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성과급 상한 600% 확대 제안…"집회 끝나는 즉시 교섭하자"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30일 오전 10시.
평소라면 교대근무 노동자들의 발걸음과 공장 가동음으로 분주했을 노벨리스코리아 영주공장 정문 앞에 붉은 깃발이 내걸렸다.
공장 안쪽의 생산라인이 멈춰 선 가운데 정문 앞에는 붉은 머리띠를 두른 노동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2600억 흑자를 견인한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보상하라."
"부당한 부분 직장폐쇄를 즉각 철회하라."
구호가 터져 나올 때마다 현장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전날 오후 2시 열린 13차 본교섭에서도 노사는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20일 만에 다시 열린 교섭이었지만, 타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벨리스 영주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력 투쟁 쟁의 집회'를 강행했다.
경찰 추산 800여 명, 노벨리스 영주공장 조합원뿐 아니라 상위 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국장과 인근 지역 연대노조 간부들까지 집결하면서 공장 정문 앞은 대규모 노동집회 현장으로 변했다.
◇"우리가 만든 이익인데"…노동자들, 붉은 깃발 아래 결집
단상에 오른 김근영 노벨리스 영주 노조위원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김 위원장은 영주공장 노동자들이 50~60도를 오르내리는 고온의 작업환경에서 365일 교대근무를 이어오며 회사 실적을 견인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꺼내든 핵심 숫자는 '2600억 원'이었다.
김 위원장은 "영주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일해 2600억 원이 넘는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만들어냈다"며 "그런데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다른 공장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과급과 직장폐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며 "일한 만큼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상식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박수와 함성으로 호응했다. "투쟁!" 구호가 공장 주변을 울렸다.
금속노련 지도부도 연대 투쟁을 선언했다.
금속노련 측은 영주공장의 투쟁을 핵심 사업장으로 삼아 전국적인 연대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의 요구가 단순한 임금·성과급 협상을 넘어 '노동의 대가'와 '직장폐쇄’ 문제로 확대되면서 이날 집회는 사실상 노사 갈등의 분수령으로 받아들여졌다.
◇같은 시간, 사측도 '교섭 재개' 카드
노동자들이 정문 앞에서 총력 투쟁을 벌이는 사이 노벨리스코리아도 공식 입장문을 냈다.
핵심은 '대화 재개'였다.
사측은 전날 13차 교섭에서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노사 간 대화와 교섭을 통해 현재 상황을 풀 수 있다는 공감대는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집회가 끝나는 즉시 다시 교섭 테이블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성과급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개선안도 제시했다.
사측은 FY2027 성과급 최대 지급 가능 수준을 기존 400%에서 600%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 재무성과 지표의 비중을 높이고 목표 산정 방식을 노사가 함께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지난 8월 말 기준 예상치를 근거로 FY2027에는 전년보다 2배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조가 제기한 '영주공장 실적에 비해 성과급이 적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울산알루미늄의 매출이 주주사인 노벨리스코리아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공시된 영업이익에는 영주뿐 아니라 울산의 기여분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또 영주는 대량생산 중심의 캔재를, 울산은 고부가가치 자동차재를 다품종 생산하는 등 사업구조와 역할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직장폐쇄는 압박용 아니다"…사측, 안전 문제 거듭 강조
직장폐쇄를 둘러싼 노사의 시각차도 여전하다.
노조는 부분 직장폐쇄를 부당한 조치로 규정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쟁의행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온 설비의 보호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노조의 업무 복귀 의사와 정상적인 생산 가능 여부가 확인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직장폐쇄의 지속 필요성을 신속하게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생산라인 정상화의 열쇠는 노조의 업무 복귀와 직장폐쇄 해제, 그리고 성과급을 둘러싼 교섭 결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멈춘 생산라인…영주 지역경제도 긴장
공장 밖에서 벌어진 노사 갈등은 공장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로 번지고 있다.
노벨리스 영주공장은 지역 제조업과 협력업체, 물류업체 등과 연결돼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주 상공계에서는 이미 일부 핵심 고객사들이 대체 공급처를 검토하고 물류 차질과 협력업체, 주변 상권의 피해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상공계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결국 피해는 노사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며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사측에서도 새로운 제안이 나온 만큼 이제는 교섭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끝난 뒤 다시 마주 앉을까
오전 내내 이어진 집회가 끝나면 노사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
노조가 사측의 '집회 종료 직후 즉각 교섭' 제안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투쟁 수위를 한층 더 높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사측 역시 성과급 상한 600% 확대라는 새로운 안을 내놓으면서 교섭의 문을 다시 열었다.
공장 정문에 펄럭이던 붉은 깃발은 노사 갈등의 현재를 상징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너머에는 멈춰 선 생산라인과 일터로 돌아가야 할 노동자들, 그리고 공장 정상화를 기다리는 협력업체와 지역사회가 있다.
노벨리스 영주공장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투쟁 대치'에서 다시 '교섭'으로 방향을 틀 수 있을지, 30일 집회 이후 재개될 노사 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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