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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논란에 문화재 못 된 '최부잣집'…우수건축자산 등록은 괜찮나
과거 문화유산 지정 여러 차례 무산에도 지난해 제5호 등록
공적 예산 지원 가능해 보훈단체 반발…전남광주시 재검토


전남광주시 남구 사동에 위치한 '최부잣집' 전경. /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처
전남광주시 남구 사동에 위치한 '최부잣집' 전경. /네이버 지도 거리뷰 캡처

[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소유주 조상의 친일 행적 논란으로 수차례 문화유산 지정이 무산됐던 전남광주시 남구 '최부잣집'이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심의 과정에서 친일 논란과 과거 문화유산 지정 무산 사실을 알고도 건축주의 행적과 건축물의 가치를 별개로 판단해 등록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보훈단체와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25일 전남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2월 남구 사동에 있는 최부잣집을 '광주 우수건축자산 제5호'로 등록했다.

우수건축자산은 문화유산 지정과 별도로 건축적·역사적·경관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보존·활용하기 위한 제도다.

등록되면 건축물 유지·관리를 위한 기술과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고, 필요할 경우 지방정부가 해당 건축물을 직접 매입해 보존·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부잣집은 1942년 지역 대지주였던 최상현 씨가 아들을 위해 지은 대형 한옥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솟을대문과 문간채, 사랑채, 연못과 정원 등을 갖췄지만 현재는 본채와 창고 등 일부 시설만 남아 있다.

전통 한옥 구조에 일본식 공간 요소가 혼합됐고 남부 지역 한옥에서는 보기 드문 중층 구조를 갖춰 1940년대 광주 지역 근대 한옥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제는 건축주인 최 씨의 일제강점기 행적이다.

보훈단체 등은 당시 신문과 조선총독부 관보 등을 근거로 최 씨가 경찰 전용 전화 건설비를 기부하고 총독부로부터 포상을 받았으며, 광주와 화순 등에 대규모 토지를 소유하면서 높은 소작료를 거둬 여러 차례 소작쟁의를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과거 문화유산 지정 추진 때도 반복됐다.

최부잣집은 2012년과 2021년 광주시 문화재 지정, 2019년 국가문화재 등록 추진 과정에서 친일 논란 등을 이유로 지정되지 못했다.

2022년에는 남구가 건물 훼손을 막기 위해 향토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했지만 역시 중단됐다.

그러나 이번 우수건축자산 심의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왔다.

심의위원회는 친일 행적과 과거 지정 무산 사실을 인지하고 관련 문제를 논의했지만 건축주의 행적과 건축물 자체의 가치는 구분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등록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보훈단체 등은 친일 행적이 지적된 인사가 지은 개인 소유 건축물에 공적 지위를 부여하고 예산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화유산 지정이 여러 차례 무산된 건축물을 우수건축자산 제도를 통해 사실상 우회적으로 보존·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광복회 광주시지부는 최상현의 일제강점기 행적과 총독부 포상 기록 등이 제기된 만큼 심의 과정에서 역사적 검증이 충분히 이뤄졌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남광주시 우수건축자산에는 전일빌딩245와 전남대 학군단본부, 서강사, 동구 인문학당 등이 등록돼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전남광주시는 당시 심의 과정과 등록 기준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시는 현행 제도상 건축물 자체의 가치를 중심으로 심사해 등록한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친일 논란과 여론 등을 고려해 재심의와 등록 취소가 가능한지도 검토할 방침이다.

전남광주시 관계자는 "당시에는 건축물 자체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심의가 이뤄졌다"며 "논란이 제기된 만큼 심의 과정 전반을 다시 확인하고 등록 취소 가능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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