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경북 영주시가 주민 반발로 종합장사시설 건립 후보지를 철회하고 새로운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영주시의회에서 사업 재추진 과정의 주민 소통과 지원계획, 사업 규모 및 재정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풍림 영주시의회 의원(국민의힘, 풍기읍·봉현면·안정면)은 7일 열린 제304회 제1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지난 3년여간 추진한 종합장사시설 사업이 주민 갈등 속에 원점으로 돌아온 만큼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전 의원이 제시한 원칙은 △주민 동의의 공간적 범위 확대 △명확하고 지속가능한 주민지원계획 수립 △사업 규모와 재정 계획의 전면 재검토다.
전 의원은 먼저 종합장사시설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주시 고현동에 위치한 기존 영주시립화장장은 1972년 개장해 시설이 노후하고 공간도 협소한 실정이다. 특히 전국 화장률이 2026년 5월 기준 94.9%에 달하면서 화장 중심의 장례문화가 정착한 만큼 현대적인 화장시설과 봉안시설, 자연장지 등을 갖춘 종합장사시설 건립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게 전 의원의 주장이다.
전 의원은 "영주시는 고령화율이 34.6%에 이를 정도로 초고령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시민의 장례 수요에 대응하고 장례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현대적인 종합장사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추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영주시는 2022년 12월 종합장사시설 건립 후보지를 공개 모집한 뒤 이산면 운문1리 유치위원회가 단독 신청한 운문리 일원을 2023년 6월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당시 영주시는 20만㎡가 넘는 부지에 화장로 4기와 봉안시설, 자연장지, 유족 대기실·식당·공원 등을 조성하고 주민숙원사업과 마을소득사업 등 100억 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포함해 총 544억 원을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동의서의 유효성과 절차, 진입도로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고, 결국 올해 2월 운문1리에서 주민투표까지 실시됐다.
주민투표에는 89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54명(약 61%)이 사업 추진에 반대했다. 이후 유치위원회가 철회서를 제출했고, 영주시는 지난 3월 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지역을 사업대상지에서 최종 철회했다.
현재 영주시는 새로운 후보지를 공개 모집하며 사업을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추진하고 있다.
전 의원은 이 같은 과정을 두고 "지난 3년간 시간과 행정력 소모는 물론 주민 간 갈등을 유발하고 행정에 대한 불신까지 초래했다"며 "이번 재공모가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업 추진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로 제시한 원칙은 '주민 동의 범위 확대'다.
현재 재공모 계획은 신청 지역의 주민등록상 만 18세 이상 주민 60%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 의원은 신청 지역 주민들의 동의만으로 주민 수용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합장사시설은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뿐만 아니라 인접 지역과 진입도로 통과 지역, 생활환경에 영향을 받는 주변 지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정 거리의 반경 등을 활용해 영향권을 설정하고 주변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후보지별 주민설명회뿐 아니라 선진 종합장사시설 현장 견학과 환경·교통 분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개검증 절차 등을 마련해 사업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는 주민지원계획의 명확성과 지속성이다.
현재 재공모 계획에는 건립 지역 40억 원, 영향 지역 30억 원, 해당 읍면동 30억 원 등 총 100억원 규모의 기금지원사업이 제시돼 있다.
건립 지역에 대한 화장장 사용료 일부 지원과 부대시설 운영권, 기간제 근로자 우선 채용 등의 방안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 의원은 향후 추진 과정에서 재정지원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명시돼 있는 만큼 주민 입장에서는 약속의 지속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원 대상과 내용, 범위, 금액, 기간은 물론 운영수익의 지역 환원 방식까지 조례와 주민협약 등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진입도로와 상하수도, 교통안전시설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기반시설은 착공 전에 우선 추진하고, 시설 내 식당·매점·카페와 조경·청소·시설관리 등에 지역 주민과 지역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는 사업 규모와 재정 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짜는 것이다.
전 의원은 당초 20만㎡ 이상 부지에 총사업비 544억 원을 투입하는 계획에서 재공모 과정에서 부지 규모가 10만㎡ 내외로 축소된 만큼 기존 계획과 사업비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화장시설과 봉안시설, 자연장지 등 시설별 적정 규모를 다시 산정하고 자재비와 건설비,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하는 한편 부지 매입비와 진입도로 개설비, 환경오염 방지시설, 주민지원사업비 등 후보지별 입지 여건에 따른 비용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장사시설의 수요를 영주시에만 한정하지 말고 인근 봉화군과 예천군 등의 사망자 수와 화장 수요, 봉안시설 및 자연장지 이용 수요 등을 함께 검토해 적정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영 방식도 직영과 위탁운영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연간 운영비와 유지관리비, 사용료와 감면 대상 등을 시설 건립 전에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시설의 형태 역시 단순한 화장장이 아닌 친환경 추모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신식 화장로와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주요 배출물질 측정 결과를 시민에게 상시 공개하는 한편 완충녹지와 추모정원, 산책로와 휴식공간 등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장례시설 이용 차량과 주민 생활도로의 동선을 분리해 주변 주민들의 교통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의원은 "운문1리 대상지 철회는 단순한 사업계획 변경이 아니라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고 진입도로와 생활환경에 대한 우려를 적기에 해소하지 못했을 때 공공사업이 얼마나 큰 갈등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합장사시설은 모든 시민이 언젠가는 이용하게 될 삶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공공복지시설"이라며 "사업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건립하느냐가 아니라 시민의 신뢰를 얼마나 충실하게 쌓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행부에 "지난 추진 과정의 교훈을 깊이 새기고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며 "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명품 종합장사시설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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