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미래차 첨단 복합재 메타물질 설계 활용 기대

[더팩트 | 구미=정창구 기자] 구조물이 어떻게 움직이고 변형될지를 연구자가 미리 정해 놓고 계산하던 구조역학의 기존 접근법을 넘어, 구조물 자체의 물리적 변형에서 필요한 움직임을 찾아내는 새로운 이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제시됐다.
국립금오공과대학교는 김준식 기계공학부 교수가 구조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핵심 변수인 '자유도'를 미리 가정하지 않고 연속체의 물리적 변형 특성으로부터 찾아내는 새로운 구조역학 이론인 '변분섭동법'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구조이론의 자유도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
보와 판, 셸과 같은 구조이론은 복잡한 3차원 구조물의 움직임을 소수의 핵심 변수인 자유도로 압축해 표현한다. 그러나 기존 이론에서는 어떤 자유도를 사용할 것인지 연구자가 사전에 설정한 운동학적 가정에 의존해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 교수는 여기서 발상을 뒤집었다. 필요한 자유도를 연구자가 먼저 정하는 대신 구조물 내부에서 발생하는 실제 미세변형을 분석해 필요한 자유도를 찾아내도록 한 것이다.
복잡한 문제를 잘 알려진 기준 상태와 그 주변의 작은 변화로 나눠 해석하는 양자역학의 '섭동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교수는 구조물 내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미세변형 가운데 기존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변형은 '보정'으로 남기고, 구조물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변형은 새로운 '자유도'로 승격시키는 체계를 구축했다.
기존 방식이 구조물의 움직임을 설명할 변수를 먼저 정한 뒤 계산하는 것이었다면, 변분섭동법은 실제 변형을 분석해 어떤 변수가 필요한지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구조역학의 자유도를 '가정'하는 접근에서 '발견'하는 접근으로 전환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고전적인 티모셴코 보 이론의 회전 자유도가 전단 미세변형이 새로운 자유도로 승격되는 과정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점을 보였다. 구조역학에서 널리 사용되는 '전단보정계수 5/6'도 별도의 경험적 가정 없이 하나의 변분 원리에서 자연스럽게 도출했다.

실제 구조해석에서도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 적층 복합재 판의 진동 해석에서는 기존 이론에서 60%를 넘었던 진동수 예측 오차를 8% 이하로 낮췄으며, 주기적인 미세구조를 가진 메타구조에서는 계산 효율이 높은 저차원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파장 영역을 약 25% 확대했다.
새로운 이론적 접근이 수학적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첨단 복합재와 메타구조 등 실제 공학 분야의 구조 설계와 해석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김 교수가 단독 저자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이론 및 응용역학 분야 국제학술지 '국제공학과학저널' 9월 온라인판에 공개됐으며, 2027년 1월 제230권에 정식 게재될 예정이다. 응용기술 개발에 집중되는 국내 공학 연구 환경에서 구조이론의 형성 원리를 파고든 기초이론 연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새로운 해석 기법을 하나 더 제안하는 것을 넘어 구조이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 시도"라며 "자유도를 가정하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자유도를 발견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앞으로 항공우주와 미래 모빌리티, 첨단 복합재료 및 메타물질처럼 복잡한 미세구조를 가진 고성능 구조물의 설계와 해석에서 정확도와 계산 효율을 함께 높이는 모델 구축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 교수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스탠퍼드대학교 연구진과 국제학술출판사 엘스비어가 발표하는 '세계 상위 2% 연구자'에 매년 선정됐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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