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6일 오후 6시 30분, 경북 영주시 풍기읍 남원천 일대에서 열린 풍기인삼축제장 한쪽 테이블 위에 행정서류가 하나둘 펼쳐졌다.
축제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인삼을 맛보고 공연을 즐기며 행사장을 오가는 시간, 축제장 한편은 잠시 '이동 영주시청'으로 변했다. 영주시 총무과 직원들이 가져온 각종 결재 서류와 업무자료가 테이블 위에 놓였고, 엄태현 영주시 부시장은 담당 직원으로부터 하나씩 업무 설명을 들으며 서류를 살폈다.
축제 준비와 운영으로 행정업무가 뒤로 밀리지 않도록 현장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결재까지 직접 챙긴 것이다.
"이건 지금 처리해야 할 사안이고, 이 부분은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축제장의 소음과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서도 엄 부시장의 시선은 서류에 머물렀다. 관광객들이 바로 옆을 지나가고 축제장 곳곳에서 음악과 안내방송이 이어졌지만, 업무를 처리하는 순간만큼은 집무실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축제 현장을 찾은 일정 속에서도 시정 현안을 챙기면서 축제장 한쪽 테이블이 사실상 임시 집무공간이 된 셈이다. 축제장서 이어진 행정, 그리고 지역과의 만남, 업무보고와 결재를 마친 엄 부시장의 행보는 다시 지역사회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이날 축제장에서는 영주시 건축사협회 임시회의도 열렸다. 엄 부시장은 이 자리에 참석해 건축직 공무원들과 건축사협회 회원들을 만나 영주시 건축 행정과 지역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축제장을 단순히 행사만 즐기는 공간으로 보지 않고, 지역 현안을 듣고 행정과 민간이 소통하는 현장으로 활용한 것이다.
참석자들과 한자리에 둘러앉은 엄 부시장은 덕담을 나누며 풍기인삼축제의 성공을 함께 기원했다. 축제장을 찾은 주민들과 지역 인사들에게도 이날 모습은 다소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한 주민은 "축제장에 나오면 행사만 보고 돌아갈 수도 있는데, 부시장이 축제장 한쪽에서 서류를 펼쳐놓고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고 결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며 "축제도 챙기고 시정 업무도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축제는 무대에 올라오는 사람들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무원들이 계속 움직여야 행사가 제대로 굴러간다. 이런 모습이 진짜 현장 행정 아니겠느냐"고 했다.
엄 부시장의 축제장 행보는 이날 하루만의 모습도 아니다. 앞서 그는 영주시 간부 공무원 60여 명이 참여한 풍기인삼축제 홍보영상에도 직접 출연했다.
영상 속에서 엄 부시장은 인삼을 직접 베어 무는 장면으로 등장하며 딱딱한 행정기관 이미지에서 벗어나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간부 공무원들이 직접 참여한 이 영상은 지역 특산물인 풍기인삼과 축제를 알리는 이색적인 홍보 방식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번에는 홍보영상 속이 아니라 실제 축제 현장에서 행정서류를 펼쳐 들었다. 무대에서는 축제를 알리고, 무대 뒤에서는 시정업무를 챙기는 셈이다.
축제장을 찾은 한 시민은 "인삼을 들고 홍보영상에 나오는 것도 그렇고, 축제장에서 직접 업무를 보는 것도 그렇고 다른 부시장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인 것 같다"며 "축제 성공을 위해 직접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행사는 보여지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챙기느냐가 중요하다"며 "축제 기간이라고 시정업무를 놓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챙기는 모습 자체가 주민들에게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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