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공주=김형중 기자] 국립공주대학교와 충남대학교의 통합 논의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대학 통합 자체에 대한 찬반을 넘어 이제는 '누가, 무엇을, 어떤 절차로 결정했느냐'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19일 국립공주대 총동문회가 마련한 공개토론회에서는 동문과 학생, 시민사회, 정치권에서 통합 추진 과정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특히 통합대학의 교명을 '충남대학교'로 하고 법적 대표주소를 '대전시'로 정한 결정이 알려진 뒤 "이게 과연 대등한 통합이 맞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학생 대표의 문제 제기였다.
이지우 공주대 총학생회장은 통합 관련 거버넌스와 통합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 대표의 입장에서 "교명과 법적 대표주소 안건을 회의 당일까지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적 대표주소를 대전시로 정하는 문제는 기존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되거나 사전 고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학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사항이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면 통합의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지난 14일 열린 공주대-충남대 통합 관련 공동 기자설명회 과정도 석연치 않다.
당시 공주 지역 기자들에게는 설명회 개최 사실이 제대로 통보되지 않았다. 공주대와 지역 사회가 함께 논의해야 할 중대한 사안인데 정작 대학이 소재한 공주시의 언론이 설명회에서 사실상 배제된 셈이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확인한 기자가 '공주 지역 기자들에게 설명회가 통보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박창수 공주대 부총장은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 한마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학 통합이라는 초대형 현안을 추진하면서 지역 언론과의 소통 과정에서조차 책임 있는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공주시민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대학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공주대는 1948년 공주사범대학을 뿌리로 하는 78년 역사의 국립대학이다. 공주시민들에게 단순한 교육기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공주대의 학생과 교직원은 물론 동문과 지역 상권, 지역 경제가 대학과 오랜 기간 연결돼 있다.
그런 대학의 교명이 사라지고 법적 대표주소마저 대전시로 정해진다면 공주시민 입장에서는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통합 이후 공주에는 무엇이 남는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요구도 결국 여기에 모아진다.
공주캠퍼스의 학생 정원과 학과를 얼마나 유지할 것인지, 교수와 직원은 어떻게 되는지, 연구·산학시설과 행정 기능은 어떤 수준으로 보장되는지, 향후 투자 규모는 얼마인지 구체적인 숫자로 공개하라는 것이다.
특히 최소 10년 이상의 제도적 보장 없이 '통합 이후 논의하겠다'는 식이라면 공주시민이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모두 '통합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합으로 대학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공주캠퍼스가 축소되고 주요 기능이 대전시로 빠져나간다면 공주시에는 손해가 아니냐"는 것이 지역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 제기다.
실제로 공주시는 과거 세종시 출범 과정에서 인적·물적 자원의 상당 부분이 빠져나가는 경험을 했다. 공주대 공과대학의 천안시 이전으로 신관동 상권이 위축됐던 기억도 여전히 뚜렷하다.
최원철 공주시장이 "공주시와 공주시민, 공주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어떠한 상황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지역적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공주시의회 역시 오는 31일 본회의에서 공주대-충남대 통합 반대 결의문을 채택해 관계기관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정치권까지 반발에 가세하면서 통합 논의가 대학 내부 문제에서 지역 사회 전체의 현안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윤용근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78년 이어온 공주대 이름을 몇 사람이 바꿀 일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통합 논의를 비판하며, 통합에 따른 실익이 명확히 밝혀질 때까지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대학을 둘러싼 현실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 위기는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충남대와 공주대 역시 그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 논의 자체를 무조건 기득권 지키기로 몰아붙이는 것도 옳지 않다.
문제는 속도보다 신뢰다. 통합이 공주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대학 측이 먼저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왜 교명이 충남대학교여야 하는지, 왜 법적 대표주소가 대전시여야 하는지, 공주캠퍼스는 어떻게 발전하는지, 공주에 어떤 투자가 이뤄지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교수·직원뿐 아니라 동문과 지역 사회까지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대등한 통합'을 강조하면서 한쪽 대학의 이름을 없애고 법적 대표주소까지 상대 대학 소재지로 정한다면 시민들이 이를 대등한 통합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결정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겹친다면 통합의 명분은 더욱 약해진다.
대학 통합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일이다. 대학의 이름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며, 법적 주소 역시 단순한 행정상의 표기가 아니다. 대학의 정체성과 지역의 자존심, 수십 년 뒤 지역 경제의 모습까지 좌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서두를 이유가 없다.
"통합신청서를 먼저 내고 세부 사항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방식으로는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
공주대와 충남대가 진정한 대등한 통합을 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공개와 설득이다.
공주시민들이 묻고 있다.
"공주대가 사라지는 대신 공주시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학이 숫자와 문서로 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대등한 통합'이라고 설명해도 시민들의 의구심을 걷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학 통합의 최대 걸림돌은 반대 여론 그 자체가 아니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대학과 지역의 미래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결정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신뢰가 무너진다는 점이다.
공주대와 충남대가 지금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도 바로 그것이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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