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반 공방 속 제조업 현장 모순·국가 경쟁력 우려

[더팩트ㅣ포항=박진홍 기자] 지난 2018년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제조업 현장의 실효성 한계를 드러내며 또다시 거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포스코 노사 갈등은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쉬쉬하며' 덮어두었던 제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노조가 9월 9일 부분 파업을 선언하며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위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31일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의 법정 근로시간 초과 근무가 만연해 있고, 별도의 근태 장부가 존재한다"며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이에 사측은 "관련 법을 준수해 왔으나 위반 우려가 있다면 실태조사 후 즉각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이 마주한 '불편한 진실'
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지역 제조업 현장을 <더팩트>가 취재한 결과 제도의 현실 격차가 드러났다.
제조업은 특성상 기계 설비에 돌발 문제가 생기면 주말이나 야간을 가리지 않고 즉각 수리에 나서야 한다.
수리 후 정상 가동까지 4~8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특정 기계는 담당자 외에 수리가 불가능해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주 2회만 돌발 근무를 해도 주 52시간을 초과하기 때문에 이를 다음 주로 이월하거나 한 달 단위로 계산하는 음성적 편법이 생겨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고용난과 운영난 속에서 범법자로 내몰리고, 노동자는 초과 근로 수당 감소로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견기업보다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의 현장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기울어진 운동장’과 신뢰 잃은 노사 관계
이번 사태는 법의 모순뿐만 아니라 노사 관계의 그늘도 여실히 드러냈다.
만약 포스코 제철소 현장에서 주 52시간 위반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사측뿐만 아니라 불법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은 근로자들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현행법은 오직 사측만 처벌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욱이 노조는 사측의 위법 사실을 알고도 즉각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파업을 며칠 앞두고 이 카드가 제시됐기 때문에 사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식의 극한 대립 속에서는 진정한 노사 신뢰를 구축하기 어렵다.
◇비현실적 법이 부르는 산업 공동화 우려
최근 노동법 강화와 노조의 강경 투쟁에 피로감을 느낀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공장 신설에 이어 현대제철과 포스코의 루이지애나 제철소 8조 2000억 원 투자,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 설립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투자 요구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도 국내의 경직된 노동 환경이 기업들을 해외로 밀어내는 속내가 숨어 있는 듯하다.
"악법도 법이라지만, 비현실적인 법은 조속히 보완되어야 한다."
불완전한 제도가 낳는 모순이 반복된다면,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포항 지역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까 두렵다.
tk@tf.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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