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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78만 걸음 끝에 만난 나…최창규 대동서적 대표의 '길'
40년가량 안산 책 문화 일군 대동서적 대표
파타고니아·히말라야·존 뮤어 트레일 427㎞ 걷기 에세이


최창규 대동서적 대표. /대동서적
최창규 대동서적 대표. /대동서적

[더팩트ㅣ수원=김선우 기자] 427㎞를 걸으며, 78만보를 내디뎠다. 남미 파타고니아의 거센 바람을 지나 히말라야의 산맥을 마주했고, 미국 시에라네바다의 긴 산길도 걸었다. 걷는 동안 풍경보다 더 오래 남은 것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경기 안산시 대동서적 최창규 대표가 세계의 길 위에서 자신을 돌아본 걷기 에세이 '길은 나를 비우고 다시 채웠다'(해토출판사)를 펴냈다.

책에는 파타고니아와 히말라야, 미국 존 뮤어 트레일(JMT)을 걸으며 겪은 경험과 그 길에서 건져 올린 삶의 생각이 담겼다. 28박 29일 동안 427㎞를 걸었다. 매일 같은 길을 걷는 것 같지만 날씨와 풍경, 몸의 상태는 매번 달랐다.

배낭의 무게와 가쁜 숨을 견디며 걷다 보니 평소 지나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걷기는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최 대표는 천천히 걸어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잘못 든 길에서 돌아설 줄 아는 것도 삶의 지혜라고 말했다.

최창규 대동서적 대표가 펴낸 걷기 에세이 '길은 나를 비우고 다시 채웠다' 표지. /대동서적
최창규 대동서적 대표가 펴낸 걷기 에세이 '길은 나를 비우고 다시 채웠다' 표지. /대동서적

길을 잃는 것보다 잘못된 길임을 알면서 계속 걷는 것이 더 큰 실수일 수 있다는 생각도 풀어냈다. 그가 걸어온 삶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최 대표는 1988년 안산에 참고서 도매상을 열면서 서점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종합서점 대동서적을 세워 지역의 독서문화를 일궈왔다. 오랜 시간 서점을 운영하며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어느 순간 찾아온 허전함이 먼 길을 떠나는 계기가 됐다.

책에서 길은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 걸어갈 방향을 묻는 여정이다. 파타고니아에서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작음을 느끼고, 히말라야에서는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다.

최창규 대동서적 대표의 저서 '대동서적 38' 표지. 책과 공간, 사람을 중심으로 대동서적이 걸어온 길을 담았다. /대동서적
최창규 대동서적 대표의 저서 '대동서적 38' 표지. 책과 공간, 사람을 중심으로 대동서적이 걸어온 길을 담았다. /대동서적

JMT에서는 '왜 걷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풍경은 달랐지만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다.

그래서 최 대표는 자신의 걷기를 관광이나 단순한 여행보다 '순례'에 가깝다고 했다. 책에는 저자가 촬영한 풍광 사진도 담겼다. 각 장을 여는 짧은 시적 문장과 격언, 장 끝에 소개한 책들은 독자가 글을 읽고 다시 자신의 삶을 생각하도록 이끈다.

최 대표는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만나고, 길 위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들여다본다. '길은 나를 비우고 다시 채웠다'는 그 두 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나온 기록이다.

이문재 시인은 추천사에서 관광을 '두 눈으로 하는 소비 행위', 여행을 '몸으로 하는 경험 쌓기', 순례를 '영혼이 성장하고 성숙하는 여정'으로 구분했다.

그리고는 "존 뮤어 트레일에서 순례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 기록"이라고 평했다. 최 대표는 이번 책과 함께 '대동서적 38'도 펴냈다. 대동서적을 운영하며 겪은 일과 소회, 만났던 사람들과, 건너온 시대를 회상하며 쓴 책이다.

최 대표는 현재 대동서적뿐만 아니라 안산의 독서문화 발전을 위해 안산독서포럼을 창립해 15년째 독서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독서아카데미와 심야책방, 독후감·글짓기 대회 등 다양한 독서문화 활동도 펼치고 있다.

또한 폐교를 활용한 '공주북캠프'도 운영하고 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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