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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전남광주 동부권 '의전 간소화' 변화…'진짜 실천'이 중요
묵은 관행 '의전', 이제는 제발 바뀌기를

전남광주 동부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의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전남광주 동부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의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더팩트 l 광양.보성=김영신 기자]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각종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의전'이다.

내빈 소개와 축사, 지정석 등의 의전은 행사의 취지보다 오히려 앞서온 게 사실이다. 행사 진행 도중 뒤늦게 도착한 정치인들을 소개하기 위해 잠시 진행을 멈추는 일도 빈번했다. 이처럼 시민보다 내빈이 중심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오랜 관행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행사의 이상하고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최근 전남광주 동부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익숙한 풍경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시민 중심 행정'을 내세우며 광양시 민선9기 '박성현 호'가 먼저 의전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나섰고, 이어 9월 14일 보성군이 보도자료를 통해 같은 뜻을 밝혔다.

광양시는 '간소화하겠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광양시 의전 간소화 지침'을 마련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시장 소개는 맨 마지막으로 돌리고, 축사는 3명 이내에 1인당 3분 이내로 제한하는 이른바 '3·3 원칙'이다. 내빈이 많으면 영상이나 자막을 활용하고, 특정 인사를 기다리느라 행사가 늦어지는 관행도 없애는 정시 시작을 원칙으로 했다. 행사장 앞자리 역시 내빈 중심에서 벗어나 어르신과 장애인 등 시민의 편의를 우선시하고, 공무원들의 도열이나 과도한 수행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보성군도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행사 의전을 대폭 간소화하겠다며 이 같은 변화의 대열에 합류했다.

보성군은 우선 내빈 소개를 줄이겠다며 전광판 등을 활용해 주요 인사 외에는 개별 소개를 최소화하고, 축사 역시 2~3명, 한 사람당 1~2분 정도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군수나 부군수가 참석하지 못 할 경우 부서장이나 읍·면장이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관장 참석 기준도 정비한다.

광양시와 보성군의 의전 간소화에 대한 세부적인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그 지향점은 하나다. 바로 행사의 중심을 내빈에서 '시민'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사실 의전은 관치행정에서나 지방자치행정에서나 가장 오래된 고쳐지지 않는 관행 가운데 하나였고, 타파하지 못하는 구시대적인 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먼저 소개되는지, 누가 앞자리에 앉는지, 축사를 몇 명이 하는지, 기관장이 도착할 때까지 행사를 기다릴 것인지 등 하나하나가 행사 운영의 '당연한 절차'처럼 굳어져 온 것이다. 그래서 그 속에서 정작 시민들은 뒷전이었다.

지방자치시대 '시민주권'이라 외치는 지금, 행정의 중심을 시민이라고 한다면 행사 역시도 시민의 시간과 편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의전의 형식보다 행사의 본질이 앞서야 하고, 내빈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시민을 위한 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광양시가 먼저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간 것은 주목할 만하다. 광양시에 이어 보성군 역시 의전문화 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두 자치단체는 묵은 의전 관행을 깨고, 별도의 개선 지침을 마련해 현장에서 실천하기로 했다.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보도자료 한 장 만으로는 의전이 바뀌지 않을 것이며, 지침보다 어려운 것은 그것을 잘 지키는 일일 것이다.

결국 현장에서 행사가 예정된 시간에 시작되는지, 기관장을 기다리느라 시민들이 시간을 빼앗기지는 않는지, 축사는 실제로 줄어드는지, 내빈을 위한 지정석은 줄어드는지, 행사장 입구에 공무원들이 길게 도열하는 모습은 사라지는지 등 문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확인될 것이다.

민선9기 들어 '시민주권'이라는 말들이 넘쳐나고 있다. '시민이 주인'이라는 말이 당연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제 남은 것은 어느 지자체가 더 그럴듯한 지침을 내놨느냐가 아니라, 누가 실제로 행사장의 풍경을 바꾸느냐의 문제다.

행사장에서 느껴왔던 시민들의 '알 수 없는 불쾌함'이 이제는 '의전 개선'으로 유쾌해질 것으로 생각하니 더 유쾌하다. 더구나 평상시 의정활동은 뒷전인 듯 행사장에만 고개를 디밀던 일부 소수의 정치인의 모습도 시민들의 눈앞에서 사라지려는 기대감 마저 든다.

'의전 개선'. 어느 지자체가 먼저 시작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민을 주인'으로 생각하는 이 작은 변화가 일회성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 이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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