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 넘어 인구구조 바꿀 해법 찾아야

[더팩트ㅣ예천=김성권 기자] 경북 예천군이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관심지역'에 신규 지정됐다.
경북도청신도시 조성으로 일정 부분 인구 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예천이지만, 원도심 고령화와 청년층 유출, 지역 간 인구 불균형 등 구조적인 인구문제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된 셈이다.
이번 지정은 예천군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과 생활인구 정책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인구감소 대응을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관심지역 지정' 자체가 인구감소 문제의 해답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지정은 예천군이 인구정책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하는 출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구 늘었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
예천의 인구정책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은 신도시와 원도심의 인구구조가 다르다는 점이다. 경북도청신도시 조성 이후 예천에는 새로운 주거단지와 교육·생활 인프라가 들어섰고, 젊은 세대를 포함한 인구 유입 효과도 나타났다.
그러나 신도시의 인구 증가가 예천군 전체의 인구구조 개선으로 그대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원도심에서는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고 청년층의 외부 유출도 이어지고 있다. 읍면 지역 역시 인구 감소와 생활서비스 접근성 저하라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즉 예천의 인구문제는 단순히 '전체 인구가 몇 명인가' 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디에 사는지, 어떤 연령대인지,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지역에서 일하고 소비하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이번 인구감소관심지역 지정은 바로 이러한 지역 내부의 인구구조 문제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행안부 관심지역 지정…예천에 열린 '정부 지원의 문'
행정안전부는 지난 7일 전국 92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18개 시군구를 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지정했다. 인구감소(관심)지역 지정은 지역별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예천군은 이번 지정에 앞서 지역의 현실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안병윤 예천군수는 취임 이후 행정안전부를 두 차례 방문해 도청신도시 인구 유입이라는 외형적 지표만으로 예천의 인구 문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원도심 고령화와 청년 유출, 지역 간 인구 불균형 등의 문제를 전달했다.
결국 이번 지정은 예천군이 정부의 인구 감소 대응 정책과 연계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확보했다는 데 첫 번째 의미가 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어디에 쓸 것인가
관심지역 지정으로 기대되는 대표적인 변화는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방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1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재원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확보한 재원을 어떤 사업에 투자하고, 그 사업이 실제 인구 변화로 이어지도록 만드는지가 핵심이다. 그동안 지방 소멸 대응사업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 중 하나도 시설이나 단기 사업 중심의 접근이다.
건물을 짓고 행사를 개최하는 것만으로는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고 가족이 이주하는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예천군 역시 관광시설이나 일회성 프로그램을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자리·주거·교육·돌봄·문화가 연결되는 생활권 단위의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관광객 숫자'에서 '생활인구'로 정책 시선 이동
이번 지정과 함께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키워드는 생활인구다.
주민등록인구만으로 지역의 활력을 측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통근·통학·관광·체류 등 지역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까지 정책 대상으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천에는 관광과 문화, 자연환경, 지역축제 등 생활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자원이 있다.
문제는 방문객을 '잠시 다녀가는 사람'에서 '지역과 관계를 맺는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일 관광객이 하루 더 머물고, 체류객이 지역에서 소비하며, 반복 방문자가 장기 체류자로 전환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생활인구가 귀촌·귀향이나 청년 정착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주거와 일자리, 지역사회 참여 기반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
◇가장 큰 과제는 '청년이 왜 떠나는가'에 대한 답
인구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대상은 결국 청년층이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일자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거와 교육, 문화·여가, 교통, 의료, 결혼과 출산 이후의 돌봄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청년에게 현금성 지원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천이 앞으로 추진해야 할 청년정책 역시 '청년 지원'이라는 개별 사업의 나열보다 청년의 지역생활 전체를 지원하는 패키지형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청년 일자리와 창업 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마련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교육·돌봄환경을 갖춰야 한다. 청년이 지역에서 일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신도시와 원도심, '경쟁' 아닌 '연결'이 해법
예천의 또 다른 과제는 신도시와 원도심의 관계 설정이다.
신도시는 새로운 인구와 소비를 유입시키는 성장 거점이 될 수 있지만, 그 효과가 기존 지역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지역 내부의 인구 격차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신도시와 원도심을 별개의 공간으로 보는 접근에서 벗어나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신도시의 젊은 가족과 원도심의 상권·문화자원, 읍·면 지역의 농업·관광자원을 서로 연결하고 인구와 소비가 지역 전체로 순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예천의 인구정책이 단순한 '인구 늘리기'에서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살기 좋은 지역'에서 '살 이유가 있는 지역'으로
인구 감소 대응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정주 여건이다.
주거와 의료, 교육, 문화, 교통 등 생활 기반이 부족하면 인구를 유입시키더라도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예천군은 이번 지정을 계기로 생애주기별 돌봄과 교육환경을 강화하고 주거·문화·의료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다.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굳이 다른 지역으로 떠날 이유가 없는 지역', 나아가 '이곳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지역'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지정 이후 5년…예천 인구정책의 시험대
이번 인구감소관심지역 지정은 5년 주기의 제도적 틀 안에서 예천의 인구정책을 재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그러나 앞으로의 평가는 정부 지원을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아니라 그 지원으로 무엇이 달라졌느냐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청년이 얼마나 지역에 정착했는지, 귀농·귀촌과 귀향이 얼마나 늘었는지, 생활인구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지역 상권과 일자리가 얼마나 활성화됐는지 등 구체적인 성과지표가 필요하다.
또한 사업별 예산 투입과 성과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효과가 낮은 사업은 과감하게 수정하는 정책관리도 요구된다.
◇'관심지역'서 벗어나는 것이 최종 목표
예천군의 이번 지정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다.
정부 지원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기회지만, '인구감소관심지역'이라는 이름 자체는 예천이 해결해야 할 현실을 보여주는 경고이기도 하다. 결국 목표는 관심지역 지정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지원을 마중물로 삼아 자체적인 인구·경제 성장 기반을 만들고, 언젠가는 '인구감소관심지역'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안병윤 예천군수는 "이번 지정은 예천이 안고 있는 인구문제를 풀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며 "이제는 제도적 기반을 실제 사업과 성과로 이어가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예천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사업이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머물 수 있는 이유다.
청년에게는 일자리를, 가족에게는 주거와 교육·돌봄을, 주민에게는 의료와 문화·생활서비스를, 방문객에게는 체류할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이번 인구감소관심지역 지정이 단순한 행정적 분류에 머물지 않고 '사람이 떠나는 예천'에서 '사람이 머물고 돌아오는 예천'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 5년의 정책 성과가 그 답을 보여주게 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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