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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피싱전화 번호 '010'으로 조작…101명 무더기 검거·16명 구속
중계기 400대·유심 5256개 압수

범행 현장에 설치된 공유기. /부산경찰청
범행 현장에 설치된 공유기. /부산경찰청

[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해외에서 걸려 온 피싱전화의 발신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바꾸는 중계기를 밀수·유통·운영한 조직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공급한 중계기가 이용된 검찰 사칭 피싱사기로 피해자 19명이 약 15억 원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 마약·국제범죄수사대는 20일 오전 청사 2층 브리핑룸에서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 밀수·유통·운영 조직원과 유심 제공자 등 101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6명을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중계기 유통·운영 조직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해외 인터넷전화의 발신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꾸는 중계기를 하드디스크 등으로 위장해 국내에 반입한 뒤 원룸 등에 설치·운영하며 피싱사기 조직의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유심 제공자들은 유심 1개당 6만~12만 원을 받거나 대출을 받기로 하고 자신 명의로 유심을 개통해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조직은 중계기의 해외 반입부터 국내 유통과 설치·운영까지 역할을 나눠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장비 수령·보관과 공급을 관리하는 총괄 유통책, 조직원을 모집·관리하는 모집책, 중계기와 유심을 옮기는 장비 전달책, 원룸 등에 장비를 설치·운영하는 운영책으로 구성됐다.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 밀수·유통·운영 조직 관계도. /부산경찰청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 밀수·유통·운영 조직 관계도. /부산경찰청

경찰 조사 결과 해외 총책과 밀수책은 중국 국적이었으며 국내 중계기 유통·운영 조직원은 대부분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국적의 외국인이었다. 조직원은 텔레그램의 러시아 구인·구직 게시판을 통해 모집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원들은 텔레그램으로 지시를 주고받고 서로 직접 만나지 않은 채 '던지기' 수법으로 중계기와 유심을 전달했다. 각자 맡은 역할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활동하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됐다.

수사는 올해 2월 부산의 한 원룸 건물 배수구에서 다량의 유심 조각이 발견됐다는 첩보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해당 유심이 검찰 사칭 피싱사기에 이용된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 조사와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중계기 운영책을 특정해 검거했다.

이후 운영책 조사와 CCTV 분석으로 중계기·유심의 전달 경로를 추적해 총괄 유통책과 모집책, 장비 전달책 등 관련자들을 순차적으로 붙잡았다. 범행에 사용된 유심의 개통·양도 경위도 조사해 대가를 받고 자신 명의의 유심을 제공한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은 조직이 관리하던 장비 보관 창고 2곳과 운영책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중계기 400대, 대포폰 121대, 유심칩 5256개, 라우터 등 기타 장비 848대를 압수했다.

경찰은 추가 조직원과 해외 총책의 신원·소재를 확인하는 한편 중계기의 국내 반입·유통 경로와 범행 자금을 계속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발신번호가 '010'으로 표시되더라도 정상적인 국내 전화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검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송금이나 현금 전달을 요구하면 통화를 중단한 뒤 해당 기관의 공식 연락처로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newsb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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