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역 웰컴존부터 지역시장 연계 할인까지 '여행형 축제'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가을바람이 선선해질수록 사람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있다. 소백산 자락, 인삼 향이 짙어지는 경북 영주 풍기다.
"기운 없으면 풍기로 와."
올가을 풍기가 대한민국을 향해 건네는 초대장이다.
오는 3일부터 11일까지 9일간 풍기읍 남원천과 풍기인삼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2026 영주 풍기인삼축제'가 막을 올린다.
올해 축제는 단순히 인삼을 사고파는 지역축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인삼을 먹고, 직접 체험하고, 공연을 즐기고, 풍기 인삼시장과 지역 상권까지 둘러보는 '풍기 여행형 축제'를 표방한다.
축제장만 붐비는 행사가 아니라 관광객의 발길이 풍기 곳곳으로 이어지고, 축제에서 발생한 소비가 지역경제로 연결되도록 축제의 동선을 다시 설계했다.
◇500년 인삼의 고장…'진짜 풍기인삼'을 만나다
풍기와 인삼의 인연은 5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중종 때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이 소백산에서 자생하던 산삼을 재배하도록 장려한 것이 풍기인삼 재배의 시작으로 전해진다.
서늘한 기후와 큰 일교차, 배수가 잘되는 토질 등 인삼 재배에 적합한 자연환경에 오랜 재배·가공 기술이 더해지면서 풍기는 대한민국 대표 인삼 산지로 자리 잡았다.
특히 풍기인삼축제는 인삼 수확철에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밭에서 막 캐낸 수삼을 직접 보고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시기다. 축제장 곳곳에는 수확철 풍기인삼의 생생한 모습이 펼쳐지고, 인삼 특유의 향과 맛을 현장에서 경험할 수 있다.
올해는 여기에 ‘신뢰’를 더했다.
영주시는 축제장에서 판매되는 수삼의 품질과 유통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입점업체의 수삼 반입·관리 절차를 강화했다.
입점업체가 사전에 채굴계획을 제출하면 현장에서 채굴지와 물량을 확인하고, 확인된 수삼은 검사 후 봉인 박스에 담아 지정 저온저장고에 보관한다. 축제장에 반입할 때도 봉인 상태와 물량을 다시 확인한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수삼이 어디에서 얼마나 생산됐는지 관리 단계부터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많이 파는 축제를 넘어 ‘다시 찾는 풍기인삼’을 만드는 것. 올해 축제가 인삼 판매에 신뢰를 더한 이유다.

◇"인삼이 이렇게 맛있었나"…오세득 셰프가 선보이는 새로운 풍기인삼
인삼 하면 먼저 ‘약재’를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올해 축제는 이 같은 인삼의 이미지를 음식과 미식으로 확장한다.
10월 4일 오후 3시에는 오세득 셰프가 참여하는 요리 프로그램 ‘풍기 기운 한입’이 열린다.
오 셰프가 풍기인삼을 활용한 요리를 직접 선보이고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익숙하지만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인삼을 새로운 음식으로 풀어낸다.
먹거리 공간도 풍성하다. 인삼한방수육과 인삼비빔밥, 인삼칼국수, 인삼튀김 등 다양한 식사 메뉴를 비롯해 인삼을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까지 마련된다.
인삼을 ‘사서 가져가는 특산품’에서 ‘현장에서 먹고 즐기는 음식’으로 확장하는 셈이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인삼을 직접 깎아보고, 인삼 인절미를 만들며 떡메를 치고, 인삼 건강 족욕을 즐길 수 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이 구경만 하는 축제가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는 축제를 만들었다.
◇9일이 매일 다르다…풍기 전체가 무대
"언제가 가장 재미있을까?" 올해 풍기인삼축제에서는 굳이 하루를 고를 필요가 없다.
9일 동안 날짜별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달리 구성해 매일 다른 볼거리를 선보인다.
축제 첫날인 3일에는 풍기에서 처음 인삼을 재배한 것으로 알려진 개삼터에서 풍년과 축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개삼터 고유제’가 열린다.
이어 풍기역에서 축제장까지 ‘주세붕 군수 행차 재연’이 펼쳐져 풍기인삼의 역사를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메인무대에서는 국립청년연희단 풍물공연과 개막행사가 이어지고 가수 성리와 장한별이 축하무대에 오른다.
4일에는 오세득 셰프의 ‘풍기 기운 한입’을 비롯해 박은경·윤윤서의 공연이 펼쳐진다. 5일에는 송미해·강문경 공연과 함께 김종국·김미화가 진행하는 MBN ‘전국 스타탄생’이 주무대에서 열린다. 초대가수 박혜신과 강진도 무대에 오른다.
6일에는 설하윤, 7일에는 양하영 밴드가 축제의 흥을 이어간다. 8일부터 10일까지는 풍기의 전통문화를 담은 ‘덴동어미 화전놀이’가 관람객을 만난다.
9일에는 ‘청소년 영주 예술 페스타’가 열려 지역 청소년들이 무대에 오르고, 가수 황태자와 백프로의 축하공연도 이어진다. 10일 오후 4시에는 풍기인삼축제 대표 프로그램인 ‘소백산 영주풍기인삼 가요제’ 본선이 열리며, 가수 태진아의 축하공연도 마련된다.
마지막 날인 11일에는 김용빈과 길려원이 폐막 무대를 장식한다. 청소년 버스킹과 청년음악회,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공연도 축제기간 곳곳에서 이어진다.
유명 가수의 공연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청소년과 청년, 문화예술인, 관광객이 함께 축제를 만드는 구조다.

◇축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인삼시장으로 이어지는 ‘소비의 길’
올해 풍기인삼축제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축제장 밖이다.
관광객을 축제장 안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풍기 인삼시장과 지역 상권으로 이동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축제장에서 3만 원 이상 제품을 구매한 관광객에게는 행사장 입구에서 5대 인삼판매시장 연계 할인쿠폰 추첨 기회가 제공된다.
당첨자는 2만 원에서 3만4000원 상당의 사용쿠폰을 받아 풍기지역 인삼판매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축제장 소비가 다시 전통시장 방문과 추가 구매로 이어지도록 만든 것이다.
수삼과 홍삼제품 구매는 물론 인삼 세척과 택배 서비스도 제공한다.
멀리서 찾아온 관광객이 무거운 인삼을 들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까지 줄였다. '축제 방문객 수'보다 '지역에 남는 소비'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축제 시작…풍기역이 '웰컴존'으로
올해는 축제장으로 들어오는 길도 축제의 일부가 된다.
축제기간인 3~5일과 9~11일에는 KTX-이음 열차가 풍기역에 임시 정차한다.
수도권 등 철도를 이용하는 관광객이 영주역에서 다시 이동하지 않고 풍기역에 내려 축제장으로 향할 수 있어 접근성이 개선된다.
풍기역에 도착한 순간부터 축제가 시작되는 셈이다. 풍기역 2번 출구 앞에는 '풍기역 웰컴존'도 운영된다.
당일 열차권을 소지한 관광객은 룰렛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으며 풍기인견 스카프와 천연염색 손수건, 홍삼사탕 등 풍기의 특색을 담은 경품도 받을 수 있다.
역을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관광객을 처음 맞이하는 축제 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영주역과 종합버스터미널, 풍기역, 축제장을 연결하는 순환 셔틀버스와 축제장~인삼시장 순환버스도 운행한다.
자동차 없이도 축제와 인삼시장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도록 관광객의 이동 동선 자체를 축제 콘텐츠로 설계했다.

◇풍기서 인삼 먹고, 무섬에서 가을을 걷다
풍기인삼축제의 여행 반경은 풍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3~4일 문수면 무섬마을에서는 '2026 영주 무섬외나무다리축제’'가 동시에 열린다.
굽이치는 내성천과 고택, 모래사장 사이를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가 만들어내는 무섬마을의 가을 풍경 속에서 무섬연가와 무섬별가, 전통 상여행렬 재연 등이 펼쳐진다.
무섬 모래마당과 힐링 밧줄놀이, 전통놀이 등 마을의 역사와 풍경을 활용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하루는 풍기에서 인삼으로 기운을 채우고, 또 하루는 무섬에서 외나무다리를 건너며 가을을 즐기는 여행.
풍기인삼축제와 무섬외나무다리축제가 같은 주말 열리면서 영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자연스럽게 1박 2일 여행 코스가 만들어진다.
◇'인삼축제'를 넘어 '풍기에서 보내는 하루'로
좋은 지역축제에는 그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풍기인삼축제에는 수확철에만 만날 수 있는 싱싱한 풍기인삼이 있고, 500년을 이어온 인삼의 역사가 있다.
올해는 여기에 맛과 체험, 공연, 교통, 시장을 하나로 묶었다. 오세득 셰프가 선보이는 인삼요리, 날짜마다 달라지는 공연,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체험, 풍기역 웰컴존, 인삼시장으로 이어지는 할인쿠폰까지. 축제의 무대를 축제장에 가두지 않고 풍기라는 도시 전체로 확장한 것이다.
사람을 불러 모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사고, 걷고, 머물고, 다시 찾게 만드는 축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올해 풍기인삼축제를 관통하는 한 문장은 더욱 선명하다.
"기운 없으면 풍기로 와."
인삼을 먹고 기운을 채우고, 가을바람을 맞으며 몸과 마음을 쉬어가는 곳. 10월의 풍기가 9일 동안 대한민국의 '기운 충전소'로 변신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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