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세에 사비 보태 네팔 홍수 성금 기탁…내달 5일 출판기념회

[더팩트ㅣ안산=이승호 기자] "우리는 너무 빨리 가는 데만 익숙해져 있습니다. 조금 천천히 가면 더 많은 것을 깨닫고, 삶도 더 풍요로워질 수 있습니다."
경기 안산시 대동서적 최창규 대표는 길을 걷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에게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나 이동이 아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풍경과 마주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넓히는 일이다. 산길에서 마주한 자연은 삶을 돌아보게 했고, 오랜 시간 마음 속에 쌓인 생각은 한 권의 책으로 이어졌다.
최 대표는 칠순을 앞두고 자신의 트레킹 경험과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정리한 책 '길은 나를 비우고 다시 채웠다'(해토출판사)를 펴냈다. 남미와 히말라야, 미국 존 뮤어 트레일에서 걸으며 느낀 자연의 경이로움과 인간의 본성, 속도에 쫓기는 현대인의 삶에 관한 성찰을 담았다.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니라 길 위에서 삶을 다시 바라본 기록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산을 찾기 시작한 건 60세 무렵이다. 그전까지는 서점 운영과 지역 사회 활동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여러 단체에서 역할을 맡아 주말까지 다른 사람의 일정을 챙기다 문득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지금 내 삶을 살고 있는가.'/
그는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기로 했다. 책을 읽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사이버대학에서 부동산학을 공부했고,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과정도 마쳤다. 그러던 중 산행을 시작했고, 걷는 즐거움과 그 안에서 얻는 깨달음에 눈을 떴다.
첫 본격적인 장거리 트레킹은 남미 파타고니아였다. 아름다운 풍광을 직접 마주하면서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세계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경험했다. 고대 도시 마추픽추에서는 과거 사람들이 자연과 공간을 대했던 태도를 생각했고, 볼리비아의 광활한 자연에서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않아도 자연 자체가 온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접 가서 보면 생각이 확장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실제로 마주하면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뿐 아니라 제 삶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습니다."

히말라야에서는 겸손과 감사의 의미를 배웠다. 현지에서 짐을 나르는 포터들을 보며 자신이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그들의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누리는 조건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자신이 가진 것 가운데 상당 부분은 혼자 소유하기보다 다른 사람과 나눠야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과정에서는 목표를 대하는 태도도 돌아봤다. 온 힘을 다해 올라가는 데만 집중하면 안전하게 내려올 힘을 남기지 못한다. 최 대표는 산행에서 얻은 이 경험을 삶에 빗댔다.
"사람들은 올라가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으려 합니다. 하지만 내려올 때도 힘이 필요합니다. 목표에 도달하는 것만큼 그 이후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2024년에는 미국의 존 뮤어 트레일을 종주했다. 총 28박 29일 동안 약 427㎞를 걸었다. 일주일치 식량을 배낭에 넣고 다녀야 했고, 통신이 끊기는 야생에서 자연의 조건에 맞춰 생활했다. 필요한 물건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줄였다. 돈이 많아도 쓸 곳이 없고, 문명사회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편의도 사라졌다.
그는 이 길을 '문명 세계에서 비문명 세계로 떠나는 유배'에 비유했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삶을 잠시 벗어나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 시간이었다.
"문명사회에서는 늘 빨리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연에서는 속도를 낼 수 없습니다. 천천히 가야 하고, 주어진 환경에 맞춰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잊고 살던 인간의 본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최 대표가 길에서 얻은 깨달음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7~8년 전이다. 산에 다녀오면 그날 느낀 점을 음성으로 남겼고, 이후 정리해 원고로 쌓았다. 그렇게 모인 생각들이 이번 책의 밑바탕이 됐다.
이 책과 함께 펴낸 '대동서적 38'은 대동서적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과 경영 철학을 담았다. 대동서적은 1988년 도매업으로 출발해 1994년 종합서점으로 문을 열었다. 최 대표는 오랜 시간 안산시민들과 함께한 서점의 의미를 단순한 판매 공간에서 찾지 않았다.
그에게 서점은 시민들의 기억이 쌓인 공간이고 추억이다. 학창 시절 참고서를 사러 왔던 학생이, 자신의 자녀와 함께 찾아오는 모습을 볼 때면 서점을 지켜온 보람을 느낀다.
책을 매개로 세대를 잇는 공간이야말로 대동서적이 계속 존재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최 대표는 책이 단순한 교양이나 지식의 수단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르는 도구라는 것이다.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콘텐츠가 일상을 채우는 시대일수록 책을 통한 사색이 중요하다고 봤다.
"책을 읽어야 자기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미디어가 전하는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자기 생각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말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책 읽는 사람을 위해 평생 일해야 한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서 포럼을 지원하고 독서 모임을 확산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작은 모임들이 늘어나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책에 담긴 내용을 강연으로 풀어내고, 자연 속에서 작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산행과 독서를 연결해 사람들이 자연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도록 돕겠다는 생각이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달라지는 건 산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입니다. 길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길에서 무엇을 발견하느냐는 그 길을 걷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최창규 대표는 다음 달 5일 오후 3시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다목적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또 같은 달 7일 오후 3시 대동서적 사동본점에서 저자와의 북토크도 한다.
최 대표는 책 인세 전액에 사비를 보태 네팔 히말라야 홍수 피해 복구 성금으로 기탁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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