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성 구조조정 아닌 상시 재정관리 시스템 구축해야"

[더팩트ㅣ대전=선치영·정예준 기자] 대전시의 재정혁신이 단순한 사업 축소나 조정에 그쳐서는 안 되며 재정 여건 변화에 따라 투자 사업과 신규 사업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상시적인 재정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영미 대전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 서구2)은 1일 열린 제299회 제1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민선8기 재정운영 과정에서 누적된 채무와 기금 감소, 대규모 투자 사업에 따른 재정부담을 조목조목 짚으며 민선9기의 재정운영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김 의원의 지적은 특히 "현재의 재정문제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넘어 "앞으로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먼저 김 의원은 최근 10년간 경상이전 등 경직성 지출은 확대되는 반면 자본지출 비중은 감소하고 있는 재정구조를 지적했다.
특히 도시철도 2호선 등 지역 현안 사업과 민선9기 공약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사업 추진이 아니라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방세제 개편과 재정분권 강화 등 지방재정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에도 대전시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대전시의 채무 관리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2026년부터 2029년까지 약 1조 1221억 원의 채무 상환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당초 균등상환으로 계획됐던 다수 지방채가 일시상환 방식으로 변경된 점을 지적하며 상환 방식이 변경된 이유와 향후 상환재원 마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했다.
단순히 현재의 재정수지만 볼 것이 아니라 향후 수년간 발생할 채무상환 부담까지 감안해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또 일부 주요 기금이 2022년 대비 80% 이상 감소한 점을 들어 기금이 일반회계의 부족분을 메우는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정안정화계정의 연간 사용한도 역시 현행 97%보다 낮추는 방안을 제안하며 재정위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재정 투자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민선8기 공약 사업 총사업비가 약 22조 원, 이 가운데 시비 부담만 약 3조 6000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민선9기가 100억 원 이상 투자 사업 71개를 대상으로 시기·규모 조정, 장기 재검토, 일몰 등의 방식으로 분류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떤 사업을 왜 조정했는지, 앞으로 언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재정혁신 과정에서 행정 내부의 판단만으로 사업을 조정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사업의 우선순위와 재정 부담을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공개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의원이 이날 제시한 가장 핵심적인 대안은 '중·장기 재정투자 총량관리체계' 구축이다.
김 의원은 이번 재정혁신이 일회성 사업 구조조정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재정 여건이 달라질 경우 기존 투자 사업의 규모와 추진 시기는 물론 신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까지 함께 재점검할 수 있도록 중기지방재정계획, 투자심사, 지방채 발행계획, 기금운용계획 등을 서로 연계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즉, 사업 하나하나를 따로 관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대전시 전체의 재정 여력 안에서 투자 사업의 총량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재정·채무관리·공공투자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투자 사업의 우선순위와 추진 시기 등에 대해 단순 심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자문과 조정 권고를 할 수 있도록 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날 시정질문에서 재정운영의 본질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재정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무조건적인 긴축도, 무분별한 확대도 아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선8기와 같은 재정운영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정운영의 원칙과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것이 민선9기의 책무"라며 "이번 재정혁신이 대전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김 의원의 시정질문은 대전시 재정에 대한 단순한 비판을 넘어 채무·기금·투자 사업을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재정관리 시스템 안에서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결국 김 의원의 문제 제기는 '사업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대전시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의 범위 안에서 무엇을 우선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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