인 25년에 가까워지면서 더는 울릉 항로를 운항할 수 없게 됐다.

마지막 운항일, 울릉도 주민들은 궂은 날씨에도 부두로 나와 오랜 세월 함께한 여객선의 마지막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섬 주민들에게 썬플라워호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육지와 섬을 잇고, 관광과 지역 경제를 떠받쳐 온 생활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썬플라워호가 선명을 몬테비데오 익스프레스로 변경한 뒤 20일부터 아르헨티나에서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갔다. /세계 여객선 전시장 블로그
썬플라워호가 선명을 몬테비데오 익스프레스로 변경한 뒤 20일부터 아르헨티나에서 본격적인 운항에 들어갔다. /세계 여객선 전시장 블로그

당시 마지막 배를 타고 울릉도에 도착한 주민 김모(60·여)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름도 참 예쁜 썬플라워호. 오늘따라 비에 젖은 해바라기꽃이 더없이 예쁘게 보였는데, 운항 도중 최태열 선장이 오늘 항해가 마지막이라는 안내 방송을 해 가슴이 찡했다"며 "그동안 이 배를 이용한 모든 승객에게 감사한다는 인사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적었다.

한 누리꾼은 당시 "전장에 아들을 보내는 마음이다. 꼭 선종 변경의 꿈을 이뤄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원한다"고 표현했다. 운항 중단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해외에서라도 다시 바다를 달리기를 바라는 주민들의 마음이 담긴 반응이었다.

썬플라워호는 대아고속해운이 호주 태즈메이니아섬의 인켓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이다. 이후 2014년 노선 운영권을 매입한 대저해운에 임대 형태로 넘겨져 포항~울릉 항로를 운항했다.

알루미늄 재질의 쌍동선으로 제작된 썬플라워호는 선체가 가볍고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취항 당시 순항속도는 40노트 이상으로, 기존 여객선으로 8시간가량 걸리던 항해 시간을 3시간대로 단축하며 울릉도 뱃길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20년 2월 28일오후 3시30분 썬플라워호가 승객 147명과 화물 13.4t, 차량 2대를 싣고 울릉에서 포항으로 떠나기 위해 후진하자 많은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아쉬워 하고 있다. /김성권 기자
2020년 2월 28일오후 3시30분 썬플라워호가 승객 147명과 화물 13.4t, 차량 2대를 싣고 울릉에서 포항으로 떠나기 위해 후진하자 많은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아쉬워 하고 있다. /김성권 기자

썬플라워호 취항 이전 울릉도와 육지를 잇는 여객선은 6·25전쟁 이후 운항한 150t급 금파호를 비롯해 1963년 취항한 철선 청룡호와 동해호 등이 있었다. 1977년 7월에는 울릉도 역사상 처음으로 쾌속선 한일호(808t)가 취항했지만, 기상 여건에 따라 항해에 8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썬플라워호의 등장은 울릉도 관광산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취항 직후인 1996년 울릉도 관광객 20만 명 시대를 열었고, 2011년에는 35만 명, 운항 종료 직전 해에는 약 38만 명의 승객을 실어 날랐다. 1999년 11월에는 독도행 정기여객선으로도 운항하며 관광객과 주민들의 이동을 도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안전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썬플라워호는 국내 운항을 지속하지 못했다. 당시 울릉도 주민 여객선추진운동본부를 이끌었던 백운학 이사장은 선령 제한과 관련해 "세월호 사고 이후 개정된 해운법에 따라 선령 제한이 25년으로 묶여 있다"며 "외국에도 없는 여객선 선령 제한은 부당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1999년 11월 독도행 정기여객선으로서는 첫 운항에 나선 당시 선플라워호가 독도 주변을 선회하고 있다. /김성권 기자
1999년 11월 독도행 정기여객선으로서는 첫 운항에 나선 당시 선플라워호가 독도 주변을 선회하고 있다. /김성권 기자

국내 운항을 마친 뒤 해외에서 새 삶을 시작한 썬플라워호는 현지 운항 여건에 맞춰 선박 구조도 변경했다. 여객 정원은 기존 920명에서 600명으로 줄였고, 차량 적재 능력은 기존 16대에서 70대로 늘렸다. 1층 일반실을 차량갑판으로 개조하고 선미부 여객실을 증축했으며, 면세점 등 부대시설과 객실 중앙 로비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은 기존 우현 램프와 새로 설치한 선미 램프를 통해 싣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현지 선박회사는 운항속도를 40노트로 홍보하고 있다. 국내에서 울릉도와 포항을 오가며 수많은 주민과 관광객을 실어 나르던 여객선이 이제는 남미의 바다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울릉도 주민들에게 썬플라워호의 해외 운항은 지나간 추억을 되새기는 일이자 반가운 소식이다. 마지막 항해를 지켜보며 아쉬움을 삼켰던 주민들은 이제 낯선 이름으로 다시 바다를 달리는 옛 여객선이 안전하게 운항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기를 바라고 있다.

울릉도와 포항을 잇던 뱃길에서 썬플라워호가 남긴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섬 주민들의 마음속에 남은 '고마운 배'는 이제 지구 반대편에서 새로운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tk@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
회사소개 로그인 PC화면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