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임시 정차부터 인삼시장 연계까지…지역 경제 활력 시험대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풍기인삼의 전통에 체험과 먹거리, 공연을 더한 '2026 영주 풍기인삼축제'가 9일간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인삼을 사고파는 기존의 축제 기능에 머물지 않고 직접 맛보고 만들며 즐기는 참여형 콘텐츠를 확대하고, 교통 편의와 품질관리, 지역상권 연계를 강화해 축제의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다.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풍기읍 남원천과 풍기인삼공원 일원에서 열린 이번 축제에는 모두 51만 1000여 명이 방문했다. 지난해보다 1만 4000명 늘어난 규모다. 풍기인삼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통적인 역할을 유지하면서도 가족 단위 관광객과 젊은 세대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가을철 대표 지역축제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특히 올해 축제는 풍기인삼을 단순한 농특산물이 아닌 건강과 미식, 체험과 관광을 아우르는 지역 콘텐츠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인삼시장 소비 촉진, 철도와 셔틀버스를 활용한 접근성 개선, 온라인 홍보 강화 등을 결합하면서 축제의 성과를 지역 경제와 연결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인삼을 사고, 맛보고, 체험…축제 경계↑
올해 축제의 가장 큰 변화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의 확대다.
인삼깎기 경연과 인삼 레크리에이션, 인삼 인절미 떡메치기, 인삼 건강 족욕 등 체험 프로그램은 풍기인삼을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인삼한의원과 인삼한약방에서는 맥 짚기와 체질 상담을 비롯해 인삼 영양경단 만들기, 인삼향 만들기 등을 운영하며 인삼의 가치를 건강과 생활문화의 영역으로 넓혔다.
먹거리 역시 축제의 재미를 더했다. 인삼한방수육과 인삼비빔밥, 인삼칼국수, 인삼튀김 등 풍기인삼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이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지난 4일에는 오세득 셰프가 참여한 요리 프로그램 '풍기 기운 한입'이 열려 인삼을 활용한 색다른 요리를 선보였다.
이는 풍기인삼의 소비 방식을 다변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삼 구매에 집중됐던 방문 목적을 먹거리와 체험, 문화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면서 관광객이 축제장에 머물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축제의 경쟁력이 단순히 얼마나 많은 인삼을 판매하느냐에서 벗어나 방문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로 옮겨가는 가운데 올해 풍기인삼축제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통문화에 대중공연까지…9일간 축제장을 채운 활력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공연도 축제의 흥을 끌어올렸다.
축제 첫날 풍기 개삼터에서는 고유제를 올려 축제의 성공과 지역의 안녕을 기원했다. 이어 풍기역에서 축제장까지 펼쳐진 '주세붕 군수 행차 재현'에서는 시민이 처음으로 주세붕 군수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90세 이하락 선생이 '신(新) 주세붕 군수'로 참여하면서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의 의미를 더했다.
주무대에서는 국립청년연희단의 풍물공연과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성리, 장한별, 윤윤서, 강문경, 설하윤 등 초청가수와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청소년 영주 예술페스타에서는 지역 청소년들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나섰고, '덴동어미 화전놀이' 등 지역 전통문화 공연은 축제에 지역 고유의 색채를 더했다.
경상북도 이통장화합 한마음대회와 바르게살기운동 국민화합전진대회, 1365 자봉페스타 등 연계행사도 축제장에서 열려 행사 참가자와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장을 만들었다.
축제 후반에는 제14회 영주풍기인삼장사 씨름대회와 소백산 영주풍기인삼가요제 본선, 가수 태진아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마지막 날에는 길려원과 김용빈이 무대에 올라 9일간의 축제를 마무리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전통 프로그램부터 대중의 관심을 끄는 공연까지 폭넓게 구성한 점은 다양한 연령층의 방문을 유도하는 데 힘을 보탰다.

◇51만 명의 발길, 지역 경제로 이어졌나
관광객 증가가 지역 경제의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지는 지역축제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방문객이 많더라도 소비가 축제장에만 머물거나 일회성 방문에 그친다면 지역 상권이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영주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축제장에서 발생한 소비가 풍기지역 인삼시장과 주변 상권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축제장에서 3만 원 이상 제품을 구매한 관광객에게는 풍기 지역 5대 인삼판매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 추첨 기회를 제공했다. 축제장 방문을 인삼시장 방문과 추가 구매로 연결하려는 취지다.
영주사랑상품권 혜택률도 축제 기간 15%로 높였으며, 축제장 안에 지류식 상품권 판매창구를 운영했다. 현금자동입출금기와 모바일 상품권 이용 안내 인력도 배치해 관광객의 구매 편의를 높였다.
이 같은 정책은 축제장과 전통시장, 음식점, 상점 등을 하나의 소비 동선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축제의 경제적 성과를 평가할 때 방문객 수뿐 아니라 인삼시장 매출, 지역상품권 사용액, 숙박·음식점 이용 증가 등 실질적인 지표를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광객 증가가 지역 농가와 상인들의 소득 증대로 이어지고, 축제 이후에도 풍기를 다시 찾는 방문객이 늘어날 때 비로소 지역축제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믿고 사는 풍기인삼'…생산부터 판매까지 품질관리 강화
풍기인삼의 경쟁력은 결국 품질과 신뢰에서 나온다. 아무리 다양한 체험과 공연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아도 지역 특산물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 축제의 지속적인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영주시는 축제장에서 판매되는 수삼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채굴 단계부터 관리 절차를 강화했다.
사전에 제출된 채굴계획을 토대로 채굴지와 일정, 물량을 확인하고 잔류농약 검사와 연근 확인을 거쳐 품질을 점검했다. 검증을 마친 수삼은 전용 채굴박스에 담아 봉인한 뒤 지정 저온저장고에 보관했으며, 축제장에 반입할 때도 봉인 상태와 수량을 재확인했다.
축제 기간에는 업체별 반입량과 판매량, 재고량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외지삼과 저품질 수삼의 유입을 막고자 했다.
이는 풍기인삼의 원산지와 품질을 둘러싼 소비자 우려를 줄이고, 산지의 신뢰를 상품 경쟁력으로 연결하기 위한 조치다. 품질관리가 축제 기간의 일회성 점검에 그치지 않고 평소 생산·유통 과정까지 이어질 때 풍기인삼 브랜드의 가치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KTX 임시 정차에 셔틀버스까지…풍기 접근성 높였다
교통 편의 개선도 관광객 유치에 힘을 보탰다.
축제 기간 중 3일부터 5일까지, 9일부터 11일까지 KTX-이음 열차가 풍기역에 임시 정차해 수도권 등 외지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였다.
풍기역 출구 앞에는 '풍기역 웰컴존'을 마련했다. 당일 열차권을 소지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풍기인견 스카프와 천연염색 손수건, 홍삼사탕 등을 제공하는 룰렛 이벤트를 진행해 풍기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축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영주역과 종합버스터미널, 축제장을 잇는 셔틀버스와 축제장·인삼시장 순환버스도 운행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방문객들이 차량 없이도 축제장과 인삼시장을 오갈 수 있도록 이동 편의를 보완한 것이다.
지역축제의 접근성은 방문 의사를 실제 방문으로 바꾸는 중요한 조건이다. 철도와 셔틀버스, 축제장과 전통시장을 연결하는 교통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면 관광객의 이동 부담을 줄이고 지역 내 체류와 소비를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운 없으면 풍기로 와!'…온라인 홍보 500만 회 돌파
축제의 열기는 현장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영주시는 개막 전부터 서울 청량리역을 비롯해 대구·부산·제주·세종·구미·공주 등 전국 각지에서 현장 홍보를 펼쳤다. 출장지와 각종 행사장, 교류도시를 찾아 축제 일정과 주요 프로그램을 알리고 '기운 없으면 풍기로 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온라인 홍보에서는 파격적인 시도가 주목받았다. 영주시 간부공무원 60여 명이 직접 출연한 '스톰2(STORMⅡ)' 뮤직비디오 패러디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누적 조회수 500만 회를 넘어섰다. 여러 방송과 언론에도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행정의 주체인 간부공무원들이 직접 군무를 선보이는 방식은 기존의 관공서 홍보 영상과 차별화된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축제 홍보에 대중문화와 온라인 확산 방식을 접목해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전국을 누빈 현장 홍보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콘텐츠가 맞물리면서 풍기인삼축제와 영주를 알리는 데 힘을 보탰다. 다만 온라인 조회수가 실제 방문과 소비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분석하는 작업은 향후 홍보 전략을 고도화하기 위한 과제로 남는다.

◇51만 명 이후가 더 중요하다…지속가능한 축제로 도약해야
2026 영주 풍기인삼축제는 풍기인삼이라는 지역의 대표 자산에 체험과 미식, 전통문화, 대중공연을 결합하고 교통과 품질관리, 지역상권 연계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지난해보다 1만 4000명 늘어난 51만 1000여 명의 방문객은 축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방문객 수의 증가만으로 축제의 성공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관광객의 소비가 지역상권으로 얼마나 확산됐는지, 농가와 상인들이 실질적인 소득 증가를 체감했는지, 축제가 끝난 뒤에도 재방문 수요가 이어지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앞으로는 방문객 수와 온라인 조회수에 더해 인삼시장 매출과 상품권 사용액, 체험 프로그램 참여율, 관광객 체류시간, 재방문 의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효과가 확인된 프로그램은 발전시키고,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제한적인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
풍기인삼축제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오랜 재배 역사와 품질을 바탕으로 쌓아온 인삼의 명성이다. 여기에 관광객이 직접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품질관리, 지역 곳곳에서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더해질 때 축제의 경쟁력은 한층 탄탄해질 수 있다.
황병직 영주시장은 "9일 동안 풍기를 찾아 풍기인삼의 맛과 향, 그리고 영주의 가을을 함께 즐겨주신 시민과 관광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축제장을 비롯해 인삼시장과 지역 곳곳을 찾아주신 발걸음이 지역 농가와 상인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를 준비하고 운영한 재단 직원들은 물론 축제 홍보와 행정 지원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태준 시 직원들에게도 고맙다"라며 "올해 축제에서 보여주신 관심과 의견을 세심하게 살펴 풍기인삼의 가치와 풍기만의 매력을 더욱 잘 보여줄 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9일간 풍기를 달군 축제의 열기는 끝났지만, 풍기인삼의 가치를 알리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과제는 계속된다. 51만 명의 방문을 일회성 성과로 남길 것인지, 지역의 지속적인 소비와 재방문으로 연결할 것인지가 다음 축제의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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