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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광양시 민생지원금 '30만 원 보류'…'광양의 내일' 바라보는 지혜 필요
"오죽하면 안 주겄는가" vs "그래도 약속했응께 줘야지" 엇갈린 민심
'어떻게 하면 줄 수 있는 재정 만들 것인가' 함께 고민해야


광양시청 전경. /광양시
광양시청 전경. /광양시

[더팩트 l 광양=김영신 기자] "힘들게 시장이 되었는디 오죽하면 안 주겄는가", "그래도 약속을 했응께 줘야 하는거 아니여? 어차피 시민세금인데 빚을 내서 줄 수도 없는거 아녀?", "지금 당장은 서운해도 임기 내에 꼭 준다고 했응께 기다려보세"

추석이 다가오면서 요즘 광양시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박성현 시장이 취임 전 약속한 '민생지원금 30만 원 연내 지급'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 대한 시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1인당 30만 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4인 가족이라면 120만 원이다.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고 부모님께 마음을 담은 선물 하나를 마련하기에도,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에 보태기에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특히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하루하루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시민들에게 30만 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추석을 앞둔 가계에는 분명 반가운 생활비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왜 약속한 지원금을 주지 않느냐"는 시민들의 아쉬움과 불만을 탓할 수만도 없다.

더구나 선거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약이라면, 이를 기다렸던 시민들의 기대가 컸던 것도 당연하고, 약속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시민들의 당연한 권리다.

그래서 광양시의 고민은 크고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광양시가 밝힌 재정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민선9기 출범 이후 곧 바로 재정을 점검한 결과 약 650억 원 규모의 재정 적자가 확인됐고, 시는 현재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민선9기 광양 대전환 미래 비전과 비상경제 시민보고회'를 열고 광양시가 처한 재정 상황을 시민들과 공유했다. 세입은 감소하고 의무지출은 늘어나면서 지방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비효율적인 지출과 유사·중복 사업 등을 과감하게 정비해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박 시장이 먼저 꺼내 든 것은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밋빛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광양시가 처한 재정 적자의 현실'이었다.

박 시장은 민생지원금 30만 원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광양시의 곳간 상태를 다시 설명하고 호소했다. 광양시의 재정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줄 미처 몰랐다는 취지의 설명과 함께 약속했던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송구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재정을 정상화시키고 임기 내에 반드시 지급하겠다는 약속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을 앞둔 시민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시민들은 시 재정의 숫자보다 자신의 삶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정이 아무리 설명을 내놓고 사과를 해도 당장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30만 원이 사라진 아쉬움이 쉬이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다.

4인 가족에게 120만 원은 큰돈이지만 지방정부의 재정은 한 번 쓰고 끝나는 가계의 지갑과는 차이가 있다. 복지와 안전, 도로와 도시 기반시설 등 시민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각종 필수 행정서비스는 누군가 돈을 내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30만 원을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광양시가 지속적으로 시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을 갖출 수 있느냐’'에 있을 것이다. 만일 광양시가 이제라도 빚을 내어서 약속한 30만 원을 준다고 가정할 때, 광양시는 또 다른 재정부담이 늘게 될 것이고, 그런 부담 또한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박 시장은 시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할 정치적 책임과 함께, 악화된 재정을 정상화해야 하는 행정적 책임을 동시에 짊어져야 한다. '약속했으니 지켜라'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시민의 권리이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재정은 반드시 정상화해야 한다. 두 가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그래서 지금은 서로에게 조금씩 냉정하면서도 조금씩 따뜻해질 필요가 있다.

명절을 앞두고 30만 원을 기대했던 시민들에게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광양시가 재정의 민낯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체질을 바꾸는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어려울수록 비난하는 손가락이 많은 것보다는 마음을 열고 손을 내미는 사회가 강한 사회다.

한 익명의 시민은 "비난만 하기보다 나부터 힘을 보태겠다"며 어려운 형편에서도 광양시에 590만 원을 기부했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린다. '내가 받을 돈'을 먼저 따지는 대신 '우리 지역이 처한 상황'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시민의 의지와 선택으로 읽힌다.

자타공인 광양시의 고민은 650억 원의 재정 적자를 어떻게 털어내고 다시 건강한 시정을 만들 것인가에 있다.

시민에게 약속한 30만 원은 언젠가 반드시 지급하되, 그보다 먼저 광양시의 곳간부터 튼튼하게 만드는 것, 이제는 '돈을 왜 주지 않느냐'를 묻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다시 줄 수 있는 재정을 만들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 광양에 필요한 것은 '30만 원의 아쉬움'을 넘어 '광양의 내일'을 바라보는 대승적 사고와 지혜가 아닌가 한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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