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솜방망이 처벌"…경영진 수사·피해 배상 요구

[더팩트ㅣ울산=손연우 기자] 자동차 부품·배터리 제조업체 DN오토모티브가 노동자들에게 납 배출 주사를 비타민 주사로 속여 투약해 건강검진 결과를 왜곡했다는 의혹이 국정감사로 번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는 회사의 사과와 별개로 주사 투약이 반복된 경위와 작업환경측정의 적정성을 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DN오토모티브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부르고, 피해 노동자도 참고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노동자가 비타민 주사로 알고 중금속 배출을 돕는 '킬레이션' 주사를 맞았고, 수십 차례 투약받은 사례도 있다는 의혹을 짚으며 회사가 노동자를 보호하는 대신 노동자의 몸을 이용해 수치를 관리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노동자들의 호소를 소개하고 "노동자가 건강을 잃어가며 일했다고 호소하는데 국회가 외면하면 안 된다"며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만으로 끝낼 사안이 아니라며 진상 규명을 위한 증인 출석에 여야가 협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사 투약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납 노출을 확인하는 측정·검진 과정도 검증 대상에 올랐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회사의 정기 작업환경측정 보고서와 측정 원자료, 시료분석 결과, 정밀 측정 결과 등의 제출을 요청했다.
아울러 부실 측정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측정기관에 대해 감독·처분 자료와 과거 보고서 등을 요구해 다른 사업장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특수건강진단 전 주사 투약 의혹이 검진과 산업안전보건제도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문제라며 동종 배터리 제조 사업장과 납 취급 사업장 등으로 조사를 확대할 것을 노동부에 요청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DN오토모티브는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대신, 건강검진 시기마다 노동자들을 병원으로 실어 날랐다"며 "몸에 좋은 비타민 주사라고 속여 지난 10여 년간 중금속 강제 배출제인 킬레이션 주사를 맞혔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부가 부과한 과태료는 고작 4600만 원에 불과하며 형사 처벌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기업에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영진과 관련 의료기관 수사, 전·현직 피해 노동자 건강 추적 조사와 배·보상,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도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엄중 대처 지시와 회사의 사과에도 책임 규명 요구가 이어지면서 논란은 주사 투약 경위에서 작업환경 관리와 검진의 신뢰성 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노동부의 조치 사항과 향후 계획을 보고받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할 기업이 부작용을 숨긴 채 노동자들에게 주사를 맞게 하고, 유해물질 노출을 은폐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인권 침해"라며 "엄중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DN오토모티브는 같은 날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올려 "직원의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이 철저히 준수, 이행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며 "국민 여러분과 임직원분들께 깊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회사 측은 "정부 조사와 건강검진·역학조사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작업환경 개선 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선제적인 자체 투자는 물론 직원에 대한 보건 조치를 강화하고, 노동조합·정부·전문가 그룹과 협력해 공장 내 작업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1월 말 주사 투약 관련 제보를 접수한 뒤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노동계도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가 특수건강진단을 앞둔 일부 노동자에게 킬레이션 주사를 맞도록 해 혈중 납 수치가 낮아진 상태에서 검진을 받게 했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당시 회사는 주사 처방에 대해 "자체 기준을 넘어선 임직원들에게 지원하는 치료의 일종으로, 당사자 희망에 따라 의료진 상담 후 진행한다"며 "이 과정에서 주사 치료 선택의 판단은 직원 자율"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노동부는 3~4월 울산공장에 대한 안전보건감독과 정밀 작업환경측정을 진행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8건을 입건·송치하고 과태료 4620만 원을 부과했다. 납 노출 공정에는 4월 21일부터 5월 7일까지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고, 부실 측정이 확인된 작업환경측정기관에는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했다.
특수건강진단 직전 킬레이션 주사 투약에 대해서는 정부의 건강보호 조치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해 지난 8월 13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현재 울산경찰청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노동부는 동종 배터리 제조 사업장 14곳에 대한 기획감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DN오토모티브의 퇴직자를 포함한 전·현직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납 노출이 건강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집단 역학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newsb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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