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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충청서 높아지는 "송전선로 재검토" 목소리
"옛 계획대로 송전선로 밀어붙여선 안 돼"
"국책사업 반대 아니다…새 전력계획 확정 뒤 필요성부터 다시 따져야"


충청도민들이 지난 8월 송전선로 입지선정의 재검토를 주장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충청남도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
충청도민들이 지난 8월 송전선로 입지선정의 재검토를 주장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충청남도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

[더팩트ㅣ대전=선치영 기자] 충청 민심이 한국전력의 송전선로 입지선정 절차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 곳곳의 주민들은 생활권과 주거지 위로 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전력 수요와 공급 여건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과거 계획을 근거로 사업을 서두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멈추고 처음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급변한 전력 수요다.

정부가 최근 호남권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공식화하면서 당초 송전선로 건설의 주요 전제였던 '호남에서 생산된 잉여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구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호남·서남권에 약 896조 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2029년 3GW를 시작으로 6GW 이상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주민들이 "기존 송전선로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호남에서 생산된 전력이 현지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로 사용된다면, 과거 송전선로 계획의 전제였던 '잉여전력' 규모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 역시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힘을 싣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전력망 건설 주민수용성 제고 방안'을 통해 장거리 송전 중심의 전력망에서 벗어나 생산지에서 전력을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전력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계획된 송전선로와 철탑을 대폭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충청 주민들이 반발하는 송전선로 입지선정 절차는 기존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선을 먼저 확정할 경우, 향후 새로운 전력 수요와 공급체계가 반영돼 사업 내용이 달라지더라도 이미 투입된 비용은 되돌릴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민들은 이를 '예산 이중 낭비'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대전 5개 자치구 전체와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태안을 제외한 14개 지역이 345㎸ 송전선로 경과대역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충청 곳곳이 초고압 송전망의 영향권에 놓인 셈이다.

주민들의 요구는 사업 자체를 무조건 철회하라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 사업의 필요성을 다시 검증하고 그 결과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다.

주민들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및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확정 전 입지선정 절차 중단 △호남 반도체 6GW 수요를 반영한 전력 수요·공급 재산정 결과 공개 △노선별 총사업비 공개 △정부가 검토 중인 '철탑 최대 40% 감축' 대상 노선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한 번 노선이 확정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기정사실화'다.

입지선정위원회가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 한전이 자체적으로 노선을 확정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주민들은 "새로운 국가 전력망 원칙이 마련되기 전에 기존 방식으로 노선을 확정해 버리면 결국 해당 사업이 '이미 추진 중인 사업'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충청 주민들의 절박함은 한마디로 압축된다. "전력망이 필요하다면 필요하다고 말해 달라. 그러나 필요성이 달라졌다면 다시 계산하고 주민들에게 그 근거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새로운 전력망 정책에서 신설 철탑 최소화와 주민수용성, 투명한 입지선정을 강조했다면 그 원칙은 앞으로 추진될 사업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지금 노선이 확정되려는 사업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간절한 호소다.

충청 주민들은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기간 전력망 사업인 만큼 한 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송전선로를 서둘러 확정하기보다 달라진 전력 수요와 정부 정책을 반영해 제대로 된 검증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사안의 본질은 '송전선로를 설치할 것인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달라진 전력 지형 속에서 과거의 계획을 그대로 집행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현실에 맞춰 다시 설계할 것인가. 충청 민심은 지금 정부와 한전을 향해 그 선택을 묻고 있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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